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배 빠르다고 홍보하던 5G...“언제쯤 써볼 수 있나요” [뉴스 쉽게보기]

박재영 기자(jyp8909@mk.co.kr), 임형준 기자(brojun@mk.co.kr) 2023. 5. 1. 1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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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5세대 이동통신(5G) 스마트폰을 이용하시나요? 우리나라 5G 서비스 가입자는 중복 가입을 포함해 2900만명쯤 된대요. 전체 통신 가입자 중 37%가 넘어요. 그런데 5G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만은 줄어들지 않는 모양새예요. 5G 통신 요금을 내고 있지만, 막상 스마트폰을 사용하면 4G인 LTE(롱텀에볼루션) 통신망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는 거죠.

5G 통신망에 연결돼도 딱히 속도가 빠르지 않다고 불평하는 고객들도 적지 않아요. 국내 3대 통신사인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는 한때 ‘5G가 4G에 비해 20배 빠르다’라며 대대적으로 광고했는데요. 일부 소비자들은 이게 과연 20배 빠른 게 맞는 건지 모르겠다고 말해요.

그런데 요즘 통신 3사가 하나둘씩 이 ‘20배 빠른’ 5G 서비스 사업에서 손을 떼고 있어요. 정부가 ‘통신사들이 준비를 제대로 안 했다’라며 이 사업을 못 하게 막는 모양새인데요. 통신사들은 ‘당분간 쓸 사람도 없는데 정부는 준비만 해놓으라고 한다’라는 입장이죠.

서울의 한 통신사대리점에 3대 통신사 로고가 붙어있다. [사진=이승환 기자]
말 많은 5G, 대체 왜 잘 안 터지고 별로 빠르게 느껴지지도 않는 걸까요? 그리고 통신사들이 손을 떼는 이유는 뭘까요?
5G가 잘 안 터지는 이유
5G가 잘 안 터지는 건 전파를 퍼뜨려 주는 기지국이 부족하기 때문이에요. 흔히 5G를 두고 ‘속도는 빠르지만 약하다’라고 말해요.

넓은 도로 사용하는 5G

5G는 4G에 비해 대역폭이 넓어요. 대역폭은 보통 ‘도로 폭’에 많이 비유해요. 4G가 왕복 2차선 도로라면, 5G는 왕복 10차선 도로 쯤 된다는 거죠. 도로 폭이 넓으니 데이터 전송속도가 빠른 거고요. 그래서 실감 나는 가상현실(VR)이나 증강현실(AR), 완전 자율주행 자동차처럼 초고속 데이터 통신이 필수인 기술은 5G 없이는 제대로 구현하기가 불가능해요.

장애물에 약한 5G

그런데 5G 통신에 사용하는 전파는 약해요. 건물이나 벽 같은 장애물을 잘 통과하지 못한대요. 속도는 빠르지만 멀리 퍼지지 못하는 거예요. 그래서 5G는 4G에 비해 전파를 퍼뜨려 주는 기지국을 더 많이 설치해야 한대요.

문제는 기지국 숫자가 충분하지 않다는 거예요. 5G는 4G보다 더 촘촘하게 기지국을 세워야 하는데 오히려 기지국 숫자가 적다고 해요. 통신사들이 5G용 기지국 숫자를 늘리고 있지만 아직 4G만큼 원활한 연결은 기대하기 어렵죠.
5G가 빠르게 느껴지지도 않는 이유
소비자들의 더 큰 불만은 5G의 속도예요. 분명 20배 빠르다고 했는데 4G와 큰 차이를 못 느끼겠다는 거예요.
2021년 10월 전국 20~59세 LTE·5G 스마트폰 이용자 2048명 대상 설문/자료=한국전자통신연구원
사실 5G는 종류가 두 가지예요. ‘빠른 5G’가 있고 ‘느린 5G’도 있어요. 물론 둘 다 4G보단 빠르지만, 차이가 꽤 크죠. 위에서 대역폭을 도로 폭에 비유했는데요. 빠른 5G는 28㎓(기가헤르츠)의 주파수 대역을 사용하고 대역폭이 아주 넓어서 속도도 아주 빨라요. 반면 느린 5G는 3.5㎓의 주파수 대역을 사용해요. 빠른 5G에 비해선 대역폭이 좁아서 속도도 비교적 느려요.

4G보다 20배 빠르다고 했던 것도 바로 이 ‘빠른 5G’를 말한 거예요. ‘느린 5G’도 4G보다는 빠르지만 최고 속도를 비교하면 3~5배 정도밖에 차이가 안 난대요.

