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비록] 장위10구역 "교회 빼고 재개발 하는 게 이득"

신유진 기자 2023. 5. 1.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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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정비록]은 '도시정비사업 기록'의 줄임말입니다. 재건축·재개발 사업은 해당 조합과 지역 주민들은 물론, 건설업계에도 중요한 이슈입니다. 도시정비계획은 신규 분양을 위한 사업 투자뿐 아니라 부동산 시장의 방향성을 이해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현장을 직접 찾아 낡은 집을 새집으로 바꿔가는 모습을 생생하게 전달하겠습니다.

지난 4월24일 사거리에서 바라본 서울 성북구 장위동 68-37일대. '애국 순찰팀'의 붉은 텐트가 보이며 그 옆에는 교회로 가는 입구가 보인다. /사진=신유진 기자
서울 성북구 장위10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이 전광훈 목사의 사랑제일교회와 갈등을 빚으며 사업 속도가 더뎌지고 있다. 조합이 교회를 상대로 제기한 명도소송에서 승소했지만 신도들의 저항으로 강제 집행을 할 수 없고 보상금 500억원을 지급키로 합의했지만 최근 전광훈 목사가 "교회를 이전하지 않겠다"고 입장을 번복했기 때문이다.

조합 측은 공사기간과 함께 대폭 증가하는 비용이 교회와의 합의금(500억원)보다 오히려 금전적 손실이 적다며 교회를 제외한 채 재개발을 진행키로 결정했다. 교회와의 줄다리기 싸움에서 더는 끌려다닐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조합 측은 앞으로도 교회와 합의는 없다며 강경한 의지를 표명했다.

지난 4월24일 찾은 서울 성북구 장위동 68-37일대. 지하철 6호선 돌곶이역에서 내려 출구에서 재개발 사업지까지 걸어서 1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사업지 일대 주택들은 모두 철거됐고 그 자리엔 공사장 가림막이 설치돼 있었다. 가림막엔 '접근금지' 문구가 적혀 있는 붉은색 안전띠가 둘러져 있었다.

교회로 진입하기 위해선 오르막길을 걸어 올라야 한다. 진입로 초입부에는 '애국 순찰팀'이란 교회 관계자들이 설치한 붉은색 텐트가 지난해 1월 찾았을 당시 같은 모습 그대로 자리잡고 있었다.


덩그러니 자리한 '교회', 이주 문제 해결 안돼


교회로 들어가는 철문 옆에 '사랑제일교회 등록을 환영합니다'라는 문구가 적혀있는 교회 새신자 등록처가 보인다. /사진=신유진 기자
주택은 철거됐고 조합원들은 이주를 모두 마친 상태다. 흡사 황무지 위에 교회만 덩그러니 있는 모습이다. 교회 근처로 가니 몇몇 관계자들이 돌아다니거나 신도들이 교회 안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교회 입구 앞엔 작은 비닐 천막이 설치돼 있었고 '사랑제일교회 등록을 환영합니다'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교회 새 신자 등록처였다. 교회 주위엔 철판·철근 등 쓰다 버린 공사 물품들과 각종 쓰레기가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이곳에서 만난 60대 주민은 "교회만 덩그러니 있는 것이 좋아 보이지 않는다"며 "교회를 빼고 사업을 진행하면 사업성이 떨어진다고 하지만 오죽하면 그랬겠냐"고 말했다. 혼자 덩그러니 놓여 있는 사랑제일교회는 여전히 철거·이주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이다. 교회와 조합 측은 관련 철거와 이주 문제로 소송, 합의 등 여러 시도를 했지만 모두 수포로 돌아갔다.

양측은 보상금을 두고 오래전부터 갈등을 빚어왔다. 교회 보상금 문제와 관련, 조합은 서울시 토지수용위원회 감정평가에 따른 82억원과 종교 부지 보상금을 지급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교회 측은 563억원을 요구하면서 양측은 결국 소송전에 돌입했고 조합은 교회를 상대로 제기한 명도소송 1·2·3심에서 모두 승소했다. 법원은 조합에게 교회를 강제 철거할 수 있는 권한을 줬다. 하지만 여섯 차례에 걸친 강제집행 시도는 신도들의 격렬한 저항으로 모두 실패했다.

