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덕신공항 자문단 무슨 말 오갔나…환경부 검토기관들의 ‘친절한 과외’
일부는 환경영향평가 준하는 검토 의견 내
“가덕도 신공항 건설에 따른 낙동강 하구의 침·퇴적 변화 등 지형 변화 조사가 필요하다.”
“매립안을 확정했다고 하더라도 토공량을 낮출 수 있는 매립 대안을 마련하라.”
1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이은주 정의당 의원이 입수한 ‘가덕도 신공항 자문단 자문회의 결과’를 보면, 가덕도 신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를 분석·검토해야 할 한국환경연구원 등 검토기관 자문위원들이 사실상 환경영향평가에 준하는 위와 같은 내용의 조언을 해준 것으로 드러났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30일 가덕도 신공항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제출하기에 앞선 4일, 환경부에 공문을 보내 환경영향평가 검토기관 출신 7명으로 ‘가덕도 신공항 환경영향평가 자문단’을 꾸렸다. 19일 세종시에서 열린 자문단 회의에는 검토기관에서 보낸 자문위원 6명을 포함해 사업자인 국토부 산하 가덕도 신공항 건립추진단 그리고 민간 용역팀 등 15명이 참가했다. 학생(국토부와 용역업체)이 채점자(검토기관)를 만나 시험(환경영향평가)을 보기 전 과외를 받은 것과 비슷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이날 회의에서 자문위원들이 가장 강조한 것은 가덕도 신공항 매립으로 인해 일어날 지형 변화였다. 이들은 낙동강 하구 사구와 주변 갯벌, 퇴적물 조성 환경이 영향받을 것이라며 구체적인 조사와 함께 평가서 작성 시 대안을 제시하라고 주문했다. 이밖에 △국수봉 남사면과 남산 동사면의 생태계 보전대책을 제시하라 △가덕도 해식애의 훼손이 불가피하니, 정밀조사를 통해 적절한 사유를 제시하라 등의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다른 환경영향평가에서 이렇게 구체적으로 검토기관이 사전 권고와 조언을 제시하는 경우는 없다.
환경영향평가 절차에 따르면, 사업자는 개발 계획이나 사업의 환경 영향을 예측∙평가하고 보전 방안을 담은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작성해 환경부에 제출해야 한다. 환경부는 이를 국립환경연구원, 국립환경과학원 등 전문 검토기관에 의뢰하는데, 이들 검토기관은 독립적이고 객관적으로 이를 분석∙검토해야 한다. 환경부는 이들 기관의 검토의견을 종합해 평가서 동의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그런데, 검토기관 검토위원들이 평가서 작성 전에 사업자 자문단으로 나서 작성 방향을 제시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이런 상황에 부담을 느낀 한국환경연구원은 지난달 4일 환경부로부터 자문위원 추천 공문을 받고 “가덕도 신공항은 현재 환경평가본부에서 검토 중인 개발사업으로 환경평가본부에서 자문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내부 의견을 달아 공문을 회람한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환경연구원은 환경영향평가 검토 부서가 아닌 연구부서 위원 두 명을 자문단에 보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또 다른 기관도 부담을 느낀 건 마찬가지였다. 이 기관 소속 자문위원은 <한겨레>에 “두 명이 자문단으로 선정됐는데, 다른 한 명은 환경영향평가를 직접 검토하는 사람이어서 (적절치 않다고 생각해) 참석하지 않는 거로 했다”고 말했다. 이 기관은 이날 환경영향평가 독립성 훼손 논란을 의식해 의견을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영향평가서 작성 등에 관한 규정’을 보면, “검토기관이 해당 사업 환경영향평가서와 직접 관련된 용역을 수행하거나 자문 등의 방법으로 관여한 경우” 검토기관에서 제외해야 한다고 나온다.
환경단체 생태지평연구소 강은주 연구실장은 “동의·부동의 등 결론만 없을 뿐 이들이 낸 자문 의견은 추후 환경영향평가 절차에서 검토기관이 내는 검토의견과 똑같다”며 “환경영향평가 규정에 따른 검토기관 제척 사유에 해당하기 때문에 그대로 평가서 검토 과정을 거친다면, 명백한 규정 위반이 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검토기관 인사들을 자문단으로 추천한 환경부 환경영향평가과 관계자는 “사업자가 환경 영향을 고려해 평가서를 최대한 잘 작성하고 사업 내용에 반영하도록 하는 게 환경영향평가의 취지”라며 “검토기관이 자문을 한 게 환경영향평가 취지에 반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은주 의원은 “환경영향평가의 취지가 내실있게 평가서를 작성하는 것이라면, 앞으로 민간사업자들이 환경부에 환경영향평가서에 대한 사전 컨설팅을 해달라고 하면 매번 자문단을 꾸려 자문해줄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며 “사업자인 국토부는 물론이고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자문위원을 추천한 환경부 또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지적했다.
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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