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차관 "간호법, 사회적 공감대 없이 통과"…거부권 요청하나

CBS노컷뉴스 이은지 기자 2023. 5. 1.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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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尹 거부권보다 '중재'에 초점
쟁점조문 정리됐지만…"간호사 홀로 돌봄? 통합적 서비스 제공과 거리"
간호인력 종합대책 두고 "간호법 없는 상태에서도 정책으로 보완 가능"
지난달 16일 오후 서울시청 인근에서 '간호법·면허박탈법 저지' 400만 보건복지의료연대 총파업 결의대회가 열리고 있다. 황진환 기자


보건복지부가 지난달 27일 국회를 통과한 간호법 제정안에 대해 '사실상 반대' 입장을 재확인했다. 간호사의 업무범위를 폭넓게 해석할 수 있는 쟁점 조문 등은 정리됐지만 일단 간호법이 통과된 이상 직역 간 협력을 저해하는 상황이 이어질 수 있다고도 우려했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1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간호법 관련 입장을 묻는 앵커 질문에 "찬반보다는 지금 이렇게 갈등과 혼란이 있는 상황에서 법이 통과된 것에 대해 매우 안타깝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그러면서 야당이 강행 처리한 간호법의 통과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입장은 분명히 했다. 대한의사협회(의협) 등이 가장 문제 삼은 조항은 수정됐지만 여전히 '불씨'는 살아있다는 것이다.

먼저 박 2차관은 "처음에 초안이 제안됐을 때 여러 쟁점이 있는 조문들이 있었다. 그 조문들은 심의 과정에서 정리가 됐고, 엊그저께 통과한 간호법안엔 그런 내용이 다 빠져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당초 간호사 업무를 '환자 진료에 필요한 업무'로 포괄적으로 명시한 초안과 달리 현 의료법과 동일하게 '의사의 지도 하에 시행하는 진료의 보조'로 규정한 점 등을 짚은 것이다.

박 2차관은 "다만, 왜 현장 직역 간 갈등이 고조돼있는가 하면, 돌봄과 의료현장에서는 여러 직역이 협력하고 조화해야만 온전한 서비스가 가능하다"며 "이런 것들에 대한 갈등 조정이 완벽하게 되지 않은 상황에서 법을 통과시키는 것이 국민 건강과 안전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간호법 시행으로 인한 극적인 변화는 없을 거라면서도, 간호사 관련 조항을 단독 법제화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인식도 내비쳤다.

박 2차관은 "(간호법이) '부모 돌봄'에 좋다는 주장이 있는데, 사실은 오히려 부모 돌봄에도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많다"며 "요양보호사나 간호사, 의사 등 이런 직역들이 함께 일을 해야 하는데 간호사만 홀로 돌봄을 하겠다는 것은 의료-돌봄의 통합에 배치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여러 직역이 유기적으로 협력해야 '통합적 돌봄서비스'가 제공될 수 있는 현장 상황과 거리가 있다는 것이다. 박 2차관은 "간호조무사들에 대해 학력을 '고졸'로 제한하는 내용도 있다. 이 부분은 반드시 개선이 돼야 될 것 같다"고 언급했다.

의협 등이 간호사들의 '단독 개원'을 부르는 근거가 될 거라 주장한 '지역사회 간호' 개념에 대해서는 "(물론) '지역사회'란 단어만 갖고 단독 개원이 가능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단지 "법이 제정되고 나면 이후 개정을 통해서 이러한 시도가 끊임없이 있을 거라는 우려"라며 "결국 이것은 직역 상호 간의 불신"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간호법은) 제대로 된 토론과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지 않은 채 70년간 의료법 통일체계를 흔드는 법"이라며 "관련 직역들이 이 부분에 대해 의견을 개진할 기회도 없었다고 본다"고 부연했다.

법안 제정의 '의도'를 지적하는 발언도 나왔다.

박 2차관은 "제가 법안 심의했던 자료들을 쭉 보면 결국 과도한 의사 중심주의에 대한 반감 같은 것도 저변에 깔려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한 "저희가 합리적이고 세련된 법치주의를 하려면 이런 정서나 감정보다는, 합리적 대안을 가지고 토론하고 또 합의를 이끄는 것이 맞겠다는 생각"이라고 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달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간호사 근무여건 및 처우 개선책을 담은 제2차 간호인력 지원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조 장관은 전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간호법 관련 질문을 받고 "간호법을 제정하는 것만이 과연 최선의 방법인지 회의를 느낀다"고 말했다. 박종민 기자


복지부의 입장이 과거와 바뀐 게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도 부인했다. 문재인 정부 당시 관련 '청와대 국민청원'을 두고 정부가 '간호인력의 업무부담을 덜기 위한 정책'을 약속한 것은 지난달 25일 내놓은 2차 간호인력지원종합대책을 말하는 것이었다는 취지다.

박 2차관은 "간호법이 없는 상태에서도 여러 가지 의료현장에서 나타나는 간호사들의 처우 문제라든지 인력 양성, 근무환경 개선에 관한 내용들을 정책으로 (보완)할 수 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강조했다.

의협 등 13개 직역단체가 모인 보건복지의료연대가 오는 4일 '부분 파업'을 선포한 가운데 유력하게 예상되는 윤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박 2차관은 복지부가 먼저 대통령실에 거부권 행사를 건의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아직 의사결정을 하지는 않았다"며 "의료계에서 총파업 등 현장 혼란들이 일어나고 있기 때문에 최대한 그런 혼란이 없도록 지금 중재 노력들을 해나가고 있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아울러 "법안 심의과정에서 좀 더 적극적으로 의견도 개진했어야 했는데 저희 의견이 제대로 반영이 잘 안된 것 같다"며 "의료현장 자체가 두 개로 쪼개져서 갈등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우선 이 상황을 빨리 수습할 수 있는 방안이 중요할 것 같다. 그런 노력을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5박 7일간 미국 국빈 방문을 마치고 전날 귀국한 윤석열 대통령은 국내 현안을 보고받고 간호법에 거부권을 행사할 지 결정할 예정이다. 지난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된 간호법 제정안은 오는 5월 4일 정부로 이송될 예정이다. 거부권 행사 여부는 그로부터 15일 이내에 판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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