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나면 치솟는 ‘연체율’…4대금융지주, 충당금 2배 쌓고 위험 대비
가계대출 연체율 2년 반 만에 ‘최고’
2금융권 기업 대출 연체율도 높아
고금리, 경기둔화 등의 영향으로 연체율이 상승하는 등 건전성 지표가 악화하면서, 위험 관리가 금융권의 중대 과제로 떠올랐다. 금융권은 충당금을 대폭 쌓고 있지만 고금리가 장기화하는 이상 연체율 상승세가 계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신한·하나·우리금융지주는 지난 1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2.4배 증가한 1조7338억원의 신용손실 충당금을 쌓았다.
지주사별로 보면 KB금융은 전년 동기 대비 4.6배인 6682억원, 신한금융은 89.4% 많은 4610억원의 충당금을 전입했다. 하나금융은 108.5% 불어난 3432억원, 우리금융도 57.4% 증가한 2614억원의 충당금을 쌓았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연체율이 눈에 띄게 오르고 있어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월 말 국내은행의 원화 대출(가계·기업) 연체율은 0.36%로, 한 달 사이 0.05%포인트 올랐다. 2020년 8월(0.38%) 이후 2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차주(대출받은 사람)별로 보면 기업 대출 연체율은 0.39%, 가계대출은 0.32%로, 전달 대비 각각 0.05%포인트, 0.04%포인트 올랐다.
한국은행 통계에서도 국내은행 가계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3분기 0.19%에서 4분기 0.24%로 0.05%포인트 올랐다. 2020년 2분기(0.25%) 이후 2년 반 만에 최고 수준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3개 이상 금융회사에서 대출받은 다중채무자 등을 중심으로 가계·개인사업자 대출 연체율이 오르고 있다”라며 “고금리·고환율·고물가와 이에 따른 경기둔화로 기업 대출 연체율도 상승 중”이라고 말했다.
한은이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양경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기업 대출 현황 자료를 보면 지난해 말 국내 금융권의 기업 대출 잔액은 은행·2금융권을 합해 1874조원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대유행 직전인 2019년 말 대비 48.3% 증가했을 뿐 아니라 역대 최대 규모다.
2금융권만 따로 보면 기업 대출 잔액은 2019년 말 357조2000억원에서 2022년 말 652조4000억원으로 82.6% 급증했다.
연체율도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2금융권의 기업 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지난해 4분기 2.24%로, 전 분기보다 0.43%포인트 올랐다. 2016년 1분기(2.44%) 이후 6년 9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업권별로 보면 상호금융 연체율이 3.30%로 집계됐고, 저축은행 2.83%, 여신전문금융사(카드·캐피털 등) 1.01%, 보험사 0.15% 등이다. 상호금융의 경우 2020년 1분기(3.19%) 이후 처음으로 연체율이 3%를 돌파했다.
금융권에선 6개월이나 1년 단위로 돌아오는 변동금리 갱신 주기를 고려했을 때 올해 2분기 안에 거의 모든 차주에게 높은 금리가 적용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렇게 되면 차주 대다수의 상환 부담이 커지고, 연체율이 오를 가능성도 커진다.
2020년 1분기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시작된 코로나19 금융지원(대출 만기 연장·이자 상환 유예)이 오는 9월 종료된다면 이 또한 연체율을 끌어올리는 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희진 기자 dais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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