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고 2m 육박하는 거대한 차체 … 두 딸과 함께한 '차박'도 OK [육카일기]
캐딜락 에스컬레이드의 차체를 처음 접하자 미국차를 잘 알지도 못하면서 '미국스럽다'는 감탄사가 새어나왔다. 2m에 육박하는 전고, 성인 남성의 어깨까지 올라오는 보닛에서 뿜어져 나오는 위압감 때문이다. 한국의 대표적인 대형 SUV와 승합차들도 에스컬레이드의 옆에 서면 중형차처럼 보일 정도다. 시승 기간 동안 30~50대 남성들로부터 "우와 이거 무슨 차예요"란 질문세례를 받은 것도 이 같은 이질적 크기 덕분이다. 캐딜락의 엠블럼이 한국 대중에게 익숙지 않은 것과 별개로 거대한 차체가 주는 강렬한 인상에 길거리의 모르는 사람들까지 끌어들이는 효과가 대단했다. 유럽산 프리미엄 브랜드들이 은은한 시선을 느끼게 해주는 것과 확실히 차별화되는 부분이다.
차원이 다른 '차박' 경험
에스컬레이드의 외형이 위압감을 풍기는 가장 큰 요인은 높은 전고다. 이는 차량 내부의 쾌적함으로 이어진다. 보통 스포츠유티릴티차량(SUV)·대형승합차의 3열 좌석으로 진입하려면 몸을 구겨넣을 수밖에 없는데, 에스컬레이드에서는 적어도 다리는 펴고 차량 뒤편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 신장 1m가량의 첫째딸은 3열 시트를 접어 확보한 차박 공간에서 여유 있게 거닐었다. 차박 공간은 이동 시에는 3500ℓ의 거대한 트렁크로 변신해 정리 없이도 캠핑장비를 여유 있게 담아냈다.
2열 좌석 높이가 허리춤에 닿는 덕에 처음으로 허리를 펴고 카시트를 설치해봤다. 자세가 편하니 카시트 고리를 어떻게 찾고 끼웠는지는 기억이 잘 나지 않을 정도였다.
높고 넓은 뒤 공간에서는 차량 문을 모두 닫은 상태에서도 내부에 쾌적한 환경이 마련된다. 작은 난방장치만 휴대하니 외부 환경의 제약 없이 간편히 차박이 가능했다. 후면 창문과 선루프를 열어 주변 경관을 감상할 때 두 딸의 차박 만족도는 최고조에 달했다. 가족캠핑에 이제 막 입문했지만, 에스컬레이드를 통해 분위기 있는 차박이 가능한 덕에 무사히 주말을 보낼 수 있었다.
저런 큰 차를 운전할 수 있을까?
에스컬레이드는 1억5000만원의 높은 가격을 부담해야 하는데, 워낙 덩치가 크고 이목을 집중시키는 탓에 활용도가 제한되는 게 사실이다. 특히나 사회생활을 하는 직장인이라면 출퇴근 차량으로 활용하기는 불가능할 듯하다. 단순히 고가 자동차를 타고 다녔을 때 느낄 수 있는 눈치와 전혀 다른 시선을 받을 수 있다. 또 주차 공간이 여의치 않은 곳을 방문할 때 다른 주차장을 찾느라 시간을 많이 허비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큰 차를 운전해 여기저기 긁고 다니지 않을까 우려했던 것은 확실히 기우였다. 좁은 골목에 진입하면 차량 스크린을 통해 마치 주차 시 후방카메라와 같이 예상 이동 코스와 주변 환경을 담은 화면이 우측 스크린에 제공된다. 경차로 시작해 소형차만 7년여 간 운전해온 시승자도 전혀 문제없이 대형차로 복잡한 시내를 누빌 수 있었다.
위험 상황을 직관적으로 알려주는 햅틱 안전 경고 시트(Safety Alert Seat)가 설치돼 있는데, 차량 운전에 익숙해진 뒤에는 시트 진동이 과하게 느껴지는 감이 있었다.
차량의 주행감도 거친 외관과 달리 안락했다. 자동 10단 변속 시스템을 통해 가속과 감속이 안정적으로 이뤄졌고, 업계 최고 수준으로 인정받는 캐딜락의 서스펜션 덕분에 승차감은 더욱 부드러워졌다. 차에 타기만 하면 만화를 보여달라 떼를 쓰던 아이들도 에스컬레이드에서는 잠에 빠져드느라 정신이 없었다.
차가 넓은 탓에 주행 중 옆차선을 침범하지 않을까 걱정도 많았지만, 각종 자동보조시스템 덕분인지 오히려 평소보다도 차로 중앙에 맞춰 모범운전을 해냈다.
완벽했던 '아빠의 하차감'
이제 자동차의 '하차감'이란 표현이 대놓고 통용되는 시대다. 단순히 비싼 차를 넘어 강렬한 인상을 줘야 할 상황이라면 에스컬레이드를 따라올 차는 없을 듯하다. '아빠의 하차감' 역시 더할 나위 없다. 무엇이든 크기로 비교하고 보는 아이들이 끊임없이 거대한 차체에 감탄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문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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