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남부 산간 덮친 저온피해…골병 든 과수에 농가 ‘한숨’
전북·충북 영하권 날씨 이어져
착과 어려워져 기형·낙과 늘듯
이 회장 "정부와 협의 나설 것"
4월초 기상이변으로 기온이 뚝 떨어진 전북·충북 등 중남부 산간지역을 중심으로 과수 저온피해가 심각해 농가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전북은 4월25일 기준 13개 시·군이 1316ha(사과 904.9ha, 복숭아 143.1ha, 배 189.9ha 등) 규모의 피해를 봤다. 특히 장수군의 피해가 컸다. 27일까지 파악한 농작물 피해는 584농가 451㏊에 이르렀다. 피해 대부분은 사과농가에서 발생했다. 사과 전체 재배면적 1007ha 가운데 440.4ha가 피해 면적으로 집계됐다.
이렇게 피해가 확산한 가장 큰 이유는 3월 이상고온과 4월 이상저온 기후가 연이어 지역을 덮쳐서다. 이상고온으로 개화기가 빨라진 상태에서 갑자기 기온이 급락하면서 피해가 커진 것이다. 최근에도 꽃샘추위로 영하권까지 내려가는 날이 많아 피해가 갈수록 커지는 양상이다.
장수군 계남면에서 1만5000㎡ 규모로 사과를 재배하는 송병석씨(76)는 “한가지당 꽃대가 5개가 나왔는데 정상적인 것이 2개 정도로, 이것도 제대로 구실을 할지는 모르겠다”며 “꽃은 폈지만 암술과 수술은 고사하고 검게 변하는 현상으로 착과가 안돼 향후 기형과 발생이 우려된다”며 깊은 한숨을 쉬었다.
박덕열씨(56·장수읍 노하리)는 “사과농사 18년 만에 이런 일은 처음”이라며 “오늘 아침도 농장에 와서 온도를 측정해보니 이쪽 지역은 영하 4℃까지 내려갔다”며 “얼지 말라고 포도당을 뿌리는데 그마저도 얼어버릴 만큼 추웠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특히 높은 지대보다 낮은 지대에 있는 나무들이 꽃이 빨리 펴 피해가 큰데 암술의 씨방이 죽어 열매를 맺을 게 거의 없다”며 “한번 저온피해를 보면 내년까지 영향이 있어 지금부터가 더 걱정”이라며 망연자실했다.
무주군 역시 445ha에 이르는 지역에서 농작물 피해가 보고됐다. 전북인삼농협에 따르면 진안군 등에서도 153.3ha 규모의 인삼농가 피해가 집계됐다.
충북지역도 저온피해가 속출했다. 최근 갑작스럽게 찾아온 이상저온으로 도내 과수농가에 극심한 저온피해가 발생했다. 3월 따뜻한 날씨로 생장이 빨라져 꽃눈이 1주일 정도 먼저 생성됐는데, 3월27∼29일과 4월7∼8일 영하 2∼4에 이르는 한파가 덮치면서 피해를 키웠다.
도는 4월27일 기준 1424농가에서 721ha 규모로 피해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시·군별로는 제천이 205.4ha로 가장 컸고 보은(193.1ha)·청주(95.8ha)·괴산(72.7ha)·음성(70.8ha)이 그뒤를 이었다. 이후에도 쌀쌀한 날씨가 반복되면서 피해 규모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과수별 집계로는 사과가 859농가 438.9ha로 가장 많았다. 이어 복숭아 156.7ha, 배 38.5ha, 자두 8.8ha로 피해가 보고됐다. 체리·감자·옥수수 등 기타 작물 피해는 78.1ha로 집계됐다.
4월 개화기에 기온이 영하로 떨어지면 과수의 씨방과 꽃이 갈변하고 수정 능력을 잃기 마련이다. 과실을 아예 맺지 못할 수도 있고, 과실을 맺더라도 낙과가 발생하는 원인으로 작용한다.
보은군 삼승면 내망리에서 배농사를 짓는 차두홍씨(67)는 “농장을 한참 돌아봐야 열매 하나를 찾을 정도로 6600㎡ 농장 전체가 초토화됐다”며 “이렇게 피해를 봐도 농작물재해보험에서 보상하는 금액이 내년 농사를 준비하기에는 턱없이 적다”고 토로했다. 이어 “농민의 재기를 도울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은 4월28일 전북 장수와 충북 보은을 잇따라 찾아 농작물 피해 상황을 점검하고 지원방안을 찾았다. 이 회장은 장수지역 피해 농민들을 만나 “더이상 추가 피해가 없도록 온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피해 점검 현장에는 최훈식 장수군수, 김영일 전북농협본부장, 전북도 지역 조합장이 함께했다.
이 회장은 곧바로 보은군으로 이동해 박덕흠 국민의힘 의원(충북 보은·옥천·영동·괴산)과 삼승면 원남리 사과밭, 내망리 배밭 피해 현장을 둘러봤다. 박 의원은 “저온피해를 본 농가가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정부와 협의해 지원 대책을 발 빠르게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27일 피해가 극심한 전북 장수의 한 사과농가를 찾은 박수진 농림축산식품부 농업정책국장은 “전국 과수 저온피해 규모를 파악하고 있다”며 “농식품부 차원에서 피해 농가 구제 방안을 찾겠다”고 전했다.
농협중앙회는 피해 농가를 대상으로 영양제 할인가 공급(50%), 피해 농가 무이자자금 지원 등의 대책을 내놨다.
Copyright © 농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