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신문 솎아보기] 윤 대통령 美 국빈 방문에 "실속 없어" "최고 성과"

노지민 기자 2023. 5. 1.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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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미국 국빈 방문 성과에 엇갈린 해석
경제단체들, 일간지·경제지 1면에 윤 대통령 환영 및 한미동맹 지지 광고
노동절 맞은 한국사회 노동문제 기획, 영세사업자·비정규직 현실에 집중

[미디어오늘 노지민 기자]

5월1일 노동절(근로자의 날)을 맞아 주요 신문들이 우리 사회 노동자들의 현실을 분석한 기획 보도들을 내놨다. 정부가 노동 관련 현행 법·제도 사각지대를 보완하고 노동 탄압이 우려되는 정책을 재고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오는 한편, 일부 신문은 노동조합 문제를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직장갑질119의 '2023년 1분기 직장인 인식조사' 결과를 재분석해 직장 규모로 나뉘는 노동 현실을 전했다. <<a href="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305010600021">도와주세요 부당대우·불법해고…'작은 사업장' 노동자들의 절규> 기사를 보면, '유급 연차를 자유롭게 쓸 수 없다'는 응답자는 30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41.4%, 300인 이상 사업장의 경우 16.9%로 나타났다. '명절·공휴일에 자유롭게 쉴 수 없다'는 응답자는 30인 미만 39.5%, 300인 이상 19.5% 수준이다. 30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34.6%가 국민연금(직장가입)에 가입돼 있지 않고, 그 이유로는 40%가 '잘 모르겠음'이라 밝혔다. 권두섭 직장갑질119 대표(변호사)는 “시행령만 고쳐도 근로기준법 전면 적용을 할 수 있다”며 “정부가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걱정한다면 근로기준법을 전면 적용하고, 모든 노동자 보호를 위해 초기업교섭과 산업별 단협 효력 확장을 제도화해야 한다”고 했다.

▲5월1일 주요 신문 1면 모음

중소·영세사업장 노동자들이 마음 편히 다니지도, 속 편히 그만두지도 못하는 '이중고'도 문제로 꼽힌다. 윤지영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노동조건이 열악하니 그만두고 싶은데 그만두면 업무방해나 손해배상소송을 걸겠다며 협박하는 경우가 있고, 반대로 해고가 너무 일상적이라 계속 다니고 싶어도 못 다니는 경우도 있다”며 “연차휴가나 수당부터, (A씨처럼) 실업급여도 못 받도록 자진퇴사를 압박하는 경우 등 부조리가 만연하다”고 했다.

한국일보도 직장갑질119 조사 결과를 근거로 기사를 썼지만 초점은 다르다. 1면 <<a href="https://hankookilbo.com/News/Read/A2023042617030003382?did=NA">직장인 73% “노조 필요”…노조의 사회 기여도는 “글쎄”> 기사는 “30일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지난달 초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자체 진행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72.7%가 직장 내 노조가 필요하다고 답했다”며 “'사회 불평등 해소에 기여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49.5%로 절반에 가까웠고 경제발전(59.7%), 사회통합(58.7%), 사회적 취약계층 보호(54.8%)에는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한다는 응답이 더 많았다. 노동시장 내 약자인 비정규직일수록 노조가 사회에 기여하는 바가 적다는 응답률이 정규직보다 높았다”고 했다. 이 기사는 “근본적 원인으로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본격화된 노동시장 이중구조화가 꼽힌다”며 “단체협약 등 교섭이 기업별로 이뤄지다 보니 결과물도 기업 내에만 주어지게 되고, 새로이 노조를 꾸려 활동하기도 어렵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5월1일자 경향신문 기사
▲5월1일자 한국일보 기사

경향신문, 한겨레는 여권이 추진하는 노동개혁에 대한 비판을 내놨다. 경향신문 사설 <작은 사업장·과로·안전은 뒷전이 된 '노동 홀대 사회'>는 “정부가 힘 쏟고 있는 현안은 노동시간 연장이다. 주 69시간이든, 60시간 이상이든 장시간 노동으로 회귀할 길을 터주는 것과 진배없다”며 “국제노동기구(ILO)의 '인간 존엄성 보장' 기준을 원칙적으로 적용받지 못하고 일하는 모든 노동자들을 두껍게 보호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반대로 부자·기업·자본에 기울어진 정부에서는 '노동 홀대' 풍조가 사라질 수 없다. 133돌을 맞는 노동절이 노동존중 사회로 가는 또 한 번의 출발점이 되길 기대한다”고 했다.

한겨레도 사설 <노동탄압 중지, 노사상생 추진이 노동개혁이다>에서 “국민의힘이 2일 노동개혁특위를 띄운다는데,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등 노동 약자 보호 내용도 담겨 있지만, 무게중심은 '노조의 불공정 채용 근절 및 회계 투명성 강화' 등 '노조 옥죄기'에 더 맞춰져 있는 듯하다”며 “윤 대통령은 지금까지 '건폭' 등의 용어를 써가며 노동계를 악마화하고 이른바 엠지(MZ)노조와 갈라치기하는데 열중해 왔다. '고용세습'도 청년세대가 민감해 하는 공정채용 이슈로 활용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하지만 노조를 편가르기하려는 이런 방침은 정당하지도 않고 성공하기도 어렵다”고 했다.

