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중장비 브랜드 옷 입는다" 라이선스 패션 어디까지
[서울=뉴시스]박미선 기자 = "설마 팬암(PAN AM)이 다시 비행하는 건 아니죠? 이거 무슨 광고인가요?"
올해도 '라이선스 패션 브랜드'의 신규 출시가 이어지고 있다.
디스커버리·MLB·내셔널지오그래픽 등 성공 궤도에 오른 라이선스 패션 브랜드 사례가 하나둘 등장하자 최근 수년간 코닥·CNN·FIFA·BBC 등 다양한 라이선스 패션 브랜드가 잇따라 신규 진출을 선언했다. '제2의 MLB'가 되겠다는 포부다.
패션과 무관한 글로벌 방송사 이름부터 미국 프로야구 구단, 아이비리그 대학 이름까지. 소비자에게 익숙한 브랜드 명을 패션으로 탄생시켜 신규 브랜드임에도 패션 시장에서 높은 인지도와 탄탄한 호감도로 자리매김하는 모습이다.
캉골·헬렌카민스키 등 패션 브랜드를 전개하는 에스제이그룹은 최근 미국 항공사 팬 아메리칸 월드 항공의 약칭인 '팬암'을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탄생시켰다.
팬암은 최초로 세계 여행을 시작했던 선구적인 항공사였지만, 여러 악재가 겹치며 1991년 역사 속으로 자라졌다. 국내에선 일상과 여행에 필요한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제품을 제안하는 브랜드로 재탄생했다.
최근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소비자와 적극 소통하기 위해 주우재를 모델로 선정해 TV 광고까지 나섰다.
실제 팬암 비행기의 퍼스트 클래스 기내를 재현해 브랜드 헤리티지를 강조했고, '비행기는 못 참지' 숏폼 밈을 모티브로 젊고 위트 있는 이미지를 보여줬다.
TV 광고가 올라오자 커뮤니티에선 "팬암이 다시 비행을 시작하는 것이냐", "항공사 광고인 줄 알았는데 패션 광고였다"며 "30년 전 영화에서 보던 로고를 이렇게 보니 반갑다" 등 여러 의견이 오가며 화제가 됐다.
팬암 뿐 아니라 대학교 이름도 패션 브랜드로 재탄생했다. 아이비리그 중 하나인 예일이 패션으로 거듭나 최근 인기 가도를 달리고 있는데 여기서 나아가 영국 명문 대학교 '캠브리지'까지 패션으로 나온 것.
LF는 1209년 설립된 영국 명문 대학교 캠브리지와 상표권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선보이는 패션브랜드 '캠브리지((University of Cambridge)'를 출시했다.
LF의 캠브리지는 800년 이상 이어온 역사적 가치와 학문에 대한 탐구적 모티브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뉴노멀 유니섹스 캐주얼 브랜드로, '탐구하는 삶'을 브랜드의 핵심 가치로 제안하고 관련 심볼과 아이콘을 시각화한 디자인 의류를 제안한다.
미국 중장비 브랜드 밥캣(Bobcat)은 한국에서 패션 브랜드 '밥캣 어패럴'로 다시 태어난다. 트라이본즈는 9월 '밥캣 어패럴'을 9월 출시한다. 중장비 브랜드에서 브랜드 명을 따오는 것인 만큼 기능성, 혁신성에 중점을 둔 의복을 제안한다는 계획이다.
라이선스 패션 브랜드는 신생 브랜드의 한계로 꼽히는 인지도, 브랜드 정체성 및 역사 측면에서 강점이 있다. 소비자에게 이미 익숙한 브랜드 명을 사용하는 것인 만큼 출시 초반 소비자에게 강한 인상을 줄 수 있고, 패션과 전혀 관련 없는 업종의 브랜드 명을 빌려 패션으로 탄생시키는 것인 만큼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신선함을 줄 수 있다.
다만 이 같은 라이선스 패션 브랜드 출시 사례가 이어지면서 이 같은 강점이 퇴색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라이선스 원작자와 판권 계약을 맺고 전개하는 것인 만큼 브랜드를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어렵다는 우려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라이선스를 활용한 패션 브랜드 출시가 이어지고 있는데 독창적인 브랜드 정체성 없이 유사한 아이템 전개로 시장이 확대된다면 소비자가 느끼는 신선함은 반감될 수 있다"며 "로고 외에 패션에 경쟁력을 강화할 만한 브랜드 자산이 없는 경우, 경쟁력 있는 제품을 꾸준히 생산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라이선스 계약은 기간이 한정적으로 진행돼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어렵고, 유명 브랜드의 경우 카테고리에 따라 여러 회사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기도 하는데 라이선스 남발로 브랜드 가치 하락, 브랜드력 약화를 통제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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