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교직원 동의 없이 ‘호봉제’에서 ‘성과연봉제’로 변경은 무효”

서울 서초동 대법원

대학이 교직원들의 동의 없이 임금체계를 호봉제에서 성과연봉제로 바꾼 것은 부당하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근로기준법은 취업규칙을 노동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려면 노동자 과반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고 규정하는데, 교수들도 이 조항을 적용받는 노동자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대전대학교 교수 9명이 학교법인 혜화학원을 상대로 낸 임금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린 원심을 확정했다고 1일 밝혔다.

대전대는 개교 이래 교직원들에게 호봉제에 따라 임금을 지급하다가 2007년 성과연봉제를 도입했다. 기존 임금 인상률을 적용하는 대신 개인 업적 평가 등에 따라 임금을 차등 지급하기로 한 것이다.

이에 대전대 교수 9명은 학교의 임금체계 전환이 위법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근로기준법 제94조 제1항 등에 따르면 사용자가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하는 경우 근로자 과반수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학교법인이 이러한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는 것이다. 혜화학원 측은 “원고들은 학교법인의 지휘·감독을 받지 않고 자유롭게 강의와 업무를 수행했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맞섰다.

1·2심은 성과연봉제가 근로자인 교수들에게 불이익한데 학교법인이 임금체계를 바꾸면서 교수들 과반수의 동의를 얻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또 임금체계 변경이 사회 통념상 합리적이지도 않기 때문에 무효라고 봤다. 이에 따라 2심 재판부는 기존 임금체계에 따르면 지급해야 했으나 임금체계가 바뀐 탓에 지급하지 않은 임금 약 2억16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법리를 오해하지 않았다며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김혜리 기자 harry@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