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수출 40% 급감 '직격탄'..."무역적자 폭은 줄고 있어"
우리나라 올해 1~4월 무역적자가 250억달러를 웃돌면서 사상 최대를 기록했던 지난 한 해(447억9000만달러) 무역적자의 절반을 넘어섰다. 최대 수출 품목인 반도체 업황이 악화되면서 수출은 지난해 10월 이후 7개월 연속 전년대비 감소했고 무역수지 적자 기록은 14개월 째 진행 중이다. 정부는 중국의 경제 재개 효과가 나타나는 하반기가 돼서야 수출이 회복될 것으로 전망한다. 중국 수출 회복을 위한 전략을 포함, 강력한 수출지원 방안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와 관세청이 발표한 '2023년 4월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액은 496억20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4.2% 감소했다. 수입은 같은 기간 13.3% 감소한 522억3000만달러다. 수출에서 수입을 뺀 무역수지는 26억2000만달러로 지난해 3월이후 14개월 연속 무역적자를 이어갔다.
산업부 관계자는 "4월 수출은 글로벌 경기회복 지연, 반도체 업황 부진, 조업일수 하루 감소 등으로 전년대비 감소했다"며 "지난해 4월 수출이 역대 4월 중 최고실적(578억 달러)을 기록한 데 따른 역(逆)기저효과도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반면 최대 수출품목인 반도체가 수출액이 전년 대비 41% 줄어들면서 전체 수출 감소를 이끌었다. 수출 비중의 60% 가량을 차지하는 D램·낸드플래시 등 메모리반도체 제품은 수요 약세로 가격이 급락했다. D램 고정가격은 지난해 1~4월 3.41달러에서 올해 4월 1.45달러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디스플레이 수출 역시 29.3% 감소했다. 석유화학과 철강은 각각 23.8%, 10.7% 줄었다. 반도체의 가격 하락 지속, 유가 하락에 따른 석유제품·석유화학 단기하락, 철강 가격 하락이 4월 수출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지역별로 EU와 중동은 전년 대비 각각 9.9%, 30.7% 증가하면서 증가세를 이어갔다. 자동차 수출 호조와 인프라 투자와 관련된 철강·일반기계 등 수출이 늘어난 데 따른 것이다.
반면 중국, 베트남, 홍콩, 대만 등으로의 반도체·철강제품 등 중간재 수출 부진은 심화됐다. 반도체 수출 비중이 높은 중국과 아세안에 대한 수출은 각각 26.5%, 26.3% 감소했다. 중국을 비롯해 아세안 내 최대 교역국인 베트남의 수입수요는 아직까지 본격적인 회복세를 보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에 대한 수출도 지난해 4월 수출 호조에 따른 역기저효과로 4.4% 소폭 감소했다.
김완기 산업부 무역투자실장은 "에너지 수입이 줄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지난 10년간 매년 4월 에너지 수입 평균인 90억 달러보다는 큰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에너지 수입이 여전히 무역수지에 큰 부담이 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1~4월 무역적자 누적액은 250억2000만 달러로 연간 기준 역대 최대였던 지난해 무역적자의 52.3%를 차지했다. 무역적자는 지난 1월 125억1100만달러로 정점을 찍은 뒤 2월 52억6800만달러, 3월 46억2100만달러, 4월 26억2000만달러를 기록하는 등 점차 감소하며 개선되는 추세다.
이와 관련 김 실장은 "무역적자가 상반기에 집중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수치상으로는 높지만 1월부터 2월, 3월, 4월 무역수지 적자 규모가 상당히 큰 폭으로 개선되고 있다"며 "무역적자가 흑자로 반전되는 시기가 수출 감소세가 증가세로 반등되는 시점보다 조금 더 빨리 올 것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산업부는 최대 수출 대상국인 중국 경제재개 효과가 나타나는 하반기가 돼서야 수출 환경이 나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김 실장은 "1분기엔 중국 내 재고가 상당히 많은 상황이어서 중국 경제재개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며 "2분기와 3분기가 지나면서 중국 내 경제활동 재개 효과가 서서히 나타날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현 상황에 대해 "현재 최대 수출 대상국으로서의 중국과 미국의 (수출액) 격차가 많이 줄어들고 있고 최대 수출품목으로서 반도체와 자동차 간의 격차가 많이 줄어들고 있다"면서도 "반도체 업황이 개선되고 중국 경제활동 재개 효과가 나타나게 되면 최대 수출 대상국으로서의 중국, 최대 수출품목으로서의 반도체 지위를 바꿀 정도까지는 아닌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중국 수출 회복을 위한 전략으론 "한중 산업통상 부처 간 고위급 협력채널 등 입체적 협력채널 구축에 힘쓰는 한편, 경제활동 재개에 따른 내수 확대, 새로운 소비 트렌드와 연계한 프리미엄 소비재 수출 지원 강화 등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중장기적으로는 우리 수출산업의 본원적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반도체 등의 기술개발 투자, 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조성, 투자세액공제 확대 등의 정책적 지원을 적극 추진해 나갈 것"이라며 "이번 한미 정상회담,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 등을 포함한 미국 순방성과가 수출확대로 이어질 수 있도록 비즈니스 기회 창출 및 시장 개척도 적극 지원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세종=최민경 기자 eyes0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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