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남부 대반격 초읽기···러는 내부 분열에 ‘혼란’
러시아, 병참 책임자 국방부 차관 교체
CNN “대반격 앞두고 러군 분열상 드러나”
우크라 ‘성공’ 가능성 두고는 엇갈린 평가
우크라이나가 남부 러시아 점령지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는 등 ‘대반격’에 시동을 거는 모양새다. 우크라이나의 ‘봄철 대반격설’이 무르익은 가운데 최근 최전선에서 우크라이나군의 병력 이동과 포격 횟수도 증가했다. 다만 대반격의 성공 가능성을 두고서는 관측이 엇갈린다. 러시아군도 방어 태세를 갖추고 있지만, 대공세를 앞두고 전열이 흐트러진 모습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서방으로부터 주력전차 등 중무기를 지원 받은 우크라이나가 ‘봄철 대반격’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은 올해 초부터 일찌감치 제기돼 왔다. 다만 무기 부족 등을 이유로 시기는 계속 미뤄졌다. 최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정확한 시점을 언급하지 않으면서도 “공세가 곧 시작될 것”이라고 공언했고, 올렉시 레즈니코우 국방장관도 “준비가 거의 마무리 단계”라고 하는 등 무르익은 분위기를 전했다.
우크라, 크름반도 유류시설 공격 시인…“대반격 위한 준비”
이런 가운데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러시아가 점령한 크름(크림)반도 내 러시아 함대의 유류저장고를 겨냥한 공격이 대반격의 ‘신호탄’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은 30일 이 공격이 자국군에 의한 것이며 “러시아의 병참 기지를 파괴한 것은 우리 군의 반격을 위한 준비 중 하나”라고 밝혔다.
러시아 흑해 함대가 주둔하고 있는 크름반도 항구도시 세바스토폴에서는 최근 들어 고속무인정과 드론 등을 활용한 공격이 눈에 띄게 늘었지만, 우크라이나군이 공격 주체임을 시인한 적은 거의 없다.
미 CNN은 이날 “(우크라이나군의) 대반격이 이미 시작됐을 수도 있고, 몇주 뒤에 시작될 수도 있다”며 “시기를 가늠할 수 없다는 것 자체가 현 시점에서 우크라이나군이 성공을 거두고 있다는 강력한 척도”라고 평가했다.
우크라이나군의 ‘봄철 대반격’이 남부의 러시아 점령지 탈환을 목표로 이뤄질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남동부 자포리자가 구심점이 될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러, 남부에 참호 등 방어선 구축…대반격 앞두고 내부 분열상도
지난해 가을 북동부 하르키우와 남부 헤르손 지역을 탈환 당한 러시아군은 자포리자 점령지를 사수하기 위한 방어 태세를 구축하고 있다. 러시아군은 최근 자포리자주 폴로히 인근에 30㎞에 달하는 대규모 참호를 만든 것으로 파악됐다. 러시아군이 크름반도 진입로 등 남부 일대에 ‘용의 이빨’로 불리는 대전차 장애물과 지뢰밭, 참호 등을 파고 있는 정황도 최근 위성사진을 통해 확인되기도 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의 반격을 앞두고 러시아군이 내부 분열상을 드러내며 우왕좌왕한 모습을 잇달아 노출하고 있다고 미 CNN은 보도했다. 이 방송은 “(러시아군이) 마치 한밤 중 술집에서 난투극이 벌어진듯 전열이 흐트러진 모습”이라고 평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러시아군의 병참 최고 책임자로 지난해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 포격을 주도해 ‘마리우폴의 도살자’로 불렸던 미하일 미진체프 국방부 차관을 해임했다. 대반격을 앞두고 병참 책임자를 교체한 것은 이례적으로, 전날 크름반도 유류저장소가 우크라이나의 공격을 받아 군수물자 조달에 차질이 빚어진 것이 경질의 원인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를 두고 CNN은 “우크라이나의 반격에 앞서 주요 인사를 해임한 것은 혼란상을 노출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기에 동부 격전지 바흐무트 공격을 맡아온 러시아의 민간용병기업(PMC) 와그너 그룹의 수장이 포탄 부족이 해결되지 않으면 바흐무트에서 철수하겠다며 군 수뇌부를 사실상 ‘협박’하고 나선 것도 군의 분열상을 가중시키고 있다.
https://www.khan.co.kr/world/europe-russia/article/202304301535001
CNN은 “우크라이나가 행동에 나서기까지 시간은 점점 더 촉박해지고 있지만, 러시아 내부의 우유부단함과 경쟁, 분열의 정도는 점점 더 심각해질 뿐”이라고 덧붙였다.
우크라, 대반격 성공할까…“준비 부족에도 강경파에 떠밀려” 회의론도
우크라이나가 대반격에 나서더라도 러시아의 방어 태세를 뚫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적지 않다.
영국의 러시아 전문 조사기관인 마야크인텔리전스의 마크 갈레오티는 최근 선데이타임스 기고문에서 우크라이나 정부가 준비 부족에도 내부 강경파의 압박으로 대반격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우크라이나는 충분한 방공망과 탄약을 갖추지 않았지만, 다른 선택지가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지난달 온라인에 유출된 미 국방부의 기밀문서에도 우크라이나군의 대공미사일 비축량이 고갈돼 서방의 추가 지원이 없다면 5월 하순쯤엔 최전선을 방어할 방공망이 크게 위축될 것이란 평가가 담겼다.
최근 서방의 무기를 인도받은 우크라이나군 지휘관과 일선 병사들이 새로운 무기 체계에 적응할 시간이 부족하다는 분석도 있다. 최근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사무총장은 장갑차 1550여대와 전차 230대를 비롯해 우크라이나에 약속한 장비의 98%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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