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전세사기 피해자의 기존 전세대출 ‘20년간 분할상환’ 추진
정부가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될 경우 기존 전세대출을 20년간 나눠서 갚게 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토부는 지난 30일 열린 전세사기 피해 지원 특별법안 유튜브·줌 설명회에서 이같은 방안을 처음 언급했다.
정부는 지난 27일 전세사기 주택이 경·공매로 넘어간 경우 피해 임차인에게 ‘우선매수권’을 부여하겠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임차인이 우선매수권을 행사해 주택을 낙찰받는 그 즉시 기존 전세대출을 상환해야 한다는 점이었다.
‘20년 분할상환안’은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추진된다. 정부는 전세대출 보증기관인 주택금융공사(HF)가 만기가 돌아온 피해자의 전세대출을 먼저 은행 등 금융기관에 갚은 뒤, 임차인에게 20년간 분할 상환받는 제도를 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피해자들은 추가 전세대출, 경매자금 대출, 신규주택 구입자금 대출을 중복해서 이용 가능하다.
다만 이같은 분할상환 지원을 받으려면 정부가 제시한 6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정부가 제시한 피해지원 요건은 ▲대항력을 갖추고 확정일자를 받은 임차인 ▲임차주택 경·공매 진행 ▲면적·보증금 등을 고려한 서민임차주택 ▲수사개시 등 전세사기 의도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 ▲다수 피해자가 발생할 우려 ▲보증금 상당액이 미반환될 우려 등이다.
이날 설명회에서는 “피해자 선정 기준이 까다롭다” “요건 중 ‘전세사기 의도’가 모호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자신이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받을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도 잇따랐다.
정부는 피해 주택에 선순위 근저당이 있더라도 임차인이 주택의 인도와 전입신고 요건을 갖췄다면 대항력이 있는 것으로 보겠다고 했다. 이에 따르면 후순위 채권자인 인천 미추홀구 ‘건축왕’ 남모씨 피해자들도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경·공매 절차 개시’ 요건의 경우, 집행권원(청구 권리와 강제 집행 권한을 명시한 공문서)만 있으면 전세사기 피해자로 인정받을 수 있다.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임차인은 법원에 전세보증금 반환소송을 제기해 집행권원을 확보하고 강제경매 절차 등에 들어가게 된다.
임대인의 국세 체납으로 집이 압류돼 있어도 특별법안의 피해 지원 대상에 포함된다.
기존에 발표된 정책의 구체적인 시행 시점을 묻는 피해자들의 질문도 이어졌다.
정부에 따르면, 기존 전세대출을 저리로 갈아탈 수 있도록 한 대환대출의 경우 지금은 HF 보증 대출만 대환이 되고 있지만 하반기부터는 SGI서울보증이 보증한 전세대출에 대한 대환도 가능해진다.
기존 대출을 연체한 피해자의 연체정보도 삭제해준다. 김태훈 금융위원회 거시금융팀장은 “특별법안이 통과된다면 법 시행 전 연체정보도 소급 삭제해 신용등급이 올라갈 수 있게 하겠다”고 했다.
이밖에 ‘연소득 7000만원 이하’ 등 대출 지원 요건을 없애고, 2년 한시인 특별법 적용 기간을 늘려달라는 요구도 나왔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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