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건한 성향 닮았네"… 윤재옥·박광온 `정치케미` 주목
'사법리스크' 박광온에 변수될듯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나란히 새 원내사령탑을 뽑으면서 입법전쟁을 주도할 두 원내대표의 '케미'에 정치권의 관심이 모아진다. 두 사람은 친윤(친윤석열) 비명(비이재명)으로 당내 다른 위치에 서있지만 모두 온건한 성향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박광온 민주당 신임 원내대표는 이번 주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예방, 첫 공식 만남을 갖는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TK(대구·경북) 3선 중진이자 친윤(親윤석열)계 주류이면서도 온건성향과 대야(對野) 협상력에 기대를 모으며 원내사령탑 자리에 올랐다.
윤 원내대표는 주요 선거 등에서 실무 능력으로 주목을 받게 된 경우다. 지난 대선 선거대책본부 상황실장 역임 당시 당사에 야전 침대를 설치해 24시간 숙식하며 윤석열 대통령을 핵심 보좌, 신임을 얻었다는 게 정설이다.
그는 2017년 대통령 탄핵으로 소수야당이 된 자유한국당 초기 민주당을 상대로 김성태 전 원내대표가 관철한 '드루킹 특검법' 협상을 완수했다. 특검은 대선 기간 댓글 여론조작 실행자뿐만 아니라 공모자인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까지 사법처리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윤석열 정부에서 드물게 비(非)검찰, 특히 경찰대 1기 수석 출신 정치인으로서 여권 핵심부에 진입한 만큼 용산 대통령실과 야당 사이의 가교 역할이 기대됐다. 이철규 사무총장도 경찰 출신이나, 일찍이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관계자)으로 불린 기득권 실세 이미지가 강하다.
전남 출신에 이낙연계로 분류되는 3선의 박 원내대표(경기 수원 정)는 현재 민주당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친명과는 다소 결이 다른 비주류이지만 계파색이 옅고 온건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MBC 기자 출신인 박 원내대표는 2014년 7·30재보궐선거에 새정치민주연합 공천을 받아 국회에 입성했다. 2015년에는 당시 문재인 전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의 비서실장을 지내며 친문 성향으로 평가받았고, 대선 직후 실시된 원내대표 경선에서도 박홍근 전 원내대표와 결선투표까지 가는 등 원내대표감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최근에는 민주당이 속칭 검수완박 법안을 통과시키는 과정에서 법제사법위원장으로서 역할을 맡아 주목받았다.
박 원내대표는 일단 쇄신을 부르짖으며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 돈 봉투 사건'으로 위기에 빠진 민주당을 수습할 대책에 집중하고 있다. 박 원내대표는 30일 KBS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1호 의원총회를 쇄신 의총으로 열어 모든 의원이 각자 의견을 털어놓고 얘기하는 가운데 가장 지혜로운 방법을 찾으려 한다"면서 합당한 조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 원내대표는 4월 7일 취임 후 "의회정치 복원"을 외치며 민주당에 호응을 촉구했지만, 카운터파트가 교체되기까지 3주간 입법·사법·외교마다 정쟁으로 번졌다. 박홍근 민주당 전 원내대표와 마지막 회동도 본회의 쟁점법안은 물론 5월 임시국회 의사일정 합의도 불발된 '씁쓸한 신고식'에 그쳤다.
이에 정치권은 새롭게 원내 사령탑이 된 두 사람이 어떤 행보를 보여줄지 주목하고 있다. 특히 두 사람의 상성이 '협치'가 실종된 현 정국에도 변화를 줄지 관심이 쏠린다.
정치권에서는 두 사람 모두 온건성향이라는 점에서 당사자 간 소통은 어렵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실무형인 윤 원내대표와 물밑에서 협상하는 성격으로 알려진 박 원내대표가 자주 만나 소통하지 않겠냐는 것이다. 박 원내대표는 "윤 원내대표와 만나 처리가 가장 쉬운 것부터 합의해 처리하자고 제안하겠다"며 "대선 때 여야 공통공약 130여 개 중 쟁점이 없는 걸 추려서 법안을 만들어 심의해 통과시키면 신뢰가 형성될 것"이라고 했다.
다만 현 정치권의 구도를 살펴볼 때 두 원내대표 또한 운신의 폭이 넓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국민의힘은 용산의 분위기를 살필 수밖에 없고, 민주당도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결정 없이 협상이 이뤄지는 모습을 예상하기 어렵기 때문에 결국 주호영-박홍근 전 원내대표 듀오처럼 경색된 정국이 지속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는 설명이다.
변수가 있다면 박 원내대표 쪽에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커질 경우 박 원내대표의 행보에 시선이 쏠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박 원내대표 역시 친문이라는 계파를 외면할 수 없기 때문에 '온건 성향' 이 어떻게 발현될지도 섣불리 예단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일단 분수령은 이낙연 전 대표의 6월 귀국 이후가 될 전망이다. 앞서 이 전 대표는 지난 17일 장인상을 위해 잠시 귀국했을 당시 당 소속 정치인들과 회동을 하면서 최근 당의 행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임재섭·한기호기자 yj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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