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바이옴, 첫 먹는약 승인에 들썩…국내사 차별화 무기는

정기종 기자 2023. 5. 1.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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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FDA 세레스 디피실감염증 치료제 허가…지난해 12월 페링제약 '리바이오타' 이후 두번째
경구제로는 세계 최초 허가…높은 편의성에 치료제 시장 개화 앞당길 동력 기대
글로벌 시장 연평균 성장률 31%…'2023년 2.69억달러→2028년 13.7억달러' 전망
정부 적극 지원 청사진 공개…지놈앤컴퍼니·CJ바사·고바이오랩·지아이바이옴 등 기대감↑


미국 식품의약국(FDA)가 먹는(경구제)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신약허가를 처음으로 내줌에 따라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개발을 하고 있는 국내 기업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마이크로바이옴의 상용화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국내사도 각사별 차별화 무기를 앞세워 시장 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식품의약국(FDA)는 26일(현지시간) 세레스테라퓨틱스의 디피실감염증(CDI)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보우스트'(SER-109)를 허가했다. CDI는 장내 디피실균이 과도하게 증식해 설사와 장기부전 등을 야기하는 염증성 장질환이다.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가 FDA 허가를 획득한 것은 이번이 두번째다. 최초 허가품목은 스위스 페링제약 '리바이오타'로 지난해 12월 허가를 받았다. 적응증은 보우스트와 같은 디피실감염증이다. 다만 좌약(직장 투여형) 형태로 복약 편의성이 다소 떨어진다는 한계가 있었다.

마이크로바이옴은 체내 미생물 집단의 유전정보를 일컫는 용어로 '미생물'(Microbe)과 '생태계'(Biome)의 합성어다. 해당 생태계가 면역반응이나 각종 질환에 영향을 미친다는 개념에서 출발한 연구는 건강기능식품을 거쳐 의약품까지 그 영역을 확장 중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프로스트앤드설리번에 따르면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시장 규모는 올해 2억6900만달러(약 3600억원)에서 2028년 13억7000만달러(약 1조8300억원)까지 연평균 30% 이상 성장할 전망이다.

업계는 보우스트 허가가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시장 개화를 앞당기는 동력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경구제 승인을 통해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의 범용적 상용화 가능성이 일부 해소된 만큼, 시장 확대 및 신규 개발사 유입 요인이 부각됐기 때문이다.

마이크로바이오 치료제를 개발 중인 국내 바이오벤처 지아이바이옴의 김영석 대표는 "기존 허가 품목의 경우 냉동 보관 후 투약을 위해 해동을 거쳐야 하는데다 환자들이 받아들이는데 물리·심리적 제한이 뒤따랐다"며 "경구제는 환자들에겐 복약 편의성이 높고, 의료기관 역시 보관이 용이해 선호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에 국내 마이크로바이옴 치료제 개발사들 역시 저마다의 강점을 앞세워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내 대표사로는 지놈앤컴퍼니와 CJ바이오사이언스, 고바이오랩, 지아이바이옴 등이 꼽힌다. 기존 허가품목의 적응증에 국한되지 않는 항암제와 뇌질환, 피부질환 등 다양한 영역의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국내사 중 가장 앞선 개발 단계에 진입한 곳은 지놈앤컴퍼니다. 대표 파이프라인인 'GEN-001'은 위암과 담도암을 대상으로 경구용 항암제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머크·화이자(위암), MSD(담도암) 등 굵직한 병용 임상 파트너와의 협업으로 관심이 집중된 상태다. 상반기 내 위암 임상 2상 중간 결과 발표가 전망된다. 신규 타깃 면역항암제 'GENA-104' 역시 상반기 1상 승인을 목표 중이며, 하반기에는 자폐증 치료제로 개발 중인 'SB-121'의 2상 승인이 전망된다. 이미 타깃 발굴력을 검증받은 마이크로바이옴 빅테이터 플랫폼(GNOCLE)부터 상업화 수준 제품 생산력 등 국내사 가운데 유일한 전주기 개발 역량을 구축하고 있다.

지난 2021년 CJ그룹 품에 안긴 CJ 바이오사이언스(舊 천랩)는 공격적 파이프라인 인수가 눈에 띈다. CJ그룹은 천랩 인수 반년이 지나지 않은 시점에 네덜란드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 바타비아 바이오사이언스 지분을 인수하며 관련 설비를 확보했다. 이어 지난달 영국 4D파마의 유망 신약후보 9건과 플랫폼 기술 2건을 대거 인수하며 존재감을 키운 상태다.

연초 FDA 임상 승인을 받은 면역항암제 'CJRB-101' 등을 필두로 상용화 가능성 높은 물질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작업이 한창이다. 여기에 과거 천랩의 강점으로 꼽혔던 마이크로바이옴 빅데이터 플랫폼 역량을 활용해 국내에서 유일하게 미생물 유전체 분석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는 점도 차별점이다.

이밖에 고바이오랩은 미국 임상계획을 승인 받은 후보물질 'KBL697'을 통해 건선과 염증성장질환 2상 단계에 진입했다. 천식 치료제 후보물질 'KBL693' 역시 1상을 마치고 글로벌 2상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피부와 호흡기를 비롯해 간 질환 등 다양한 적응증 타깃 전략이 강점으로 꼽힌다.

지아이이노베이션의 관계사인 지아이바이옴은 지난 2월 항암 후보물질 'GB-104'의 1상 시험계획(IND)을 승인 받으며, 임상이 본격화 된 상태다. 상반기 1상을 완료한 뒤, 세포치료제 전문 관계사인 지아이셀과 협업해 세계 최초로 NK세포와의 병용 임상 2상을 계획 중이다.

정부의 적극적 육성 의지 역시 국내사 경쟁력 제고를 기대감을 키운다. 정부는 지난 4일 '마이크로바이옴 산업 활성화 세미나'를 통해 오는 2025년부터 2032년까지 4000억원 내외의 예산을 범부처 인체질환 극복 마이크로바이옴 기술개발 사업에 투입할 계획을 공개했다. 참여 부처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비롯해 복지부, 산업부, 질병청 등 6개로 부처별 평균 500억원 이상의 예산 투입이 전망된다. 사업은 마이크로바이옴 신약 임상·전임상 관련 데이터 구축을 비롯해 원천기술 개발 및 후보물질 성분 발굴이 중심이 될 예정이다.

정기종 기자 azoth4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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