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과이 ‘친대만’ 집권당 대선승리…남미 내 유일 수교국 남아

대만 외교부 “새 정부와 협력 지속” 환영 성명
야, ‘대만 단교 뒤 중 수교’ 내세워 국제사회 눈길

30일 파라과이 수도 아순시온에서 집권 콜로라도당 소속 산티아고 페냐 후보가 대선 승리를 축하하며 손을 들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대만과 수교를 이어갈지를 두고 국제 사회의 큰 관심을 끌었던 파라과이 대선에서 ‘친대만’ 성향의 산티아고 페냐(44) 집권당 후보가 승리했다.

집권 콜로라도당(공화국민연합당·ANR) 소속 페냐 후보는 30일 열린 대선에서 개표율 92.24%인 현재 43.07%를 확보해 27.49%에 그친 정통급진자유당(PLRA·급진자유당)의 에프라인 알레그레(60) 후보를 눌렀다고 <에이피>(AP) 통신 등이 전했다.

애초 박빙 승부가 될 것으로 예상됐지만 예상 밖으로 표차가 벌어졌다. 페냐 당선자는 수도 아순시온에 있는 당사에서 한 연설에서 “콜로라도당의 위대한 승리다. 여러분과 함께 조국의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 앞장설 것”이라고 말했다. 알레그레 후보도 패배를 인정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이코노미스트 출신으로 재무부 장관을 지냈던 페냐 당선자는 오는 8월15일 임기 5년 대통령에 취임한다.

이번 대선 초·중반 여론조사에서 좌파 성향 야당 후보인 알레그레가 1위를 기록하며 정권 교체가 이뤄질지 모른다는 예상이 나왔다. 버스 운전기사의 아들로 ‘보통 사람’을 자처했던 그는 부패 척결 의지를 강조하며 여당을 수시로 마피아에 비유하며 공격했다. 결국 이런 강경 발언이 중도파의 표심을 잡는 데 오히려 독이 된 것으로 보인다. 전 상원의원으로 동료 의원과 싸움을 벌이다 의회에서 쫓겨난 전력이 있는 파라과요 쿠바스 국가십자군당 후보가 23% 득표율로 3위를 기록해 알레그레의 표를 상당 부분 잠식했다. 1947년 이후 4년(2008~2012년)을 제외하고 71년간 집권한 콜로라도당의 조직력이 예상보다 강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인구 670만명 파라과이 대선 ‘국내 쟁점’은 경제와 부패 그리고 범죄 문제였지만, 세계의 주목을 받은 이유는 따로 있었다. 세계에서 대만과 국교를 유지하고 있는 13개국 중 하나이고 남미 내 유일한 수교국이기 때문이었다. 1957년 파라과이는 대만과 수교했으며, 아순시온에는 장제스 대만 초대 총통 동상이 서 있다. 대만도 2003년 완공된 파라과이 국회의사당 건설에 2000만달러(약 268억2000만원)를 보내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그러나 농축산업이 주요 산업인 파라과이는 중국과 수교하지 못해 주로 수출품인 소고기·콩 등을 거대 시장인 중국에 수출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농업 관계자들이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수교하기를 요구해왔다. 이 요구를 받아안은 알레그레 후보는 “대선에서 승리하면 대만과 외교관계를 끝낼 수 있다”고 선거운동 때 공언했다. 세계적으로도 중미 국가 온두라스가 지난 3월 82년 만에 중국과 새로 국교를 맺는 등 대만의 수교국은 갈수록 줄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 페냐 후보가 승리하면서 대만은 한숨 돌리게 됐다. 대만 외교부는 1일 페냐 후보 당선을 축하하는 성명을 내어 “민주, 자유 등 공유하는 가치와 양국의 전통적 우호를 바탕으로 파라과이 새 정부와 협력과 교류를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기원 기자 garde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