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W중외, 이종호 회장 가꾼 '오리지널 신약'의 꿈…올해 만발

이창섭 기자, 안정준 기자 2023. 5. 1.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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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호 JW그룹 명예회장, 지난달 30일 별세
'약다운 약' 만들자 창업정신 강조
JW중외제약, '리바로젯' 등 개량신약 매출 무서운 성장
세계 최초 기전의 탈모 치료제, 표적항암제 임상 순항
고(故) 이종호 JW그룹 명예회장(오른쪽)
이종호 JW그룹 명예회장이 별세했지만 그가 꿈꾸던 오리지널 신약 기업의 꿈의 완성은 멀지 않았다. JW중외제약은 자체 개발 개량신약 '리바로젯'의 무서운 매출 성장을 앞세워 올해 실적을 크게 개선할 전망이다. 이 명예회장이 강조한 '혁신 신약' 개발에도 박차를 가한다. 새로운 기전으로 연구 중인 탈모 치료제와 표적 항암제가 이르면 올해 연말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사람 대상 임상 시험에 돌입한다.
이종호 명예회장, 국내 신약 개발 꽃길 닦다
1979년 11월, 이종호 사장이 미국 머크(MERCK)社와 기술 제휴를 맺으며 세계적으로 우수한 의약품을 도입하는 계기를 마련했다./사진제공=JW중외제약
이종호 JW그룹 명예회장은 향년 90세로 지난달 30일 별세했다. JW중외제약은 우리나라가 식민지로부터 해방된 1945년에 탄생했다. 이 명예회장은 고(故) 이기석 창업주의 차남으로 1966년부터 회사 경영에 참여했다.

이 명예회장은 JW중외제약을 대한민국 1등 수액제제 전문회사로 키운 주인공이다. 팔수록 손해만 보는 수액이지만 "지금 이 순간에도 병원에서 꺼져가는 생명이 있는데 돈이 안 돼서 그만둔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사업을 접지 않았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2006년에는 1600억원을 투자해 충남 당진에 세계 최대 규모 수액제 공장을 신설, 글로벌 생산 기지를 구축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명예회장이 무엇보다 강조한 것은 '신약 개발'이다. '약 다운 약'을 만들어 국민 건강을 지키겠다는 창업정신에서 기인한 것이다. 실제로 이 명예회장은 1969년 국내 최초이자 세계 두 번째로 합성 항생제 '리지노마이신' 개발하는 등 연구·개발(R&D)에 매진해 우리나라 제약 산업 수준을 끌어올렸다.

또한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을 활용해 해외 제약사와 합작사를 만들고, 글로벌 혁신 기술을 적극적으로 도입했다. 이 명예회장은 신약 개발과 관련해 "꽃은 아직 안 피었지만, 꽃밭은 내가 만들었잖아요. 그러면 된 거죠. 직원들 앞에서 내가 말한 적이 있어. 내가 죽기 전에 인류에게 도움이 되는 신약 개발을 하게 된다면 얼마나 행복하겠느냐, 하지만 안 된다고 하더라도 그걸 개발할 수 있는 길이라도 닦아놓으면 나는 만족한다"고 말한 바 있다.
'리바로젯', '헴리브라' 올해 매출 성장 주역
1992년 이종호 회장이 일본 주가이제약社와 공동으로 C&C신약연구소를 설립했다./사진제공=JW중외제약
올해 JW중외제약은 자체 개발 개량신약 리바로젯의 높은 성장으로 지금까지 노력의 결실을 볼 예정이다. 리바로젯은 고지혈증 치료 복합제로 2021년 출시했다. 출시 첫해 31억원이었던 매출이 지난해 325억원으로 뛰어 947.4% 성장세를 기록했다. 의약품 조사기관 유비스트에 따르면, 리바로젯의 올해 1분기 외래 처방액은 146억원이다. 전년 동기 40억원보다 3배 이상 늘었다.

리바로젯은 고마진 제품이다. 매출 증가는 곧 큰 폭의 영업이익 개선으로 이어진다. 본래 리바로젯 원료를 일본 교와제약으로부터 수입했으나 2021년 말부터 JW중외제약이 자체 생산하기 시작했다. 기존 50%에 그쳤던 매출총이익률이 90%까지 크게 개선됐다.

리바로젯을 포함한 '리바로패밀리' 제품군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1000억원 이상 매출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리바로젯 단일 제품이 1000억원 실적을 올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달미 한국IR협회 연구원은 "리바로젯은 2021년 출시 이후 분기마다 30% 이상 성장하고 있다"며 "올해에는 1000억원 매출 실현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A형 혈우병 치료제 '헴리브라'의 매출 성장도 기대된다. 헴리브라는 전 세계 혈우병 치료제 1위 제품이다. 로슈 자회사 주가이제약이 개발한 약으로 JW중외제약이 2017년 국내 판권을 들여왔다. 2020년 출시했으나 환자의 90% 이상을 차지하는 비항체 환자에게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매출 성장이 더뎠다.

이달부터 A형 혈우병 비항체 환자에게도 헴리브라의 건강보험이 적용된다. 1500억원 규모의 국내 혈우병 치료제 시장에서 헴리브라 침투 속도가 가팔라질 전망이다. 이 연구원은 "급여 적용 이후 헴리브라 매출은 올해 100억원 이상도 가능할 것"이라며 "장기적인 고성장세가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탈모·암 등 혁신 신약 개발 순항… 올해 말부터 1상 진입
세계 최초(First-in-class) 신약 후보물질 개발도 올해부터 본격화한다. 윈트(Wnt) 신호전달 단백질을 활용한 탈모 치료제 'JW0061'은 내년 상반기 임상 1상에 진입할 예정이다. 지난해 11월 발표된 전임상 결과, JW0061은 위약군과 비교해 모발 성장과 모낭 신생 효과를 보였다.

강하나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직은 머리가 빠지는 걸 억제하는 탈모 치료제만 존재하는 만큼, 모발 재생을 촉진하고 모낭을 생성하는 발모 효과의 치료제 개발은 혁신적"이라며 "JW중외제약이 과거에도 전임상 후보물질을 라이선스아웃한 이력이 있기 때문에 JW0061의 기술수출 가능성도 대두된다"고 밝혔다.

STAT3 표적항암제 'JW2286'도 올해 연말 임상 1상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JW2286은 삼중음성 유방암을 비롯해 위암, 대장암 등 고형암 치료제로 개발 중이다. 지난해 8월 국가신약개발사업단의 국책 과제로 선정됐다.

이창섭 기자 thrivingfire21@mt.co.kr, 안정준 기자 7u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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