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호정 "'노동자=중년남성' 탈피해야, 다양한 노동자 담아낼 것"[파워초선]
"쉴 권리 없는 '일할 권리'는 없다"
"여성·청년·비정규직, 일하는 시민의 노동권 보장"
"정치는 약자의 무기, 그들 곁에 있을 것"
[이데일리 이수빈 기자] “제가 ‘노동자’스럽게 생기지 않아서 그런가요?”
’노동운동가’로 정의당 비례대표 1번을 받아 국회에 입성한 류호정 정의당 의원은 지난 3년간 50개의 법안을 대표발의했다. 이중 절반 이상인 28개가 노동 관련 법안이다. 그럼에도 류 의원은 청년 또는 여성으로 주로 호명됐다.
이를 두고 그는 “노동이라 하면, 또 노동조합이라 하면 사람들은 ‘중년 남성’, ‘조끼’, ‘머리띠’를 떠올린다”며 “산업의 변화가 굉장했고, 여성의 사회진출은 물론 업종이 다양해졌으니 당연히 노동자의 얼굴도 다양할텐데 아직도 ‘스테레오타입’이 변하지 않는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노동절을 맞아 ‘주69시간 근로 저지, 류호정이 앞장섭니다’라는 현수막을 내 건 류 의원을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났다.
윤석열 정부가 3대 국정과제 중 하나로 ‘노동개혁’을 내걸고 ‘주69시간 근로제’를 골자로 한 제도 개편안을 발표했으나 청년 세대를 중심으로 거센 반발이 일었다. 예상치 못한 반응에 놀란 정부는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고용노동부는 오는 5~6월 노동개혁 대규모 설문조사를 준비하고 있고 문화체육관광부는 ‘노동개혁 정책에 대한 국민의 이해도를 높이고 정책 추진에 대한 지지를 확보한다’는 명목으로 광고비 8억원을 집행했다.
류 의원은 “이미 민심은 이에 대해 반대한다는 것을 보여줬는데, 왜 정부가 원하는 결과가 나올 때까지 밀어붙이려는 건가”라며 “노동자와 노동조합 입장은 아예 들어보지도 않고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나 대기업 목소리만 듣고 그들의 민원 법안만 가져오는 것 같아 실망스럽다”고 비판했다.
류 의원은 특히 “주 69시간 근로제는 ‘크런치 모드’(업무 마감 시한을 앞두고 수면, 식사, 위생, 기타 개인 생활을 희생하면서까지 연장 근무하는 행태)를 일상화시키겠다는 내용”이라며 “노동시간을 늘리자며 노동자의 일할 권리를 얘기하는데, 쉴 권리가 보장되지 않고서는 일할 권리를 얘기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가 생각하는 노동개혁은 “일하는 시민 모두가 노동권을 갖는 것”이다. 특히 노동시장에서 상대적 약자로 노동권을 보장받기 어려운 여성, 청년, 비정규직을 위해 류 의원은 △체불임금방지법 △부당권고사직 방지법 △쪼기개알바 방지법 △포괄임금제 금지법 △채용비리처벌특별법 등을 발의했다. 그는 이를 통해 “자기 자신을 보호하기 어려운 노동자들을 더 많이 보호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입법 노동자’로 3년…“고민 계속되지만 ‘성과’로 증명할 것”
스스로를 ‘입법 노동자’로 부르는 류 의원은 “처음 임기를 시작하고 인터뷰할 때 항상 ‘정치는 사회적 약자의 무기다. 필요할 때 곁에 있는 사람이 되겠다’고 얘기했는데 3년 동안 그 마음을 잊지 않기 위해 무던히 노력했다”고 지난 3년의 소회를 밝혔다.
길다면 긴 3년이지만 그는 인터뷰하는 날에도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들에 대해 고민을 멈추지 않았다. 그는 “정의당에, 류호정 의원실에 오는 민원인들은 시민단체나 큰 정당에 먼저 문의해보다가 우선순위가 밀리다 보니 ‘너희는 내 얘기를 들어주겠지’하고 마지막으로 이곳의 문을 두드린다”며 “그래서 난이도도 높고, 절실하고 진심으로 대해야 하는 현안이 많다”고 말했다.
이런 류 의원을 향해 정의당이 제1의제인 노동에서 멀어졌다는 비판과, 그 배경에 여성과 청년으로 대표되는 류 의원이 있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 대선을 기점으로 정의당은 환경과 기후, 젠더와 성평등을 당 주요 의제에 추가했다. 그는 “정의당이 지금 이런 위기를 맞은 것은 오히려 이 노선을 확실하게, 제대로 보여주지 못해서”라고 평가했다. 그는 산업의 ‘정의로운 전환’과 비동의강간죄 입법을 통해 정의당의 노선을 확고히 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일을 맡기면 해결할 수 있는, 그래서 믿고 맡길 수 있는 정치인이 되고 싶다”는 그는 “시민들은 성과주의, 무한경쟁에서 벗어나게 하자는 정당인데, 정치인은 성과를 내자고 말하고 있다니 잘못된 걸까요?”라며 웃었다.
이수빈 (suvi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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