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여자농구 올스타전] 경험, 돈으로 살 수 없는 가치

손동환 2023. 5. 1.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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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을 얻은 것.

이번 한일 여자농구 올스타전에서 얻은 최대 수확이었다.

일본 여자프로농구리그인 W리그가 29일부터 이틀 동안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W리그 올스타 2022-2023 in 아리아케'를 주최했다.

사무국은 W리그의 행정과 경기장 풍경을,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은 일본 여자농구를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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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을 얻은 것. 이번 한일 여자농구 올스타전에서 얻은 최대 수확이었다.

일본 여자프로농구리그인 W리그가 29일부터 이틀 동안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W리그 올스타 2022-2023 in 아리아케’를 주최했다.

12명의 WKBL 라이징 스타와 WKBL 코칭스태프, 5개 구단 사무국은 해당 행사에 초청받았다. 14명으로 구성된 W리그 올스타와 한판 대결을 위해서였다. 사무국은 W리그의 행정과 경기장 풍경을,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은 일본 여자농구를 느낄 수 있었다.

각자가 보고 느낀 건 다르다. 하지만 확실한 게 있다. 모두가 ‘경험’이라는 소중한 가치를 얻었다는 점이다. W리그 올스타 현장을 취재했던 기자도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W리그 올스타전에서 얻은 경험들을 적어보려고 한다.(글이 길 수도 있다는 점 양해 바란다)
 

# 첫 인상

W리그 올스타전이 개최된 아리아케 아레나는 2019년 12월 21일에 새롭게 개장했다. 프로레슬링 경기장으로 사용됐던 디퍼 아리아케를 철거하고, 2020 도쿄 올림픽을 위해 새롭게 지은 경기장이다. 대한민국 여자배구 국가대표팀이 이 경기장에서 경기한 바 있다. 최대 수용 인원은 17,229명.
28일 아리아케 아레나로 입성한 선수들은 보조체육관에서 몸을 풀었다. 보조체육관은 2개의 코트를 담고 있었다. 덕분에, 선수들은 넓은 공간에서 몸을 풀 수 있었다. 넓은 코트 덕분에 더 넓은 공간에서 움직여야 했지만, 코칭스태프 입장에서는 많은 장점을 갖고 있었다.
보조체육관 옆에 알 수 없는 음악이 들렸다. 올스타전이 열릴 메인 체육관이 시설 및 장비 리허설을 진행했기 때문. 음악에 홀려 메인 체육관으로 입장. 메인 체육관의 코트 재질을 확인했다. 그때 W리그와 WKBL을 이어준 관계자가 “여기는 테니스 코트로 활용되는 곳입니다. 그래서 코트를 설치하기 위해, 나무 바닥을 따로 준비했어요”라며 시설에 관해 이야기했다.
그리고 인상적인 게 있었다. 한 아이돌 그룹이 30일에 있을 공연을 연습하고 있었다. 이틀 전부터 자신의 퍼포먼스를 살펴본 것. 우리 나라의 아이돌이 경기 당일에 급하게 공연하는 것과는 뭔가 달랐다. 여러모로, 아리아케 아레나의 첫 인상은 꽤 강렬했다.