서울신문 1면 <<a href="https://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230501001008&wlog_tag3=naver">노동 이슈, 새 뇌관은 '공정'> 기사는 자동차 산업의 노사관계 이슈를 다뤘다. 이 기사는 “자동차 공장이 과거 열악했던 이미지를 벗고 '좋은 일자리'로 거듭났고, MZ세대의 부상 속 새 키워드로 '공정'이 떠올랐다. 1일 노동절(근로자의 날)을 맞아 자동차 산업이 마주한 노사관계 이슈를 짚었다”며 “'정의로운 전환'을 위해 소비자, 기후위기까지 사회적으로 진정성 있는 고민을 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금속노조 부위원장을 지낸 박근태 박사)는 의견을 전했다.

▲5월1일 국민일보 사진 기사

지난달 30일 서울 용산역 광장에서 이주노동자 체류와 임금, 차별 문제 해소를 촉구한 목소리는 사진으로 일부 신문에 게재됐다. 주요 일간지 중에선 경향신문, 국민일보, 한겨레, 한국일보 등이 관련 사진을 지면에 배치했다.

한편 '근로자의 날' '노동절' 명칭을 둘러싼 논쟁도 전해진다. 세계일보 <근로? 노동? … '근로자의 날' 용어 논쟁 재점화> 기사는 “노동계는 노동이 가치 중립적이고 더 넓은 노동자를 포괄한다고 본다”며 “국회에는 근로자의 날 명칭을 변경하는 것과 관련한 법안이 발의돼 있다”고 했다. 한국노총은 “133주년 세계 노동절을 맞아 정부와 국회에 각종 법률 용어 등에 근로라는 단어를 없애고 노동으로 변경해 줄 것을 다시 한 번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힌 상태다.

▲5월1일자 세계일보 기사

조선일보 박돈규 주말뉴스부장은 <근로자의 날, '근'은 억울하다> 칼럼에서 “부지런할 근(勤)은 이렇듯 조상들이 권장한 미덕이었다. 현대에는 부지런하다는 의미가 약화되거나 소실되면서, 근로는 사실상 노동과 거의 같은 뜻을 지니게 됐다. 그런데 노동계와 진보 진영은 '부지런히 일한다'는 원뜻이 사용자(기업주)의 이익을 대변한다는 이유로 근로라는 말을 기피한다”며 “부지런할 근(勤)은 억울하다. 근로를 향해 누가 왜 돌을 던지나. 오늘 일을 하든 하지 않든, 출퇴근을 반복하며 땀을 흘리고 세금을 내는 당신을 응원한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 미국 방문, 극단적 엇갈린 성적표

윤석열 대통령이 5박7일간의 미국 국빈방문을 마치고 30일 귀국했다. 이른바 '워싱턴 선언'을 비롯한 안보 현안에 대한 평가가 엇갈리는 가운데, 경제 부문에선 이렇다 할 이득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향신문은 <<a href="https://www.khan.co.kr/politics/defense-diplomacy/article/202304302105005">'미국에 올인' 후폭풍이 몰려온다> 기사에서 “미국과 밀착하되 한국의 중·러 외교 공간을 확보해 오는지가 핵심 과제로 꼽혔지만 결과적으로 이 공간을 여는 데 실패했다. 오히려 '미국 초밀착'을 재확인하며 '한·미·일'과 '북·중·러'가 대립하는 신냉전 구도에서 한국의 좌표는 더 뚜렷해졌다”며 “분단과 지정학적 위치에 따른 한국 외교의 오랜 '딜레마'에 대한 접근을 지나치게 단순화했다는 우려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워싱턴 선언'에 대해선 “별도 문건을 도출한 것 자체는 진전이라는 평가가 많다”면서도 “윤 대통령이 강조한 미국 핵 자산의 정보공유, 공동기획, 공동실행 시스템에서 한국 참여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보장되는지는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았다. 이미 '사실상의 핵공유'라는 한국 정부의 해석에 미국 고위 당국자들이 선을 그으면서 온도 차는 드러났다. 지속적으로 유효성을 입증하지 못할 경우 독자적인 핵무장론만 키우는 효과를 불러올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5월1일자 한겨레 1면

한겨레는 1면에 <“국익도 한반도 미래도 못 챙긴 '가치외교'>라는 제목의 이종석 전 통일부장관 특별기고를 배치했다. 이 전 장관은 “박정희 정권 이래 지난 60여년간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보수, 진보를 막론하고 자신의 기질과 상관없이 대외정책에서 한반도 정세의 안정을 기하는 방향에서 노력하였다”며 “결과적으로 윤 대통령의 미국 방문은 실속 없이 끝났다. 행사는 요란했으나 가치외교에 가려 국익도 한반도의 미래도 보이지 않았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한겨레는 이어진 <<a href="https://www.hani.co.kr/arti/politics/diplomacy/1089986.html">“외교를 완전히 적-아군 관계로 만들어…한국 큰 도전 직면”> 기사에서 “외교 전문가들은 윤석열 대통령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한-미 동맹과 확장억제(핵우산) 강화에 치중한 나머지 경제안보 측면에서는 실익을 못 챙기고, 북·중·러의 반발 확대라는 도전을 안게 됐다고 평가했다”고 전했다. 6명의 전문가들은 “'서방 외교'가 아닌 '사방 외교'”(이혜정 교수), “전략성 유연성”(양무진 교수) 등을 주문했다.

