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 시흥시의회 여야 명분 없는 '기싸움'에 시민은 없다
시흥시의회가 파행하고 있다. 임기제 공무원 채용 과정에서 여야가 대립하면서 추경예산을 심의하는 임시회를 국민의힘이 보이콧했다. 결국 민주당 단독 처리로 ‘반쪽짜리’ 졸속 예산 심사라는 오명을 얻었다.
문제의 출발점은 이렇다. 지난해 1월 지방자치법 전부개정안 시행에 따라 지방의회 인사권 독립, 정책지원 전문인력 채용 등이 가능해졌다. 법 시행 당시부터 개인보좌관화 방지대책, 정치적 중립 확보의 어려움 등 부작용이 예상됐던 부분이다.
아니나 다를까. 시의회는 같은 해 8월 정책지원관 2명을 채용하면서 특정 정당과 의원실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인사를 채용했다. 채용 과정이야 공정한 시스템을 통해 진행됐다지만 ‘오비이락(烏飛梨落)’의 우를 범한 부분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당시 문제가 불거지면서 소수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은 반발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유야무야 잊혀졌다. 결국 올해 들어 정책지원관 6명을 채용하는 과정에서 국민의힘은 각 당이 추천하는 인사를 각각 면접관으로 둘 수 있게 하거나 그게 안 될 경우 공무원을 파견 받자고 요구했다. 이어 다소 느슨한 인사위원회 규정을 바꿔서라도 정치적 중립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은 국민의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특히 인사권자인 민주당 출신 송미희 시의회 의장은 법적 제도적으로 만들어진 인사 권한을 포기하면서 공무원을 파견 받는 건 행정이 후퇴하는 결과라며 채용을 강행했다.
민주당 측은 그렇게 못 믿는다면 외부 기관에 맡겨 채용하는 방안까지 제시했다. 최근 진행된 채용 과정에서 뽑지 못한 환경직군 1명의 경우 실제 외부 기관에 채용을 의뢰했다. 세금이 들어가는 부분이다.
결국 국민의힘은 앞으로의 모든 의정활동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이어 최근에는 시의회 의장과 양당 대표의원 간 협의 과정에서 욕설 파문까지 일었다. 불신이 초래한 명분 없는 싸움이 급기야 감정싸움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지역사회에선 이를 지적하고 나서는 인사가 없다. 변변한 시민단체 하나 없다. 원로 정치인도 어른도 없다. 다수당의 아량도 없고, 소수당의 명분도 그저 그렇다. 출구가 없는 모습이 더 답답하다.
공자는 ‘무신불립(無信不立)’을 말했다. 정치의 가장 큰 자산은 ‘신뢰’다. 정치인들 간의 신뢰도 중요하지만 시민들로부터 신뢰를 잃는 우를 범하지 않기를 바란다. 더 늦기 전에 말이다.
김형수 기자 vodokim@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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