# PRESS ROOM

기자 신분이라 그런지, 새로운 곳에 가면 취재 환경을 먼저 보게 된다. 중점사항 역시 그렇다. 관계자에게 먼저 물어본 것 역시 “경기 중에는 어디서 기사를 작성하고, 경기 후에는 어떻게 인터뷰를 하나요?”였다.
W리그는 방송 관계자용 대기실과 취재기자용 대기실(이하 PRESS ROOM)을 구분했다. 방송 관계자용 대기실에는 모니터할 수 있는 TV와 방송 장비가 있었고, 인터뷰할 수 있는 MIXED ZONE과 테이블, 콘센트와 음료수 등이 PRESS ROOM에 비치됐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문제가 있었다. 코트 안에서 노트북으로 기록할 방법이 없었다. 골대 뒤에 있는 관중석 일부가 기자석으로 활용돼, 노트북을 놔둘 수 있는 테이블과 콘센트, 인터넷 장비(와이파이 포함)가 없었기 때문.(KBL과 WKBL 경기장 같은 경우, 테이블-콘센트-유무선 인터넷이 구비된 기자석이 따로 있다) 그래서 ‘기사를 아예 쓰지 못하면 어떻게 하나?’라는 걱정을 했다.
다행히 기우였다. 코트 내 기자석과 코트 밖 PRESS ROOM의 거리가 멀지 않아, 노트북 충전 혹은 인터뷰를 위해 오가는 게 불편하지 않았다. 또, 포켓 와이파이 장치 덕분에, 기사 업로드와 자료 검색에 불편함을 겪지 않았다.
그리고 기자가 취재했던 환경과 또 달랐던 게 있었다. 경기 후 인터뷰다. KBL과 WKBL은 경기 종료 후 양 팀 감독과 수훈 선수를 기자석에 비치된 테이블에 앉힌다. 반대편 테이블에 앉아있는 기자가 질문을 하고, 인터뷰이가 대답을 하는 형식.(다만, 타 종목은 농구와 다른 방식으로 진행된다)
W리그 올스타전은 그렇지 않았다. 선수가 지정된 MIXED ZONE에 섰고, 테이블에 있는 기자들은 선수에게 질의 응답을 했다. 그때 방송국 카메라는 선수의 일거수일투족을 촬영했다. KBL과 WKBL에서는 인터뷰와 동시에 기록할 수 있는 반면, W리그 올스타전에서는 인터뷰 후 테이블에서 기록해야 하는 약간의 번거로움(?)을 안고 있었다.

# 좀처럼 볼 수 없는 풍경

위에서 이야기했듯, WKBL 5개 구단 사무국장이 이번 올스타전을 참관했다.(인천 신한은행 사무국은 연습체육관 이전 문제로 참석하지 못했다) W리그 선수들의 경기력과 W리그 올스타전 진행 방식을 보기 위해서였다.
5개 구단 사무국장은 평소 인간적으로는 친하게 지낸다. 그러나 프로 무대는 성적을 증명해야 하는 곳. 아무리 친하더라도, 소속 팀의 성적을 최우선으로 삼아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서로 다른 이해 관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번은 달랐다. 특히, WKBL 라이징 스타와 W리그 올스타전의 맞대결이 열릴 때 그랬다. 라이징 스타 선수들의 소속 구단은 달라도, 모두 한국 여자프로농구를 대표해 나온 선수이기 때문. 그래서 5개 구단 사무국 모두 선수들 응원에 목을 아끼지 않았다.
물론, 소속 팀 선수가 잘했을 때와 소속 팀이 아닌 선수가 잘했을 때의 데시벨은 달랐다. 특히, 박지현(아산 우리은행)이 맹폭할 때, 우리은행 사무국은 “(박)지현아 살살해~”, “지현아, 도카시키 라무 1대1로 막아봐!”라며 텐션을 올렸다.
그리고 WKBL 라이징 스타 팀이 공격할 때, 6개 구단의 응원곡이 교대로 나왔다. BNK 응원곡이 경기 초반 많이 나오자, 나머지 구단 사무국장들이 농담 삼아 “어우. W리그랑 긴밀하네”라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다.(이를 지켜본 WKBL 관계자는 W리그 관계자에게 “모든 구단의 노래를 고르게 틀어주면 좋겠다”고 요청했고, 6개 구단의 노래가 후반전에는 고르게 나왔다. 어쨌든 한국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풍경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볼 수 있었다.

