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괄임금 폐지하면 수당 늘어날까…실제 근로시간 놓고 분쟁 우려
이슈 분석
포괄임금제 논란
정부, 공짜 야근 부르는
포괄임금 오남용 수시감독 예고
투명한 근로시간 기록·관리 추진
대법, 근로시간 산정 어려울 때만
포괄임금 예외적으로 인정
일반 사무직에 적용 땐 무효 가능성
기업들 근로시간 관리 강화하면
담배 피우거나 커피 마시려고
자리 비우면 근로시간에서 제외
정부는 지난 3월 6일 근로시간 제도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주된 내용은 △현재의 ‘1주 단위’ 연장근로 칸막이를 없애 연장근로 관리 단위를 월, 분기, 반기, 1년 중에서 선택할 수 있게 하고, 이를 선택할 때 근로자들의 의사가 민주적으로 반영될 수 있도록 근로자대표 제도를 구체화해 규정하며 △연장근로 관리 단위 확대 시 근로자의 건강보호 조치를 의무화하고 실효적인 야간근로 보호방안을 강구하며 △실근로시간 단축과 온전한 휴식을 누릴 수 있도록 휴가 패러다임을 전환해 근로시간저축계좌제 등을 도입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야간근로 보호방안 및 실근로시간 단축과 관련해서는 근로시간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서 장시간 근로, 공짜 야근을 야기하는 포괄임금 오남용을 근절하는 것이 핵심이라면서 공정한 보상과 근로시간 선택권 확대의 기초가 되는 투명한 근로시간 기록·관리를 활성화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같은 날 위 내용을 담은 근로기준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입법예고했다.
이후 윤석열 대통령이 논란이 됐던 ‘주 69시간’ 프레임과 관련, 근로시간제도 개편 입법예고안에 대해 국민들의 의견 수렴을 지시했고 고용노동부는 광범위한 의견 수렴을 거쳐 올 하반기 새로운 근로시간 개편안을 내놓을 전망이다. 하지만 고용부는 의견 수렴을 거치되 기 발표된 제도개편안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 만큼 대폭 수정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번 근로시간 제도 개편방안은 1주에 12시간 내에서만 연장근로가 가능한 현재의 법률체계를 변경하는 것이어서 근로기준법 개정이 필요하고, 따라서 국회에서 개정 법률안이 통과돼야 실행 가능한 안이다. 과반수 의석을 보유하고 있는 야당이 반대 의사를 명확히 하는 상황에서 정부의 이번 개편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이지만, 포괄임금 오남용과 관련해서는 고용부가 작년 말과 올해 초 보도자료를 배포하면서 ‘포괄임금·고정OT 오남용 사업장 기획감독’을 하겠다고 여러 차례 밝힌 상황이어서 근로시간 제도 개편과 상관없이 포괄임금 오남용 관련 기획형 수시 감독은 계속 이뤄질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사실 포괄임금제는 근로기준법에 근거를 두고 있는 것이 아니라 대법원 판례에 의해 ‘감시·단속적 근로 등과 같이 근로시간, 근로 형태와 업무의 성질을 고려할 때 근로시간의 산정이 어려운 경우’에 한해 예외적으로 인정된 것으로, 근로시간의 산정이 어려운 경우가 아니라면 달리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시간에 관한 규정을 그대로 적용할 수 없다고 볼 만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근로시간 수와 상관없이 일정액을 법정수당으로 지급하는 내용의 포괄임금제 방식의 임금 지급 계약을 체결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
그리고 근로시간의 산정이 어려운 사정이 없음에도 포괄임금제 방식으로 약정된 경우 그 포괄임금에 포함된 정액의 법정수당이 근로기준법이 정한 기준에 따라 산정된 법정수당에 미달하는 때는 그에 해당하는 포괄임금제에 의한 임금지급계약 부분은 근로자에게 불이익하여 무효이고, 사용자는 근로기준법의 강행성과 보충성 원칙에 의해 근로자에게 그 미달되는 법정수당을 지급할 의무가 있다(대법원 2010. 5. 13. 선고 2008다6052 판결 등 다수).
그 결과 근로시간의 산정이 어렵지 않은 직종(예를 들어 일반 사무직)의 경우는 포괄임금제가 무효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고, 그에 따라 포괄임금제에서 정한 약정수당과 실제 연장, 야간, 휴일근로에 대해 근로기준법에 따라 산정된 법정수당과의 차액 지급 문제가 발생할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만약 현재 시행하고 있는 포괄임금제의 내용이 △‘임금 300만원(연장, 야간, 휴일 포함)’이라는 형태로 기본임금과 수당이 구분돼 있지 않은 경우나 △‘300만원=기본임금 200만원+법정수당 100만원(연장, 야간, 휴일 포함)’과 같이 기본임금과 수당 총액은 구분되나 개별 수당 간 금액은 구분되지 않는 형태인 경우에는 포괄임금제의 무효를 넘어 그와 같은 방식으로 포괄임금이 규정된 이유나 경위 등에 따라서는 자칫 300만원 전부가 소정근로에 대한 임금으로서 기본급이 되고, 이를 기준으로 법정수당을 계산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따라서 포괄임금제를 시행하고 있는 기업들로서는 근로시간의 산정이 어렵지 않은 직종이어서 포괄임금제가 무효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는지, 어떤 경위와 형태로 포괄임금제를 규정하고 있는지 살펴보고, 무효인 경우 추가로 부담하게 될 법정수당 규모를 예측해 임금체계를 개선해야 할지 여부를 고민해야 할 상황이 생길 수 있겠다.
한편 포괄임금제를 폐지하고 임금체계를 근로기준법에 맞춰 개편하려면 해당 기업들로서는 무엇보다 근로시간 확인을 위한 시스템을 갖출 필요가 있을 것이다. 정확한 법정수당의 산정을 위해서는 근로시간 기록과 관리가 매우 중요해지기 때문이다. 그런데 만약 기업들이 근로시간의 정확하고 철저한 관리, 기록을 위한 시스템이나 제도를 만들게 되면 생각지도 않았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종전에 비해 철저한 근로시간 관리로 인해 실근로시간이 단축됨으로써 되 연장근로수당 등이 줄어들어 소득이 감소할 수 있고, 조금이라도 근로시간을 관리하고 싶은 기업으로서는 기존에는 크게 문제 삼지 않았던 근로자들의 휴식시간(예를 들어 담배를 피우거나 커피를 마시려고 근무시간 중에 자리를 이탈하는 경우)을 근로시간에서 제외하는 등 기업과 근로자들 사이에 근로시간 관리로 인한 새로운 마찰이 생길 수 있는 것이다. 정부로서는 포괄임금제가 사실상 광범위하게 자리잡고 있는 현실을 충분히 고려해 최대한 부작용을 줄일 수 있는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박진홍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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