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인 떨게 한 중대재해법, 지자체장도 겨눴다
헬기사고 유족, 지자체장 첫 고소
중대산재 26건 적용, 재판은 아직
공공사고는 국민 안전과 직결
시도 지사 등 새 리스크에 직면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사고가 민간 영역에서 공공 영역으로 넓어지고 있다. 공공 영역에서 일어나는 사고는 국민 안전과 정책에 직결된다는 점에서 특히 관심을 끈다. 중대재해법 위반에 따른 책임도 민간 영역에서는 기업의 최고경영책임자(CEO)가 타깃이지만 공공 영역에서는 공공기관장이 될 수밖에 없어 시도 지사나 지방자치단체장들로서는 새로운 리스크에 직면했다는 지적이다.
1일 노동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강원 양양에서 산불 예방 비행을 하던 헬기가 추락해 숨진 탑승자 5명의 유족은 관련 지자체장 3명을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로 고소했다. 지자체장을 상대로 한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 고소는 이번이 처음이다. 유족 측은 헬기를 공동으로 임차해 운영한 속초시와 고성군·양양군이 안전관리가 미흡했던 탓에 사고가 일어났다는 입장이다.
중대재해법의 첫 지자체 적용 사고는 지난해 4월 일어났다. 중대재해법이 시행된 지 72일 만이다. 당시 벌목 작업을 하던 근로자가 나무에 깔려 목숨을 잃었다. 고용노동부는 벌목 작업을 지시한 지자체에 대해 중대재해법 적용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공공 영역에서 중대재해법 적용 사고는 꾸준히 늘고 있다. 중대재해법 사고는 중대산업재해와 중대시민재해로 나뉜다. 중대산업재해는 고용부가, 중대시민재해는 경찰이 수사를 전담한다. 노동계에 따르면 중대재해법이 시행된 후 지난달 말까지 비민간기업에서 일어난 중대산업재해 적용 사고는 26건이다. 사고 주체를 보면 지자체가 13건으로 가장 많고 공공기관(11건), 중앙행정기관(2건) 순이다. 지난달 말까지 중대재해법 전체 사고가 266건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사고 10건 중 1건꼴로 공공 영역에서 일어난 셈이다. 다만 집계된 이 사고들은 중대재해법 적용이 가능하다고 명확하게 결론이 났다. 사고 원인이 규명되지 않은 사고들까지 합치면 중대재해법 적용 사고는 더 많을 것으로 전망된다. 예를 들어 지난달 성남에서 일어난 다리 붕괴 사고는 아직 중대재해법 적용 사고로 공식화되지 않았지만 중대시민재해가 될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양양 헬기 추락 사고도 정확한 사고 원인 규명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에 대한 수사로 이어지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공공 영역의 중대재해법 사고는 공공 안전 대책의 실효성을 가늠한다는 점에서 노동계로부터 지속적인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지자체장의 중대재해법 재판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원인은 양양 헬기 사고처럼 사고 원인 규명이 어려운 사고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중대재해법 전체 사고 중 첫 재판은 3월에 나올 정도로 이 법의 시행 기간도 짧고 사건도 적체된 상황이다. 이날까지 중대재해법 재판은 두 건에 불과한 실정이다.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공공기관 첫 압수수색도 지난해 11월 한국철도공사가 처음이다.
노동계에서는 앞으로 사고 원인이 명확한 사고 중심으로 재판 결과가 빠르게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 기관 사고는 중대재해법 수사 특성상 민간기업보다 최종 책임자를 가리기가 더 쉽고 명확하기 때문이다. 중대재해법 수사는 사고 원인과 사업을 대표하는 경영책임자를 가리는 게 관건이다. 그런데 법조계에서는 기업이 안전보건책임자(CSO)를 선임해 경영책임자와 사고 책임을 분담할 수 있다는 해석이 많다. 하지만 지자체는 구조상 CSO를 선임할 수 없다. 기관에서 일어난 사고 최종 책임이 명확하게 기관장에게 있다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김광일 한국노총 산업안전보건본부장은 “모범을 보여야 할 공공에서 일어나는 안전사고는 책임 규명을 더 철저하게 해야 한다”며 “민간기업과 달리 사고 최종 책임이 기관장으로 귀결된다는 점에서 노동 당국이 앞으로 수사 속도를 더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양종곤 기자 ggm11@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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