# 도카시키 라무

도카시키 라무(JX-ENEOS)는 일본 여자농구의 대들보다. 1991년생인 도카시키 라무는 2013 FIBA 아시아여자농구선수권대회(현 FIBA 아시아컵)에서 일본 여자농구 국가대표팀을 43년 만에 우승으로 이끌었다. 큰 키와 운동 능력, 센스를 활용한 페인트 존 지배력으로 대회 MVP에도 올랐다. 일본 여자농구는 그 후 아시아선수권 4연패. 도카시키 라무는 일본 여자농구 전성기의 토대를 마련했다.
2015년 WNBA에 진출했다. 시애틀 스톰에서 활약했다. 그리고 2016 리우 올림픽에서 일본을 8강으로 이끌었다. 그 후 발목 부상과 전방 십자인대 파열 등 부상에 시달렸지만, 일본 여자농구에서 여전히 상징적인 존재다.
그런 도카시키 라무가 이번 W리그 올스타와 WKBL 라이징 스타 맞대결에 참여했다. 이벤트성 경기였기에 100%를 다한 건 아니었지만, 집중할 때만큼은 모든 선수들을 압도했다. 박지현-이해란(용인 삼성생명) 등 WKBL 장신 선수들에게 많은 가르침을 줬다.
그렇지만 도카시키 라무는 WKBL의 어린 선수들을 높이 평가했다. 기술 면에서는 조언을 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WKBL 선수들의 잠재력을 크게 봤다.
“기술이 좋고, 마무리 집중력이 좋습니다. 특히, 볼을 향한 집중력은 일본 선수들보다 훨씬 좋다고 생각합니다. 기술 면에서는 이야기할 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만 도카시키 라무는 WKBL 라이징 스타들한테 농구 선배다. 농구와 관련된 경험을 훨씬 많이 갖고 있다. 그래서 기자는 “어린 선수들에게 조언할 점은 없는가?”라고 물었다.
도카시키 라무의 대답은 간단했다.
“각자의 능력이 워낙 출중합니다. 슛도 좋고, 핸들링도 좋고, 판단력도 좋아요. 다만, 상대 선수에게 이기고자 하는 마음을 강하게 품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상대가 나보다 강하든 그렇지 않든, 팀 승리에 기여할 수 있는 모든 걸 해야 합니다. 그런 마음이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한편, 도카시키 라무를 상대했던 박지현과 이해란은 일본 여자농구 최고 선수와의 승부를 특별하게 여겼다. 두 선수 모두 MIXED ZONE에서
박지현 : 올스타전에 참가하는 것도 기대됐지만, 도카시키 라무랑 함께 뛴다는 게 너무 기대됐어요. 제가 개인적으로 WNBA를 목표로 삼고 있는데, 도카시키 라무는 WNBA 경험을 지닌 선수입니다. 너무 존경하는 선수였기 때문에, 맞붙을 수 있어서 실제로 더욱 영광이었습니다.
이해란 : 원래 긴장을 많이 하는 타입이기도 하고, 너무 높아서 무서웠던 것도 있었어요. 또, 골밑에서 하든 외곽에서 하든, 강약 조절을 잘했어요. 매치업을 해보니, 더 대단한 선수라고 느꼈어요.

