[매경CEO 특강] 창업 빙하기 곧 끝나 … 지금이 도전할 적기

신찬옥 기자(okchan@mk.co.kr) 2023. 5. 1.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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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준 크립톤 대표 한양대서
스타트업 성장 돕는 회사 세워
23년간 14개사 IPO 성공시켜
육성할 벤처기업 선택할 때는
세상 바꿀 능력있는지가 중요

"인류 역사를 돌아보면 300년에 한 번꼴로 '창업 폭발기'가 찾아오거든요. 지금이 바로 그 시기입니다. 이럴 때 창업하는 것은 큰 축복이에요. 지금 등장하는 기업이 향후 300년을 지배할 겁니다."

양경준 크립톤 대표는 최근 한양대에서 열린 '매경 CEO 특강' 연사로 나서 남다른 통찰력과 창업 육성 노하우를 들려줬다. 그는 "어른들이 '전쟁 통에 큰 부자 난다'고들 하는데 지금 여러분이 알 만한 회사들은 1·2차 대전 때 군수물자를 공급하며 성장했다"면서 "지금은 전쟁보다 큰 기회를 맞고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액셀러레이터란 창업 초기의 기업을 키워 성장 궤도에 올려놓는 회사나 사람을 말한다. 벤처캐피털(VC) 투자 전 단계로, 자금은 물론이고 사업 확장에 필요한 모든 것을 지원하는 '양육자' 같은 역할을 한다. 양 대표는 세계 최초의 밴처투자자가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을 지원한 스페인 이사벨 여왕이라고 운을 뗐다. 이후 산업혁명 시대에 창업 호황기가 왔고, 지금이 세 번째 맞는 300년 만의 기회라는 것이 양 대표의 생각이다. 그는 "300년이란 한 시대가 지고 새로운 시대가 도래하는 주기인 것 같다. 판과 판이 만나 지진이 일어나는 것처럼, 과거의 시대정신이 가라앉고 새로운 시대정신이 부상하는 시기가 창업할 절호의 기회"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혁신가들은 이런 분위기를 미리 읽고 일을 벌이는 (창업하는) 능력이 있는 사람들이다. 그가 창업한 크립톤도 이런 창업자들을 발굴하고 지원해 진정한 기업가, 혁신가로 키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서울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한 양 대표는 대학 졸업 전부터 창업을 준비해 엑시트까지 성공리에 마무리한 뒤 크립톤을 창업했다. 올해로 23년 차, 대한민국 1호이자 최장수 액셀러레이터다. 국내 유일의 올스테이지 액셀러레이터이며, 국내 최고 권위의 정주영창업경진대회에서 3년 연속 대상팀 배출이라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다.

카메라 영상 기반 혈압 추정기술을 개발한 딥메디, 수업별 소통 플랫폼을 개발한 클라썸, 플라스틱 재활용 전처리 솔루션 개발사 리본이 그 주인공이다. 가장 많은 기업공개(IPO) 성공 사례도 보유하고 있다. 크립톤의 포트폴리오 중 14개사가 IPO에 성공했고, 이들 상장기업의 합산 가치는 7조5000억원에 달한다. 도시재생, 로컬 크리에이터 영역은 성장의 방법, 속도, 필요한 금융이 달라서 전담 자회사 '크립톤엑스'를 설립해 별도로 관리하고 있고, 유레카자산운용도 계열사로 두고 있다.

크립톤의 비전은 명확하다. 기업은 사회를 변화시키는 도구이고, 크립톤은 세상을 변화시키는 기업을 위해 존재한다는 것이다. 양 대표는 "스타트업은 창업하자마자 낭떠러지로 추락하듯 바닥에 떨어졌다가 다시 올라오는 과정을 거친다. 매출도 안 나오고 많은 난관을 겪는 것이 3년쯤 된다. 액셀러레이터는 이 시기에 든든한 조력자가 되어주는 존재"라고 말했다.

실패가 훨씬 많은 창업계에서 23년간 승승장구해온 비결은 무엇일까. 성공할 기업을 골라내는 선구안이 있고, 23년간 쌓아온 창업 육성 노하우가 있기 때문이다. 양 대표는 "우리는 투자하기 전 세 가지 질문을 한다. 첫째,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가. 둘째, 궁극의 해법인가. 셋째, 스케일업이 가능한가"라고 소개했다. 그는 "지난 10년간 창업 붐이 불었고, 올해는 20년 만에 온 암흑기다. 요즘 자금이 마르면서 창업해도 투자받기가 어렵다"면서 "그러나 길어야 3년 정도로 본다. 크립톤의 철학대로 꾸준히 투자를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모비우스에너지, 콘택, 쿼드메디슨 등 세 곳이 나스닥과 코스닥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회사 이름 크립톤은 영화 캐릭터 슈퍼맨의 고향 행성으로 유명하지만 원래 희소금속을 만나면 그 물질 특성을 극대화하는 물질 이름이다. 양 대표는 "제가 화공과 출신이어서 이 이름을 붙였는데 지금 우리 회사의 역할과 딱 맞아떨어지는 것 같다. 세상의 혁신가를 발굴해 그들의 혁신성을 최대한 끌어내는 역할을 하고 싶다"며 강의를 마무리했다.

[신찬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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