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 나도 손해 봤다”는 주가조작 H사 투자자들···피해자와 피의자의 기준은?
“통정거래 인지 했다면 투자자도 처벌”
SG증권발 주가폭락 사태의 배경에 H투자자문사의 통정거래를 통한 주가조작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H사의 투자자들은 “나는 거액의 손해를 본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H사의 통정거래 사실을 미리 인지하고 있었다면 이들도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위반으로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금융투자업계 등에 따르면 라덕연씨(42) 등이 운영한 미등록 투자자문사 H사는 지난달 24일 일제히 하한가를 친 8개 종목(다올투자증권·다우데이타·대성홀딩스·삼천리·서울가스·선광·세방·하림지주)의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렸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H사에 돈을 맡겼던 투자자들에 따르면 이들은 투자자 개인 명의의 핸드폰을 받아 통정매매를 하며 주가를 상승시킨 것으로 추측된다. 통정매매는 서로 가격을 짜고 매수와 매도를 반복하면서 주가를 끌어올리는 행위를 말한다. H사의 투자자는 약 1000명으로 가수 임창정씨, 박혜경씨 등 연예인과 이중명 전 아난티그룹 회장 등 정·재계 인사들이 포함됐다.
투자자들 대부분은 “나는 이번 사태로 큰 손해를 본 피해자라”고 주장하고 있다. 임창정씨는 지난 27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저의 자금을 이들에게 투자해서 큰 손해를 보았을 뿐 다른 투자자들에게 주식과 관련하여 어떠한 유치나 영업행위를 하지 않았다”고 글을 올리렸다.
이중명 전 회장의 아들 이만규 아난티 대표도 지난 28일 입장문을 통해 “부친은 그동안 모았던 자산을 모두 잃고 두문불출하며 울고 계신다. 평범한 노인을 이용하지 말라고 무릎 꿇는 심정으로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일부 투자자들은 H사를 운영한 H사 관계자 등을 상대로 집단 소송을 준비 중이다.
하지만 금융투자업계와 법조계에서는 H사 관계자들 외에 투자자들도 통정거래 사실을 인지하고 돈을 맡겼다면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말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거래에 직접 관여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H사가 어떻게 투자를 하고 있는지 알고 투자금을 맡겼다면 투자자들도 공범으로 볼볼 수 있다”고 말했다.
시세조종 행위를 금지하는 자본시장법 제176조는 ‘자기가 매도·매수하는 것과 같은 시기에 그와 같은 가격 또는 약정 수치로 타인이 그 증권 등을 매수·매도할 것을 사전에 그 자와 서로 짠 후 매도하는 행위(통정거래)’를 금지하고 있다. 특히, 이러한 행위를 위탁하거나 수탁하는 행위 또한 금지하고 있다.
승재현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투자자들이 미필적 고의로라도 통정매매를 용인했다면 똑같이 공범으로 처벌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휴대폰과 개인정보를 다 H사에 일임했다고 하더라도 불법을 저지르는 것을 용인하고 일정 부분 이익을 얻기로 하는 의사가 있었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채영 기자 c0c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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