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P모건, 퍼스트리퍼블릭 은행 인수…블랙먼데이 피했다
JP모건 또다시 소방수로 나서
올해만 네 번째 미 은행 파산
파산 위기에 내몰린 미국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이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체이스에 인수된다. 재점화된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이 JP모건의 인수로 일단 급한 불을 껐다는 평가가 나온다.
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 등에 따르면 JP모건은 퍼스트리퍼블릭의 920억달러 규모 예금과 1730억달러의 대출, 300억달러의 유가증권 등 자산 대부분을 인수하기로 했다. FDIC가 퍼스트리퍼블릭을 폐쇄하고 자산을 동결한 후 JP모건이 이를 인수하는 형식이다. 인수 가격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퍼스트리퍼블릭의 자산은 3월 말 기준으로 2330억달러(약 312조4500억원)다.
리먼브라더스 등 투자은행을 제외하면 퍼스트리퍼블릭의 붕괴는 2008년 금융위기로 무너진 워싱턴 뮤추얼에 이어 미국 역사상 두번째로 규모가 큰 은행 실패로 기록될 전망이라고 AFP통신은 전했다.
퍼스트리퍼블릭의 예금은 FDIC의 예금보험 한도 내에서 지급이 보장된다. FDIC는 이번 인수로 130억달러 규모의 보험기금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대출 손실은 FDIC와 JP모건이 분담해서 떠안게 된다.
전날부터 진행한 매각 입찰에는 JP모건과 PNC파이낸셜그룹, 시티즌스파이낸셜그룹 등이 참여했고 밤샘 협상 끝에 JP모건이 인수자로 선정됐다. FDIC는 ‘블랙 먼데이’를 피하기 위해 주식시장이 문을 열기 전 속전속결로 인수절차를 진행했다.
퍼스트리퍼블릭이 매각되면서 미국 내 8개 주에 있는 이 은행 지점 84곳은 1일부터 JP모건체이스 은행 지점으로 문을 열게 된다고 AP통신은 설명했다.
샌프란시스코에 기반을 두고 있는 퍼스트리퍼블릭은 1985년 설립된 지역은행이다. 대출에 우대금리를 부여하며 ‘큰 손’ 고객을 유치해 미국 자산규모 14위까지 성장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도 이 은행 고객이었다.
그러나 지난 3월10일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폐쇄된 이후 금융시장 불안이 커지면서 퍼스트리퍼블릭 에도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 조짐이 나타났다. 지급보증 한도(25만달러)를 넘기는 예금이 전체 68%에 달하는 등 취약한 구조가 문제로 지적됐다.
지난달 퍼스트리퍼블릭 파산을 막기 위해 11개 대형은행들이 300억달러의 긴급자금을 예치했음에도 고객들의 예금 인출 행렬은 끊이지 않았다.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의 주가는 한 달 사이 97% 가까이 폭락했다. 지난해 11월 400억달러 규모였던 은행의 시장 가치도 지난 28일 기준 5억5700만 달러로 내려앉았다.
퍼스트리퍼블릭은 지난 3월 폐쇄된 실버게이트, SVB, 시그니처은행에 이어 올 들어 미국에서 네 번째로 문을 닫은 은행이 됐다.
다만 갑작스러운 뱅크런으로 순식간에 무너졌던 SVB 사태 때와는 달리 시장 혼란은 제한될 것으로 보인다. 퍼스트리퍼블릭 사태가 미 은행 업계에 혼란을 확산하거나 금융시스템 전반의 불안정성을 야기하는 쪽으로 옮겨갈 가능성도 높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예일대 금융안정성 프로그램 스티븐 켈리 선임연구원은 WSJ에 “퍼스트리퍼블릭의 문제는 SVB와 시그니처 사태에서 비롯됐다”며 “2008년 당시 은행 하나가 파산하면 투자자들이 다음으로 큰 은행을 주시하던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고 말했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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