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성 경고했던 전문가들 “아직 늦지 않았다”[코인, 잔치는 끝났다③]
“되돌아보면 가상자산 규제를 위한 골든타임은 2021년 전이었어요. 시장이 끓어오른 상태에서는 규제가 쉽지 않잖아요. 그전에 발 빠르게 대처했었다면 하는 아쉬움은 있죠.”
가상자산 규제의 필요성을 강조해온 박선영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의 진단이다. 박 교수를 비롯한 전문가들은 2021년부터 가상자산 시장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그러나 이들의 목소리는 코인 ‘광풍’에 묻혔다. 2022년 가상자산 붐이 꺼지기 시작하자 ‘꾼’들은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2023년 코인 시장은 사건·사고로 얼룩졌다. 과거 가상자산 시장의 위기를 진단했던 전문가들에게 ‘시장 안전망 구축’에 대해 다시 물었다. 이들은 “지금부터라도 규제를 적용해 나간다면 건전한 시장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1일 “지금까지의 논의를 입법을 통해 실현해야 할 때”라고 했다. 그는 “코인 사기는 마켓메이커(MM)를 통해 자기들끼리 자전거래를 하면서 가격을 인위적으로 띄우고 피해자들이 돈을 투자하면 빠져나가는 경우가 많았다”며 “과거에는 이러한 불공정거래 행위를 처벌할 규정이 따로 없었지만 현재는 불공정거래 행위 처벌 법안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통과를 앞두고 있다. 법안이 통과되면 관련 범죄가 크게 줄 것”이라고 했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가상자산 규제가) 글로벌 수준으로 보면 우리가 아직 늦은 것이 아니”라고 했다. 그는 “유럽연합(EU) 의회가 가상자산 규제 법안 ‘미카(MICA)’를 지난주에 통과시켰는데 시행까지는 1년6개월 이상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미카의 내용은 우리나라에서도 이미 논의가 된 내용”이라며 “국회에서 우선 1차로 합의된 내용을 법안으로 만들고 추후 거래소 공시 같은 부분들을 합의해 나간다면 우리도 신뢰성 있는 가상자산 생태계를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코인 범죄와 관련해 ‘코인 발행자’로만 처벌 대상을 한정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도 나왔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코인 사기에서 실질적으로 피해자의 돈을 가져가는 사람들은 중간에 시세조작을 벌이는 이들”이라며 “발행자뿐 아니라 시세조종 세력까지 고발해 재산을 압류할 수 있다면 코인 사기 일당에게 ‘어떻게든 처벌받게 된다’는 신호를 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거래소도 시세조작 코인을 유의 종목으로 지정하지 않은 책임이 있다”면서 “거래소 인가에 대한 법적 규정이 없다 보니 거래소가 난립하게 됐다. 이를 보완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했다.
그간 가상자산에 적용되지 않던 자본시장법으로 처벌 공백을 메울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예자선 법무법인 광야 변호사는 “코인 관련 범죄에 자본시장법 제178조를 적용하는 것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자본시장법 제178조는 자본시장에서 거래를 유인할 목적으로 거짓의 시세를 이용하는 행위, 부정한 수단·계획 또는 기교를 사용하는 행위 등을 처벌하는 조항이다. 그간 가상자산은 ‘증권’으로 인정되지 않아 자본시장법의 적용을 받지 않았다.
예 변호사는 “사기죄를 적용하면 피해자들이 인과관계와 피해 정도를 입증해야 해 어려움이 많았지만 코인을 도박성이 있는 ‘투자계약증권’으로 보면 자본시장법을 적용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허위 공시나 자전거래 등 부정거래를 모두 처벌할 방법이 생기는 것”이라며 “새로 법을 제정하더라도 현재 있는 법으로 처벌할 수 있는 건 처벌해야 공백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https://www.khan.co.kr/national/national-general/article/202305011256001
김세훈 기자 ksh3712@kyunghyang.com,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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