그런데 현재 한국에서 일반 소비자가 20배 빠른 5G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는 지역은 거의 없다고 해요. 지금까지 설치한 기지국이 대부분 ‘느린 5G’용이기 때문이죠.
통신사들이 손을 떼는 이유
전파가 다니는 길인 주파수는 국가가 소유하고 관리해요. 길이 나 있다고 해서 사람과 자동차, 기차가 동시에 다닐 수 없듯이, 주파수도 대역별로 국가로부터 허락받은 이들만 사용할 수 있죠. 그렇게 하지 않으면 교통사고가 나듯 혼선이 생기기 때문이에요.

통신 3사가 5G 서비스를 위한 대역폭을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정부의 허락을 받았기 때문이에요. 대신 정부는 ‘소비자들이 불편을 느끼지 않도록 기지국 좀 많이 설치해’라고 조건을 달았고요. 그런데 정부가 조사를 해봤더니 ‘느린 5G’용 기지국은 만들고 있는데, ‘빠른 5G’를 위한 기지국은 거의 설치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대요.

결국 작년 11월에 정부는 KT와 LG유플러스에 ‘빠른 5G’를 위한 주파수 대역 사용권을 반납하라고 통보했어요. SK텔레콤에는 일단 시간을 더 주기로 했고요. ‘일단 사용권을 빼앗진 않을 테니 이제라도 열심히 기지국 만들어’라며 경고한 거예요.

하지만 정부의 경고는 딱히 효과가 없었어요. 지난 20일 국회가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작년 11월 이후 SK텔레콤은 ‘빠른 5G’용 기지국을 하나도 건설하지 않았대요. SK텔레콤도 주파수 사용권을 빼앗길 것으로 보이죠.

사용권을 빼앗긴 KT와 LG유플러스는 정부의 처분을 수용했어요. 사용권을 되찾아 오기 위한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죠. SK텔레콤도 크게 다를 것 같지 않고요. 사실 이들에겐 ‘빠른 5G’용 기지국을 세우는 게 부담일 수 있어요. ‘느린 5G’용 기지국에 비해 만드는 게 더 어렵기도 하고, 막상 만들어도 활용할 만한 곳이 많지 않기 때문이에요.

스마트폰으로 고화질 동영상을 보거나 온라인 게임을 하는 건 ‘느린 5G’만으로도 충분해요. 초고속 통신을 사용하는 VR이니 자율주행이니 하는 신기술이 곧 등장할 것 같았는데, 그 시기는 생각보다 늦어지는 중이고요. 국내엔 아직 ‘빠른 5G’를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 스마트폰조차 출시되지 않았대요. 통신사들은 ‘아직 수요가 없는데 기지국부터 먼저 만들긴 부담스럽다’라는 입장이에요.

2021년 10월 전국 20~59세 LTE·5G 스마트폰 이용자 2048명 대상 설문/자료=한국전자통신연구원
20배 빠른 5G, 언젠간 쓸 수 있을까요?
결국 소비자는 당분간 ‘느린 5G’만 사용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이는데요. 공정거래위원회가 기지국 건설을 소홀히 한 통신 3사를 문제 삼기 시작했어요. 20배 빠른 5G라고 홍보한 건 과장광고라는 거예요.

현재 조사를 진행 중인 공정위는 이르면 다음 달 이들에 대한 제재안을 발표한다고 해요. 과징금 규모가 수백억원대에 이를 거라는 전망까지 나오죠. 통신사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에요. 당시 광고를 했던 건 어디까지나 ‘이론적으론 20배 빠르다’라는 뜻이었고, 문제가 된 후로는 광고 내용을 시정했다는 거예요.

정부는 통신 3사 외에 새로운 회사가 ‘빠른 5G’ 시장에 뛰어들기를 바라고 있어요. 신규 사업자가 등장하면 4000억원의 자금을 지원하고 세금 부담을 덜어주는 등의 각종 혜택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했죠. 네이버와 카카오, 쿠팡, 토스 등이 후보로 거론되기도 했고요. 하지만 지금까지 뚜렷한 의지를 내보인 곳은 없대요. 정부의 지원을 고려해도 만만치 않은 사업 영역인 거예요.

한국은 세계에서 최초로 5G 통신 서비스를 상용화한 나라예요. 국내 통신 3사는 미국 업체들보다 하루 앞선 2019년 4월 3일에 5G 서비스를 시작했죠. 하지만 4년이 흐른 현재 ‘세계 최초’라는 타이틀에 비하면 국내 5G 시장엔 부족한 점이 많아 보여요. 지금 분위기라면 대대적으로 광고했던 ‘20배 빠른 5G’는 결국 허상으로 남을 듯하고요.

주파수 사용권을 빼앗은 데 이어 막대한 과징금까지 물릴 수 있다는 정부, 할 만큼 했다며 억울해하는 통신사 간의 골이 깊어지는 모양새인데요. 언제쯤 소비자들은 빠르고 안정적인 5G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될까요?

<뉴미디어팀 디그(di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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