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샘 소음’에 축제 현장 점령까지…‘K콘텐츠 열풍’ 이면엔 제작사들 ‘민폐’

서다은 2023. 5. 1.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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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세계적으로 'K콘텐츠 열풍'을 일으켜 인기를 끌고 있는 우리나라 드라마들이 제작 과정에서 주민들에게 불편을 끼치는 일이 지속적으로 발생해 각성이 요구되고 있다.

지난달 26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고창 청보리 축제 드라마 촬영 민폐'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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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유∙박보검 주연 ‘폭싹 삭았수다’부터 박은빈 주연 ‘무인도의 디바’까지 ‘촬영장 민폐’ 논란....‘K콘텐츠 열풍’ 걸맞은 촬영 '품격’ 실종
지난 2021년 넷플릭스 드라마 ‘마스크걸’ 제작사 측이 늦은 시각 소음 공해와 쓰레기 무단투기 정황 등으로 논란을 불렀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전세계적으로 ‘K콘텐츠 열풍’을 일으켜 인기를 끌고 있는 우리나라 드라마들이 제작 과정에서 주민들에게 불편을 끼치는 일이 지속적으로 발생해 각성이 요구되고 있다. 

지난달 26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고창 청보리 축제 드라마 촬영 민폐’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 A씨는 “4월19일 3시간을 달려 축제에 갔다”고 입을 열었다.

이어 “유채꽃밭에 들어서서 사진 찍고 걷다 보니 한 스태프가 막으면서 드라마 촬영 중이라 여기로는 가면 안 된다고 했다”면서 “그래서 다른 길로 가면서 (드라마) 촬영하는 쪽 방향 유채꽃을 찍으려고 카메라를 든 순간 (스태프가)‘사진 찍지 마세요’ 하고 소리를 쳤다”고 적었다.

A씨는 “촬영 현장은 누구인지 육안으로 전혀 식별이 안 되는 먼 거리였다”며 “관광객이 한창 많은 오후 4시에 전세낸 듯 길 막고 사진 찍지 말라는데 촬영 때문에 다수의 관광객들이 왜 피해를 입어야 하냐”라고 토로했다.

축제 현장에서 촬영을 진행한 드라마는 아이유와 박보검이 출연하는 ‘폭싹 속았수다’로, 제작사인 팬엔터테인먼트는 해당 글이 올라온 지 하루 만에 공식 입장문을 내고 “귀중한 시간을 내어 방문하셨을 분들에게 좀 더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지 못한 점에 대해 사과 드린다”고 밝혔다.
지난달 26일 배우 박은빈의 차기작 ‘무인도의 디바’ 촬영장에서 지역 주민이 ‘빛과 소음 때문이 짜증이 난다’며 스태프에게 돌을 던지는 일이 발생했다. 박은빈 인스타그램 캡처
 
같은날 오전 3시 25분 서울 종로구 창신동 ‘무인도의 디바’ 촬영 현장에서는 지역 주민 B씨가 촬영 스태프에게 돌을 던지는 일이 발생했다. B씨는 경찰 조사에서 “빛과 소음 때문에 짜증이 나서 그랬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일로 20대 여성 스태프가 다쳤으며 B씨는 불구속 입건됐다.

무인도의 디바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로 주목받은 배우 박은빈의 차기작으로 눈길을 받고 있는 작품이다. ‘무인도의 디바’ 제작사 측은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더 세심하게 주의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드라마 촬영으로 인해 시민들이 피해를 입은 일은 전에도 종종 있었다. 지난 2021년 3월 한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 ‘넷플릭스 (드라마) 마스크걸 촬영팀 만행입니다’라는 글을 올린 B씨는 공지를 했다는 제작사 측 해명에 더 분노하기도 했다.

해당 글에서 B씨는 “밤 11시께 시끄러운 소리가 밖에서 자꾸 나길래 창밖을 봤더니 촬영팀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집 앞 골목에서 촬영 장비를 내리고 있었다”며 “30분이 넘도록 시끄러운 소리가 났다. 장비차가 떠나고 (집을 나와) 내려가보니 흰 가루를 (골목길에) 뿌려놓고 솜 같은 쓰레기도 무단으로 버리고 떠나버렸다”고 토로했다.

해당 글이 논란이 되자 넷플릭스 측은 “앞으로 주민들에게 불편을 끼치는지 주의 깊게 살펴볼 예정이며 현장 관리도 세심하게 하겠다”고 사과했다. 그러면서도 “촬영 준비 기간에 공지문으로 미리 안내했고, 공지문을 확인하지 못하는 경우 각 가구를 방문해 구두로 설명했다”는 해명도 덧붙였다.
지난해 5월 드라마 ‘찌질의 역사’ 촬영지에서도 소방차 주차 구역인 집 앞을 촬영차가 가로막는 등 주민 피해가 일어났다.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이에 대해 A씨는 “한 달 여간 자택에 있었지만 구두 설명을 듣지 못했고, 심지어 공지문 속 촬영날짜는 2021년 2월23일로 적혀있다”며 “사과문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무성의하고 마치 불편을 제기한 사람에게 책임을 전가하는것 같은 내용”이라고 비판했다. 

방송 제작사들이 주민에게 피해를 끼치며 촬영을 진행한 후 사과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는 것. 드라마 뿐만이 아니다. 지난 3월 중순부터 서울시 은평구 진관동에 위치한 2층 단독주택 건물에서 진행된 채널A ’하트시그널 4’ 새벽 소음, 촬영 차량 불법 주차, 드론 촬영으로 인한 주민 사생활 노출  등으로 주민 반발을 산 바 있다. 

계속되는 ‘촬영 민폐’에 한류 열풍을 이끌고 있는 방송들인만큼 촬영 시에도 품격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서다은 온라인 뉴스 기자 dad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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