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의 질주는 절실했던 ‘대타’로부터 시작됐다… 이 행복, 끝까지 가보렵니다

김태우 기자 2023. 5. 1.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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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는 남부럽지 않게 잘 나가던 타자였다.

KBO리그에서 900경기를 넘게 뛰며 통산 타율이 3할을 넘었다.

어떻게 보면 KIA 대반격의 시작이 고종욱으로부터 시작됐던 것이다.

최근 9경기 연속 안타로 시즌 타율은 0.364라는 높은 수준을 기록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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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잠자던 KIA 타선을 깨운 주역 중 하나인 고종욱 ⓒKIA타이거즈

[스포티비뉴스=잠실, 김태우 기자] 한때는 남부럽지 않게 잘 나가던 타자였다. KBO리그에서 900경기를 넘게 뛰며 통산 타율이 3할을 넘었다. 한 시즌에 176안타를 쳐 본 적도 있었고, 31개의 도루를 해본 적도 있었다. 선발 라인업 카드에 자신의 이름이 있는 게 항상 익숙하던 선수였다.

누구나 화려하게 불꽃을 태우다, 기량이 떨어지면 후배들이나 경쟁자들에게 그 자리를 넘겨준다. 다만 고종욱(34‧KIA)은 너무나도 갑자기 그런 과정에 처했던 선수다. 부상으로 시작된 부진은 그의 입지를 급격하게 앗아갔다. 2021년 시즌이 끝난 뒤에는 충격의 방출 통보를 받기도 했다. 아직 그라운드에서 주전으로 활약하며 더 많은 안타를 칠 수 있을 것 같은데, 주위에서는 그렇게 생각해주지 않았다.

OPS(출루율+장타율)의 시대에 타율과 안타 생산만을 앞세운 고종욱은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방출된 뒤 2022년 KIA의 부름을 받아 유니폼을 갈아입었지만 주전은 아니었다. 우완 상대로 가끔 경기에 나가거나, 혹은 경기 막판 대타로 투입되는 게 전부였다. 중요한 순간도 있었지만, 의미 없는 순간도 있었다. 그렇게 지난해 62경기에서 나선 타석은 114타석에 불과했다. 서럽지만 받아들여야 했다.

고종욱은 올 시즌 앞두고 애리조나 1차 전지훈련 명단에서도 빠졌다. 세월의 무게를 실감했다. 그러나 좌절하지는 않았다. 기회는 있을 것이라 여겼다. 대신 현실적으로 생각했다. 주전에 대한 생각은 크게 하지 않았다. 대신 자신이 팀을 위해 무엇을 기여할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 자존심을 부릴 때가 아니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뭐든 해야 했다.

고종욱은 “작년부터 어차피 계속 경기를 그렇게(교체 출전) 뛰었다. 올해도 내가 들어갈 수 있는 자리가 쉽지 않다고 봤다. 그렇게 계속 준비를 했다”면서 주전에 대한 생각을 아예 안 한 건 아닌데, 대타 위주로 준비를 했었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대신 주어진 임무가 오면 확실하게 하겠다고 다짐했다.

▲ 4월 8일 끝내기 안타를 친 뒤 동료들의 축하를 받고 있는 고종욱 ⓒKIA타이거즈

하지만 평생 주전도 없듯이, 평생 대타도 없었다. 팀 타선이 부진에 빠져 있는 동안 쏠쏠한 활약을 하자 김종국 KIA 감독은 타격감이 좋은 고종욱을 최대한 활용하기로 했다. 고종욱이 경기에 나가 안타를 칠수록 타순은 위로 올라갔다. 하위타선부터 시작해 상위타선에 정착했다. 묵묵하게 인내했던 시간이 빛을 발하고 있다.

KIA가 연패를 끊었던 4월 19일 사직 롯데전에서 결승타를 친 건 고종욱이었다. 당시 공격 침체의 늪에서 허덕이고 있었던 KIA는 0-0으로 맞선 4회 기회를 잡았다. 그렇게 안 나왔던 결정타가 고종욱의 손에서 나왔다. 어떻게 보면 KIA 대반격의 시작이 고종욱으로부터 시작됐던 것이다.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던, 더그아웃 한켠에서 타석 기회만 기다리고 있었던 이 간절한 대타는 자신과 팀의 반등을 그렇게 실력으로 만들어냈다.

고종욱은 그날 이후 단 한 경기도 거르지 않고 주전으로 출전하고 있다. 올 시즌 선발로 나간 모든 경기에서 안타를 때렸다. 최근 9경기 연속 안타로 시즌 타율은 0.364라는 높은 수준을 기록 중이다. 류지혁과 중심타선과 연결고리 몫도 훌륭하게 수행하고 있다. 수비도 나간다. 고종욱은 “작년에도 이렇게 안 나가봤는데 수비도 나가니까 한편으로는 기분이 너무 좋다. 야구 선수가 글러브도 끼고 해야 하는데 너무 안 끼었다. 요즘 들어서 수비에 나가면 나는 기분이 좋다”고 미소 지었다.

언제 다시 벤치로 갈지는 모른다. 좌타자에 외야수라는 공통점이 있는 나성범과 최원준이 돌아오면, 고종욱에게 어떤 임무가 주어질지는 말 그대로 그때 가봐야 안다. 고종욱도 인정한다. 하지만 물러설 때 물러서더라도, 갈 때까지는 가보겠다는 의지로 뭉쳤다. 고종욱은 “어렸을 때와 달리 이제는 보여줘야 한다. 못 보여주면 밀리는 것”이라고 담담하게 말하면서도 “좋은 선수들이 많다. 전역하는 원준이도 온다. 그때까지 최선을 다해서 어린 애들과 경쟁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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