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 알바’ 보이스피싱 현금수거책...항소심서 형량 더 늘었다

금융기관 직원행세하며 현금 수거
사기혐의로 1심서 징역 2년6개월
2심선 “사기 공동정범 봐야 타당”
원심 깨고 징역 3년형 선고

보이스피싱에 가담한 현금수거책들이 항소심에서 원심보다 높은 형량을 선고받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재판부는 현금 수거책들이 불법이라는 것을 인식하고도 범행을 이어 나갔기 때문에 단순 가담자라도 엄벌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대전지법 형사항소3부(손현찬 부장판사)는 1일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A(21)씨의 항소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징역 3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A씨는 지난해 9월 5일 보이스피싱 조직원에게 속은 피해자에게 금융기관 직원 행세를 하며 1000만원을 받아내는 등 현금 수거책 역할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보이스피싱 조직이 같은 해 9월 26일까지 12차례에 걸쳐 약 2억2000만원을 가로채는 범행 과정에서 일당 15만원을 받고 활동했다. 1심 재판부는 “전체 편취 금액에 비해 피고인이 얻은 이익이 크지 않고 조직원들에게 현금 수거에 관한 지시만 받은 것으로 보인다”며 사기 방조 혐의만 인정했었다.

하지만 2심은 “피고인이 조직원들 사기 범행의 세부적인 내용이나 방법에 대해 구체적으로 인식하지는 못했다고 하더라도 미필적으로나마 인식한 것으로 보여 공동정범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사기 혐의를 인정해 형량을 높였다.

대전지법 형사8단독(최리지 판사)은 최근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B(32)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했다. B씨는 2021년 12월 23일 금융기관 직원을 사칭한 보이스피싱 일당에 속은 피해자에게 2690만원을 받아 가로채는 등 3명으로부터 약 1억원을 가로챈 보이스피싱 범행에서 건당 10만원을 받고 현금 수거책 역할을 한 혐의로 기소됐다.

최 판사는 “피고인은 금융기관 직원이냐고 묻는 피해자의 질문에 ‘네’라고 답하고 자신이 하는 일이 불법이라는 것을 명확히 인식하고도 범행을 이어갔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대전지법 형사항소3부(손현찬 부장판사)는 지난달 6일 보이스피싱 범행에서 현금 수거책을 맡아 사기방조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 10개월을 선고받은 C(24)씨의 항소심에서 원심보다 높은 징역 2년 4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신용 불량의 궁박한 처지에 있거나 법에 무지한 피해자들을 속이는 보이스피싱 범죄는 사회적으로 폐해가 큰 만큼 단순 가담자라 할지라도 엄벌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