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면]골대 때린 불운도 쌓여 골이 됐다...손흥민에게 10골이란?
오광춘 기자 2023. 5. 1. 13:23
뭘 해도 안 되는 날이 있죠. 전반 44분 수비에서 길게 넘어온 공을 잡아 페널티 지역 안에서 왼발로 감아 찬 공이 왼쪽 골포스트를 때렸습니다. 너무 아까웠죠. 차라리 오프사이드 판정이 난 게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당황한 클롭 리버풀 감독도 손으로 얼굴을 감싸는 장면이 포착될 정도였으니까요. 후반 9분엔 아크에서 오른발로 때린 공이 오른쪽 골포스트를 맞고 튕겨 나왔습니다. 손흥민의 얼굴이 구겨졌습니다.
잘 안 풀렸습니다. 한 경기에 골대를 두 번이나 때리는 경우(한번은 오프사이드이긴 했으나)는 흔치 않으니까요. 올 시즌 골대 때문에 주저앉은 경우가 얼마나 잦았나요. 그 악연이 계속되는 것 같아 불안했습니다.
지난해 8월 울버햄프턴, 9월 풀럼, 그리고 11월 리즈전에서도 골대가 '골이다 싶은 순간'을 지웠습니다. 올해도 지난 3월 울버햄프턴을 상대로 또 한 번 골대를 맞혔습니다. 이번 리버풀전까지 포함하면 올 시즌 골대만 5번을 때린 것입니다.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에서 이 부문 1위입니다.
그렇게 좌절했다면 손흥민에게 골대는 두고두고 저주의 상징으로 각인됐을지 모릅니다. 토트넘이 1대3으로 뒤진 후반 33분, 반전의 순간이 찾아옵니다. 로메로가 길게 차 준 공을 절묘하게 오프사이드 라인을 깨트리며 받았고, 오른발로 골망을 흔들었습니다. 이 추격 골 뒤엔 후반 추가시간 프리킥으로 히샤를리송의 동점 골까지 도왔습니다. (1분 뒤 리버풀 조타의 결승 골이 터지지 않았다면 손흥민이 온전히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야 할 경기였습니다.)
올 시즌 얼마나 부진하다, 예전만 못하다, 불운하다는 말이 많았나요. 골대를 5번이나 때린 와중에 10골을 넣었다는 게 대단하죠. 그렇게 손흥민은 골대와 악연을 품고 삽니다. 프리미어리그에서만 통산 23번이나 골대에 가로막혔습니다. 프리미어리그 역사를 통틀어서도 9위에 해당하는 기록입니다.
한편으론 그에게 골대는 골키퍼가 손 쓸 수 없는 곳으로 공을 차넣는 행위에서 나오는 어쩔 수 없는 부산물일지 모릅니다. 수 천번 슛하면서 늘 마음에 새겼던 것은 '골대 가장자리로 패스한다 생각하고 차라'였다고 하니 말입니다.
손흥민은 올 시즌 10골째를 채우며 7시즌 연속 두 자릿수 골을 기록했습니다. 7년간 그만큼 꾸준했다는 것이죠. 프리미어리그 역사에 손흥민 포함해 11명만 기록했습니다. 그 이전엔 오언, 앙리, 로비 킨, 램파드, 루니, 아구에로, 루카쿠, 케인, 마네, 바디만 이 기록을 썼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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