시간이 지체될수록 손해를 보는 쪽은 조합이었다. 입주날짜가 늦어지기 때문이다. 이에 조합은 지난해 9월 교회 측에 500억원의 보상금과 재개발 구역 내 부지를 제공하는 조건을 내걸면서 교회 이주에 합의했다. 하지만 교회 측이 4월 이주 조건으로 전용 84㎡ 아파트 두 채를 추가 요구했다.


교회, 인근 지역 사우나 건물 180억원 매입 시도… 장위10구역에 불똥


또 다른 골목길로 진입하니 교회 건물 주위엔 철판·철근 등 쓰다 버린 공사 물품들과 각종 쓰레기가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사진=신유진 기자
이후 교회는 신도들이 머물 수 있는 예비 거처를 마련한다며 인근 장위8구역 내 사우나 건물 부지를 180억원을 주고 매입하려 했다. 현재 장위8구역은 2021년 3월 공공재개발 2차 후보지로 선정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됐다. 교회가 건물을 매입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장위8구역 재개발준비위원회는 토지거래 불허를 요청하는 탄원서 3800여장을 모아 성북구청에 제출했다. 이에 성북구청은 지난 3월31일 교회 측에 토지거래허가를 불허한다고 통보했다.

장위8구역 주민들이 교회 측의 건물 매입을 반대하는 이유는 '알박기'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당시 장위8구역 재개발추진위는 "구청이 토지거래를 허가해주면 사업추진이 지연되고 주민들의 부담금이 높아져 피해가 커질 것"이라며 "공공의 이익을 심각하게 침해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해당 지역 주민들은 교회 측이 장위10구역에서 500억원 넘는 보상금을 받은 것과 관련해 유사 사례가 반복될 수 있음을 우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장위8구역과 교회 사이의 갈등은 장위10구역으로 불똥이 튀었다. 전 목사는 최근 "주민 편의를 위해 손해를 봐가면서 500억원으로 조합과 합의했지만 '알박기' 보도로 교회 이전 절차를 중지했다"면서 일부 언론의 '알박기' 보도로 장위8구역 내 부지 매입이 무산됐기 때문에 이주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장위10구역 재개발 사업지. 조합원들이 살던 주택은 모두 철거됐고 사람의 접근을 막는 붉은색 안전띠가 보인다. /사진=신유진 기자

이에 조합 측은 지난 4월20일 장위10구역 조합은 제56차 대의원회를 열어 2022년 결산보고를 하면서 ▲사랑제일교회 종교시설 포괄적 합의 해제의 건 ▲사랑제일교회 제척의 건 등의 안건을 원안 가결했다. 이날 대의원 49명 중 45명이 찬성했고 3명은 반대, 1명이 기권·무효 표를 던졌다. 정비계획을 다시 짜려면 사업 기간이 최소 1년 이상 더 길어지지만 입장을 계속해서 번복하는 교회를 안고 사업을 이끌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조합은 재정비촉진계획 변경을 위한 절차에 나설 예정이다. 변경안을 적용하기 위해선 성북구청과 서울시청 심의와 건축심의 등이 필요하다.

사업시행계획변경인가, 관리처분계획 변경인가도 거쳐야 한다. 조합 측은 교회를 빼고 재개발 사업을 진행하면 사업 기간은 늘어나지만 금융 손실 비용은 없다고 설명했다. 교회 측과 합의한 500억원으로 이자 비용을 내고도 남는다는 것이다. 조합 관계자는 "조합원들이 입주하는 기간이 늦어질 뿐 금전적 손해는 없다"며 "매달 이자로 15억원 정도가 발생하는데 사업 기간 지체로 1년 반 동안 이자가 발생해도 270억원이어서 (교회 줄 돈이) 남는다"고 말했다.

신유진 기자 yujin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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