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 못 이긴 울산 최장수 목욕탕… 108년 역사 접고 폐업 위기

방종근 기자 2023. 5. 1.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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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강점기 문을 열어 100년을 훌쩍 넘는 울산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가진 대중목욕탕이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다.

운영자가 연로한 탓도 있지만 손님은 날로 줄어드는 데다 최근 급격히 치솟는 전기료 등 운영비를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톱밥과 나무로 불을 때 목욕탕 물을 데우고, 버스도 제대로 다니지 않던 시절이었지만 7㎞가량 떨어진 다른 동네에서도 손님이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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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어진 장수탕 손님 줄고 주인 배옥연(77) 할머니 노환으로 폐업 위기
1915년 일본회사가 직원용 운영… 광복 후 배 할머니 시아버지 인수
적자로 여탕만 운영… 하루 걸러 오는 단골 노인들 생각에 문 못 닫아

일제강점기 문을 열어 100년을 훌쩍 넘는 울산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를 가진 대중목욕탕이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다. 운영자가 연로한 탓도 있지만 손님은 날로 줄어드는 데다 최근 급격히 치솟는 전기료 등 운영비를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울산에서 가장 오래된 목욕탕으로 일제강점기 만들어져 100년 넘는 역사를 지닌 동구 방어동 장수탕 전경. 연합뉴스


1일 울산 동구와 지역 사료 등에 따르면 울산 동구 방어동 장수탕은 1915년께 문을 열었다. 당시 방어진에는 어업을 위해 정착한 일본인이 많았는데, 수산회사 하야시카네(林兼)가 직원들을 위한 사택을 여러 동 지으면서 인근에 직원 전용 목욕탕을 만든 게 역사의 시작이다.

이후 일본이 패망하면서 일본인은 떠났지만 목욕탕은 그대로 남았는데, 지금의 장수탕 주인인 배옥연(77) 할머니의 시아버지인 고 이종기 씨가 불하받아 대중목욕탕으로 운영한 것이 오늘에 이르렀다. 장수탕이란 이름은 광복 후 곧바로 붙여진 게 아니고, 1960년대 들어 우리나라에 대중목욕탕 영업 신고 제도가 시행되면서 이 이름으로 본격적으로 운영을 시작했다. 장수탕 영업신고일은 1963년 12월 15일이다.

울산에서 가장 오래된 대중목욕탕인 동구 방어동 장수탕 주인 배옥연 할머니가 장수탕 역사와 지나간 추억을 이야기하고 있다. 연합뉴스


장수탕의 호황기는 우리나라 근대화 시기와 궤를 같이한다. 배 할머니가 시집온 1960년대 후반에만 해도 방어진에는 목욕탕이 장수탕 하나뿐이었다고 한다. 톱밥과 나무로 불을 때 목욕탕 물을 데우고, 버스도 제대로 다니지 않던 시절이었지만 7㎞가량 떨어진 다른 동네에서도 손님이 찾아왔다. 설이나 추석 등 명절에는 탕이 이른 아침부터 사람들로 가득 찬 탓에 손님을 더 받을 수 없어 아예 문을 걸어 잠그기도 했다고 배 할머니는 회상했다. 특히 1992년 시설 현대화 후에는 손님으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서울올림픽을 치르고 나서인지 청결 의식이 바뀌면서 대중목욕탕에 손님이 많이 늘었던 때였다”며 “하루에 100만 원 정도를 번 적도 있었던 것 같다”고 배 할머니는 회상했다.

하지만 이제는 시대가 바뀌고, 피트니스센터 등을 갖춘 신식 사우나 등이 많아진 데다가 유지비 부담이 커지면서 배 할머니는 폐업을 고민 중이다. 목욕탕 물은 전기로 데운다. 전기요금이 많게는 180만 원(겨울철 기준) 정도 나온다. 할 수 없이 일반 6000원이던 목욕비를 지난 3월부터 7000원으로 1000원 올렸다.

경영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단골 손님들은 폐업할까 봐 걱정이다. 하루걸러 오다시피 하는 이웃이 많은데 대부분이 노인이다. 그나마 남탕은 손님이 없어 7년 전쯤 영업을 중단하고 지금은 여탕만 손님을 받는다.

배 할머니는 “전기요금에다가 수도요금 내고, 뭐 내고 하면 사실은 적자다. 그나마 나 혼자 일하니까 인건비가 안 들고 노인 기초연금을 보태서 근근이 현상 유지한다”며 “나도 나이가 드니 몸이 예전 같지 않지만 장수탕이 없어지면 동네 할머니들이 다른 동네까지 나가서 목욕해야 하니 마음 편히 접을 수도 없다”고 웃어 보였다.

30년 넘게 장수탕을 이용했다는 김모(80) 할머니는 “장수탕은 단순한 대중목욕탕을 넘어 현존하는 우리 방어진의 역사”라며 “장수탕이 계속 명맥을 이을 수 있도록 지자체 차원의 노력이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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