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스러기 약과 사러 부산에서 포천까지 오픈런… 약과 열풍 현장을 가다 [밀착취재]
새벽부터 후두둑 비가 쏟아진 지난달 25일 포천의 한 건물 1층 카페에는 입구부터 복도까지 구불구불 긴 줄이 늘어섰다. 오전 9시30분 카페 문을 열기 전부터 생긴 줄은 한 시간 반 만에 ‘품절’이라는 공지와 함께 사라졌다. 이후에도 여러 무리가 헐레벌떡 카페에 뛰어들어왔다가 허탈한 표정으로 돌아섰다.
이곳은 최근 MZ세대를 중심으로 뜨거운 약과 열풍의 진원지이자 ‘약케팅’이란 신조어를 만든 약과 카페 ‘장인, 더 약과’다. 약케팅은 약과와 티케팅(ticketing)을 합친 말로, 아이돌 공연 표를 예매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듯 약과를 사기 위해 오픈 런도 마다하지 않는 현상을 뜻한다.
김성빈(23·여) 점장은 “온라인에서도 판매하는데 대기자가 1만명 넘고 서버가 다운될 때도 있다 보니 차라리 현장에 직접 사러 오겠다는 고객이 많다”면서 “부산에서 새벽부터 차를 몰고 온 손님, 지방에 사는 자식들 부탁을 받고 오신 할머니, 인근 군부대 군인들, 외국인, 유명 연예인 등 전국 각지에서 다양한 고객층이 방문한다”고 말했다.
팩당 6000원인 파지 약과가 중고 플랫폼에 2만원에 올라오는 등 재판매가 극성을 부리자 오프라인은 1인당 2팩, 온라인은 4팩으로 각각 구매제한을 뒀다. 파지 약과는 정품 약과를 만드는 과정에서 깨지거나 규격에 어긋나 못 쓰게 돼 폐기하던 것들이다. 공장에서 파지 약과를 모아 저렴하게 팔던 것이 입소문을 타고 웃돈까지 얹어 거래되자 아예 카페를 열고 주력상품으로 팔게 된 것이다.
◆약과푸딩, 약과빙수까지…서양 디저트 만나 재탄생
유튜브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는 다양한 종류의 약과 시식 후기과 아예 직접 약과를 만들어 먹거나 다른 식재료와 조합해 먹는 레시피가 넘쳐난다. 특히 약과를 소프트 아이스크림 위에 얹어서 먹거나 콩가루를 뿌려서 먹는 레시피가 인기다.
찹쌀을 주원료로 하는 약과는 흔히 ‘할머니 음식’으로 불렸지만 흑임자, 쑥, 인절미 등 전통 디저트들과 함께 MZ세대에게 각광받고 있다. 할머니들이 즐기는 전통음식이나 복고풍 패션을 좋아하고 따라하는 이들을 가리켜 할머니와 밀레니얼을 조합한 ‘할메니얼’이라고도 부른다. 달짝지근한 맛과 꾸덕꾸덕한 식감에 할머니에 대한 향수까지 더해 MZ세대의 입맛을 사로잡았다는 분석이다.
이날 약케팅에 성공한 김도희(24)씨는 “SNS에 약과 시식 후기가 넘치고, 식품회사에서도 약과 마케팅을 많이 하니 약과가 더 친숙하고 가까워진 느낌”이라며 “맛도 있지만 친구들과 날 잡고 왕복 두 시간 넘게 약과 사러가서 먹는 경험 자체도 즐겁다”고 말했다.
식품업계는 앞다퉈 MZ세대 입맛에 맞춰 새롭게 재해석한 약과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편의점 CU가 쿠키 위에 약과를 얹어 만든 ‘이웃집 통통이 약과 쿠키’는 지난 3월 판매 시작 5일 만에 초도 물량 10만개가 모두 팔려나갔다. BGF리테일 유철현 책임은 “기존에 미니 약과를 판매했는데 올해 신제품 약과 매출이 전년 대비 10배 늘고 약과가 포함된 상온 디저트 매출은 80∼90% 뛰었다”면서 “약과가 디저트 카테고리 전체 매출을 견인했다”고 밝혔다.
다만, 약과는 찹쌀가루와 밀가루에 조청이나 꿀, 설탕 등을 넣어 반죽한 뒤 기름에 튀기기 때문에 칼로리와 당분 함량이 높다. 약과 한 개(30g) 칼로리가 119.7㎉에 달하므로 당뇨가 있거나 평소 공복 혈당 수치가 높다면 주의해야 한다.
포천=김수미 선임기자 leol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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