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잠의 신세계 … 中企가 쏘아올린 '슬립테크' 빅뱅
수면에 IT 결합한 혁신경쟁에
LG·코웨이 등 대기업도 가세
수면 자세 맞춰 매트리스 조절
코골이·무호흡 감지 베개도
AI 딥러닝 기술로 '꿀잠' 보장
수면에 정보기술(IT)을 결합한 '슬립테크'가 각광받는 가운데 덩치 큰 대기업까지 경쟁에 가세하면서 기존에 관련 사업을 영위하던 국내 중소기업 및 스타트업과 한판 경쟁을 벌이고 있다. 실제로 국내 슬립테크 시장에는 '수면의 대명사' 이미지를 갖고 있는 전통적인 침구류·침대 업체는 물론 LG전자와 코웨이 등 코스피에 상장된 다양한 분야의 기업이 뛰어들면서 경쟁에 불을 지피고 있다.
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표적으로 LG전자가 올해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 2023)에 참여해 스마트 수면케어 솔루션 '브리즈'를 선보이는 등 제품 상용화에 가속도를 내고 있다.
브리즈는 고객이 편하게 잠들 수 있게 유도하고 수면 상태를 실시간 분석·관리해 주는데, 뇌파를 측정하고 수면 유도 소리를 들려주는 무선 이어셋 형태다. 이 이어셋을 쓰고 잠에 들면 고객의 수면 데이터가 분석돼 숙면을 위한 솔루션을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확인할 수 있다.
코웨이도 지난해 CES 2022에서 스마트 매트리스를 최초 공개하는 등 슬립테크 시장에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스마트 매트리스는 디지털 기술과 수면케어를 결합한 제품으로, 기존 매트리스 스프링을 대신해 공기를 활용한 슬립셀을 적용한 게 특징이다. 이를 통해 사용자 체형과 수면 자세에 맞춰 매트리스 안에서 슬립셀이 공기압 변화를 감지하고 최적화된 수면 환경을 제공한다.
이처럼 덩치 큰 업체들이 자체 기술력으로 슬립테크 제품을 잇달아 선보이면서 국내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은 긴장하고 있다. 자체 개발한 수면 진단, 숙면 유도 기술을 대기업에 이전하려고 했으나 실패하는 사례도 나오는 형국이다.
직원 10명 미만인 서울 소재 한 슬렙테크 업체 대표는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를 적용한 건강 모니터링·숙면 유도 기술을 삼성전자, LG전자 등에 기술 이전해 보려고 했지만 거절당했다"며 "정말 획기적인 소프트웨어가 아닌 이상 국내 슬립테크 시장에서 중소기업·스타트업이 큰 기업을 이기기란 쉽지 않은 실정"이라고 전했다.
이 때문에 국내 슬립테크 업체들은 국내외 굴지 기업과 경쟁 대신 협력을 모색하는 분위기다. 미국 CES에서 올해까지 3회 연속 혁신상을 받은 텐마인즈의 행보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지난 4월 LG헬로비전의 LG헬로렌탈을 통해 베개 렌탈 사업을 개시했다. 베개만 특화해 렌탈 사업을 시작한 것은 텐마인즈가 국내 최초다.
장승웅 텐마인즈 대표는 "단순히 베개 렌탈만 해주는 차원을 넘어 스마트폰과 연계된 AI 소프트웨어를 통해 코골이 유무를 비롯한 건강 모니터링도 한다"며 "이렇게 축적된 데이터는 가족 구성원에게 공유가 가능해 자녀가 노부모 건강까지 챙길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고 말했다.
텐마인즈가 개발한 AI 기반 코골이 방지 베개 '모션필로우'는 지난해 11월 정식 출시됐다. 모션필로우는 AI가 코 고는 소리에 반응해 내장된 에어백을 천천히 불리는 방식으로 머리를 회전시켜 기도를 확보하고 코골이 완화를 도와준다. 텐마인즈에 따르면 시장 출시 전 '코슬립 수면클리닉'과 함께 사용자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시험 참가자 중 93.7%가 코골이 감소를 경험했다.
경쟁업체인 스타트업 퓨어렉스는 AI 솔루션을 통해 코골이뿐만 아니라 수면 무호흡까지 감지하는 베개를 선보여 주목을 끌고 있다. 이 회사는 최근 미국 빅테크 기업 엔비디아와 손을 잡았는데, AI·딥러닝 분야 최강자인 엔비디아 소프트웨어를 탑재한 베개 제품을 연내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코골이 환자와 수면 무호흡 환자의 수면 및 수면 중 호흡 데이터를 딥러닝한 엔비디아의 AI 소프트웨어를 베개 외부 기기에 탑재하는 개념이다. 엔비디아 AI 소프트웨어를 탑재한 센서가 수면자 호흡 및 호흡 멈춤 현상을 실시간으로 정밀 측정하기 때문에 제품 출시가 이뤄진다면 수면시장에 적잖은 반향이 예상된다.
AI 수면 모니터링 기술을 내세우는 에이슬립의 행보도 눈길을 끈다. 전 세계 7000여 명의 수면 중 호흡 데이터를 딥러닝한 AI 수면 진단 솔루션을 보유한 곳이다. 이미 구글과 아마존을 비롯한 미국 빅테크 기업은 물론, 세계 1위 화장품 기업 로레알과도 협력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해 10월에는 아모레퍼시픽과 에이슬립의 AI 수면 진단 앱을 화장품 개발에 활용하는 업무협약(MOU)을 맺은 바 있다.
에이스립은 '슬립 모니터링(수면 진단)'이 슬립테크 업계 중심이 될 것이라는 판단으로 2020년 설립 이전부터 불면증과 수면 무호흡증 등을 겪는 환자를 비롯한 수면자의 호흡 '사운드'를 AI로 꾸준히 딥러닝하고 있다. 사운드 기반 수면 데이터를 7000명 이상 보유한 곳은 전 세계에서 에이슬립이 유일하다. 이동헌 에이슬립 대표는 "국내외 주요 업체의 다양한 시스템에 에이슬립의 AI 수면 진단 솔루션을 결합하는 방식을 구체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시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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