# W리그 올스타전 그리고 일본 여자농구

WKBL 라이징 스타와 W리그 올스타의 맞대결은 메인이 아니었다. W리그 올스타전을 위한 전초전. 메인 이벤트는 30일 오후 4시에 열렸던 W리그 올스타 24인의 경기였다.
W리그 선수들 또한 2022~2023시즌 종료 후 올스타전을 준비했다. 몸이 완전치 않았고, 부상 혹은 치료로 나오지 못하는 선수들도 많았다. 2020 도쿄 올림픽 어시스트 1위인 마치다 루이가 그랬고, 2020 도쿄 올림픽 은메달 멤버인 아카호 히마와리도 코트에는 나오지 못했다.
선수들의 경기력이 떨어질 수 있었다. 하지만 올스타 멤버 중 많은 이들이 대표팀에서 합을 맞춘 바 있다. 올스타 멤버치고는, 공수 짜임새가 너무 탄탄했다.
승부를 결정지어야 할 때, 수비 전술을 변화한 팀도 있었다. 2-3 지역방어를 기반으로 한 매치업 지역방어를 한 시간도 있었다. 키 큰 선수와 키 작은 선수의 매치업이 한국 농구에서 이뤄진 적은 있지만, 지역방어가 올스타전에서 나온 건 드문 일이었다.
사실 일본 여자농구의 공수 조직력은 29일에 열렸던 WKBL 라이징 스타와 W리그 올스타의 맞대결에서도 어느 정도 알 수 있었다. 14개 구단에서 모인 선수들이었지만, 트랩수비와 도움수비, 수비 혹은 실점 이후 속공 전개 시 각자의 역할에 맞는 움직임과 동선이 자연스럽게 나왔다.
WKBL 라이징 스타-W리그 올스타 맞대결 MVP로 선정된 토도 나나코는 그 비결을 아래와 같이 말했다.
“대표팀에서 합을 많이 맞춰봤고, 포지션별로 뛰어난 선수들이 많았어요. 그래서 각자 역할에 맞는 움직임을 할 수 있었죠. 그리고 W리그 팀 모두 수비를 잘합니다. 수비 이후 이뤄지는 트랜지션도 빠르고요. 그래서 다른 팀 선수들이랑 합을 맞춰도, 큰 문제는 없습니다”
또, W리그 올스타 경기에 참가한 선수들이 많은 퍼포먼스를 준비했다. 고참인 타카다 마키와 도카시키 라무가 팬들을 위한 퍼포먼스를 주도했다. 3점을 넣은 선수들은 후추통을 돌리는 동작으로 제임스 하든의 세레머니를 따라했고, 여러 선수들이 관중석에서 팬들과 교감을 나눴다.
특히, 도카시키 라무가 인상적이었다. 자신과 관련된 굿즈를 팔기 위해, 코트로 구석구석 돌아다녔다. 그리고 상대편 빅맨에게 언스포츠라이크 파울을 유도한 후, 자유투 라인에 섰다. 그런데 상대편에 있던 아카호 히마와리가 도카시키 라무에게 마스크를 씌웠다.
도카시키 라무는 졸지에 마이클 조던한테 빙의했다. 그러나 현실은 마이클 조던이 아니었다. 자유투 2개 모두 실패. 하지만 그게 중요한 게 아니었다. 팬들에게 즐거움을 줬다는 점이다. 올스타 게임 혹은 프로농구 경기의 진정한 의미를 WKBL에 알려줬다. 이는 현장을 찾은 WKBL 관계자와 코칭스태프, 선수들이 꼭 알아야 할 점이었다.

# 돈으로 살 수 없는 것, 경험

모든 일정이 끝난 후, WKBL 라이징 스타에 포함됐던 이혜미(인천 신한은행)가 자신의 SNS에 아리아케 아레나에서의 추억을 업로드했다.
그리고 하나의 문구가 기자에게 와닿았다. ‘Speceial Experience’.
박지현을 제외한 어린 선수들 대부분이 다른 나라 선수들과 많이 붙어보지 못했다. 긴 시간 동안 다른 나라 선수들을 상대한 경험이 없다. 특히, 수준 높은 일본 여자농구 선수들과 한 자리에 서는 건 어려운 일. 그래서 여러 선수들이 경기 전부터 ‘배움’을 기대했다.
이다연 : 잘하는 선수들을 몸으로 느끼고 싶어요. 상대 수비에 어떻게 대처하는지를 체득하고 싶은 거죠. 잘해야 한다는 생각보다, 배우고 싶은 마음이 커요.
박진영 : 우리 나라에서 잘한다는 언니들과 함께 할 수 있고, 일본의 수준 높은 선수들과 붙어볼 수 있어요. 저의 부족한 점을 찾을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요.
박성진 : 이번 경기에서 얼마나 뛸지는 모르겠어요. 그렇지만 주어진 시간 동안, 뛰어난 선수들과 한 코트에 설 수 있어요. 포스트에서 하는 기술과 움직임을 보고 배우겠습니다. 저에게는 너무 감사한 기회예요.
물론, 아쉬움도 있었다. WKBL과 W리그 모두 비시즌에 해당 경기를 해야 했기에, 선수들의 부상 발생 우려가 존재했다. 또, 촉박한 일정 때문에, WKBL 관계자와 구단 사무국, W리그와 구단 사무국이 소통할 시간도 부족했다. 개선해야 할 점이 분명 있다.
긍정적이었던 점과 개선해야 할 점 모두 파악했다. ‘경험’이 있었기에, 깨달은 것들이다. 그런 ‘경험’이 쌓인다면, WKBL은 외연의 폭을 더 확장할 수 있다. 경기를 뛴 선수들은 더 넓은 시야로 농구를 할 수 있다. 그래서 ‘경험’은 이번 한일 여자농구 올스타전에서 가장 소중한 가치일 것이다. 사실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가치 중 하나이기도 하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가치이기 때문이다.

사진 = 손동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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