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귀국 전날 '정비 이유, 결항 통보' 플라이강원 '신용 재추락'
'주말·휴일' 콜센터 미운영, 이용객 불만 가중
결항 반복, 재정난 속 플라이강원 종사자 고용 불안도 장기화
1천억원 신규 투자, 재정난 해소 여부 주목
항공기 임대료 체납으로 인한 운항 중단과 수 차례 '결항 통보'로 논란이 된 플라이강원에서 귀국을 하루도 남기지 않은 탑승객들에게 '항공기 정비'를 이유로 또 다시 결항을 통보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양양국제공항을 모기지로 한 플라이강원은 코로나19 사태로 경영난이 장기화되면서 운항에 차질을 빚어왔고 직원들에 대한 임금 체불 문제까지 불거져왔다.
극심한 재정난에 빠진 플라이강원은 최근 1천억원 규모의 신규 투자 소식이 알려지면서 경영 안정 기대감을 높였지만 이번 결항 통보와 사후 조치 미비로 이용객들 사이의 신용은 또 한번 추락하게 됐다.
"결혼 1주년 기념 여행 최악" 이용객들 '분통'
플라이강원이 운항하는 강원 양양~대만 타이베이 항공편을 이용해 2박 3일간 '결혼 1주년' 여행을 떠난 남모(33)씨는 귀국 하루 전인 지난달 29일 밤 항공기가 결항 됐다는 통보를 받았다.
항공사 측이 보낸 메세지에는 '항공기 정비로 인해 결항이 됐습니다'라는 결항 사유와 수수료 없는 운항일정 변경과 환불이 가능하다는 안내 뿐이었다. 항공사 측에 전화를 걸었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업무 시간이 종료돼 상담원과의 연결이 어렵다'는 음성 안내 뿐이었다.
항공사 공식 홈페이지에도 지난달 30일 양양~나리타와 양양~타이베이, 양양~하노이 구간과 이날 양양~나리타, 양양~타이베이 항공편에 대한 '항공기 정비(Maintenance)로 인한 결항' 공지 뿐이었다.
귀국 일정을 바꿀 수 없었던 남씨는 항공편을 수소문한 끝에 탑승 시간까지 5시간도 남지 않은 지난달 30일 오전 2시쯤 대구로 돌아오는 항공편을 찾아 예약했다. 우여곡절 끝에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주차해 놓은 차를 찾기 위해 대구에서 양양까지 4시간 동안 버스를 타고 양양공항으로 다시 가야만 했다.
남씨는 "혹시 몰라 항공사 홈페이지를 들어갔는데 결항 사실을 알게 돼 저녁도 먹지 못하고 귀국편을 알아봤다. 개별 안내는 한참 뒤에나 받았다. 고객센터는 업무 시간이 아니라고 전화도 안받는데 외국에 나가 있는 사람들까지는 책임을 져야지 너무 무책임 한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결항 통보를 받고)양양공항에 전화를 해보니 심지어 전달 받은게 없다고 했다. 항공사의 대응이 너무 어처구니가 없다"고 덧붙였다.
다른 이용객도 "출발 하루 전에 결항 연락을 보내고 주말이라 연락도 받지 않았다. 강원도에 있는 유일한 항공사라 그래도 이용하려고 노력하는데 불안해서라도 앞으로 절대 탈 일이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플라이강원은 지난 3월 중순 대만 타이베이에서 양양으로 돌아오는 항공편 결항을 이틀 전 '정비를 위한 결항'이라고 통보했던 사실도 확인됐다. 당시에도 고객센터 조차 운영이 제대로 되지 않아 이용객들의 거센 항의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언제 셧다운?" 직원 불안감 호소, 여행 업계는 기피
이용객들의 불만과 불신은 직원들의 고용 불안으로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재정난에도 버텨왔던 직원들은 항공기 임대료 체납과 잦은 결항으로 불안정한 운영 상황까지 지속되면서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앱 블라인드에 자신을 플라이강원 직원이라고 밝힌 한 사람은 '대표님 이 글 보시면 다시 생각해보세요'라는 게시글을 올렸다. "입에 풀칠하고 사는게 일상인 플라이강원에서 4년 내내 힘들었다. 이 회사 다니는 동안 한 순간도 맘편히 살아본 적 없다. 매일 가난했고 힘들었다. 남몰래 다른 업장가서 아쉬운 소리하며 알바를 구하고 소득세 떼면 안되니 현금으로 줄 수 없는지 부탁했다"고 호소했다.
"(회사를)끝까지 믿었고 열심히 일했다. 그렇지만 이젠 사람답게 살지 못할 것 같다. 정말 죽고 싶다"고 말했다.
플라이강원과 관련해 "(오늘이나 내일)셧다운 불가피. 737비행기 손상(확인 중)"이라는 또 다른 글과 함께 "며칠 전에 유류비가 없어 셧다운을 앞두고 있다는 얘기가 나왔다. 내부 직원들 사이에서 '채권자들이 들이닥칠 것이니 개인 용품이나 PC자료를 백업하라'는 말들이 나오면서 직원들의 동요가 컸다"는 게시글도 올라왔다.
잦은 결항이 이어지면서 여행업계의 플라이강원 기피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강릉의 한 여행업체 관계자는 "여행을 가는 손님들이 혹시 비행기가 뜨지 못할까봐 걱정된다는 연락을 주는데 이런 불안한 상황에서 어떻게 이용할 수 있겠냐. 자꾸 비행기가 결항이 되니까 저희 같은 경우는 다른 항공사의 리턴 항공편까지 미리 알아보고 있다"고 말했다.
'1천억원 신규 투자 유치' 안정화 여부 주목
플라이강원은 최근 사모투자펀드 운용사인 JK위더스와 1천억원 규모의 투자 협상을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양사는 지난달 27일 투자관련 업무협약(MOU)를 체결한 뒤 자산과 회계 실사 등 협상 단계에 이르렀으며 빠르면 이달 중순 신주인수계약(보통주)을 맺을 것으로 전망된다. 신규 주식을 발행하는 형태의 투자가 이뤄질 경우 1대 주주가 변경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있다.
플라이강원은 이번 투자를 통해 확보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인력 확충과 기재 도입에 집중, 중국 노선을 포함한 다양한 노선 확장과 지난 3월 개시한 항공화물운송사업 확대 등의 사업 계획을 차질 없이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CBS노컷뉴스는 결항 사태와 현재 운영 상황, 신규 투자 유치 등과 관련한 답을 듣기 위해 플라이강원 측에 수 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연결이 이뤄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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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CBS 구본호 기자 bono@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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