▲5월1일자 조선일보 기사

반면 조선일보는 1면 머리기사 <<a href="https://www.chosun.com/politics/politics_general/2023/05/01/4TSWFONI5ZEAPLWYR6KHJAN3KM/?utm_source=naver&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naver-news">외교의 성공…이제 경제·민생의 시간>을 통해 “윤석열 대통령의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1987년 민주화 이후 한국 대통령의 방미 중 최고 성과를 얻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호평했다. 이 신문은 “12년 만의 국빈 방문이라는 형식을 넘어 북핵에 맞서기 위한 한미의 '워싱턴 선언'을 이끌어 냈다. 비확산조약(NPT)이라는 국제사회의 룰을 지키면서 구두에 그쳤던 미국의 핵우산을 명문화해 한 단계 업그레이드했다. 우크라이나와 대만 문제에 대해서도 러시아와 중국을 직접 거론하지 않으며 민주 진영의 확고한 원칙을 확인했다”며 “윤 대통령의 상·하원 연설과 만찬 노래는 지도자의 품위와 외교적 매너라는 측면에서 세계적 찬사를 받았다”고 했다.

이 신문은 문희상 전 국회의장, 황우여 전 새누리당 대표, 유흥수 전 주일 대사, 이문열 소설가 등 '원로'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의 향후 과제로 △경제와 민생에 집중 △포퓰리즘 선 긋기 △정치 양극화 해소와 국민 통합 △가짜 뉴스와의 투쟁 △겸손과 절제의 리더십 등을 꼽았다. 윤 대통령 배우자인 김건희 여사 관련해선 “이번 방미 중 외교 성과를 빛내는 조연 역할을 했다”고 하면서도 “대통령 부인의 활동을 공식화하고 대통령실이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불필요한 논란을 막을 수 있다”는 설명을 전했다.

조선일보는 이날 <<a href="https://www.chosun.com/international/us/2023/05/01/GQEDZZZKZBCLJIQVT3OESREY7U/?utm_source=naver&utm_medium=referral&utm_campaign=naver-news">“한국은 과거사를 정치화…이승만 비판 4대 주장은 왜곡”> 기사에서 “이승만(1875~1965)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에 대해 국내 일각에서 제기된 '친일 인사' '미국의 앞잡이' 등 이른바 4대 주장이 왜곡됐다는 주장”을 다루기도 했다. 28일(현지 시각) 국가보훈처가 한미 동맹 70주년을 기념해 워싱턴DC 조지워싱턴대에서 개최한 '이승만 대통령 재조명' 좌담회 내용이다.

▲5월1일자 조선일보 기사

중앙일보는 미국, 중국, 일본 전문가들을 통해 윤 대통령 방미 성과와 과제를 다뤘다. △“한·미 전례없는 전방위 협력…핵공유 논란은 성장통”(스콧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 △“한·미 NCG는 획기적 성과…日보다 앞선 아시아 최초”(사카다 야스요 일본간다외국어대 교수) △“정랭경열→정랭경랭…한·중관계, 더 차가워질 것”(리칭쓰 인민대 국제관계학원 교수) 등의 평가다.

동아일보의 경우 사설 <“IRA·반도체법 잘해보자”…이젠 구체적 실행으로 뒷받침해야>에서 “'말의 성찬'을 넘어 실질적인 진전을 이뤄내야 한다”며 “미국 방문의 경제 성과가 실현되려면 앞으로가 중요하다. 세부적인 실무 통상 협의를 통해 반드시 구체적 성과를 도출해야 한다. 10월로 예정된 첨단장비 중국 반입 조치를 연장하고, IRA와 반도체법의 독소·차별 조항을 시정해 기업들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고 했다.

“대통령 미 국빈방문 성과 환영” 1면 장식한 경제단체 광고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국빈방문을 돌아온 뒤인 5월1일 주요 종합일간지, 경제지 1면에 실린 경제단체의 윤 대통령 환영 및 한미동맹 지지 광고

1일 아침에 발행된 주요 아침신문 1면 하단은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방문 성과를 환영하며 자유와 미래번영을 향한 韓美동맹 강화를 지지한다”는 광고로 채워졌다. 한국경영자총협회·한국중견기업연합회·한국무역협회·전국경제인연합회·대한상공회의소·중소기업중앙회 등 경제단체들이 낸 광고다.

매일경제, 한국경제, 서울경제, 디지털타임스, 아주경제, 전자신문, 파이낸셜뉴스, 헤럴드경제 등 이날 발행된 주요 경제지 1면에도 같은 광고가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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