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 드러낸 쇼호스트 막말 방지책
협력사·쇼호스트 복잡한 관계
실질적 타격 주는 조치 어려워
삼진아웃 등 엄격한 대책 요구
최근 불거진 쇼호스트의 '막말 파문'으로 홈쇼핑 업계가 부랴부랴 재발방지책 마련에 들어갔지만, 사후약방문 수준일뿐 근본 대책이라고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참에 '삼진아웃제'와 같은 엄격한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홈쇼핑 업계는 판매 방송에 투입되는 인력의 교육을 강화하기 위한 프로그램들을 마련하는 등 쇼호스트 막말 사태 재발방지 방안을 구상 중이다. 일부는 구체화된 대책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재발방지 대책은 생방송에 투입할 쇼호스트 선정 과정에 얽혀있는 복잡한 이해관계, 홈쇼핑사와 협력사 간 구조적인 문제 등으로 인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업계 내부에서부터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사태가 터질 때마다 교육 빈도와 강도를 높인다고 해 왔지만, 쇼호스트의 돌방행동을 100% 예측해 막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기에 PD 등 현업에서는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협력사와 쇼호스트 간 복잡한 이해관계로 인해, 문제를 일으킨 쇼호스트에게 실질적 타격을 주는 강력한 조치를 취하는 것도 쉽지 않다고 이들은 토로한다.
협력사와의 관계와 상관없이 '삼진아웃제'처럼 홈쇼핑사가 시청자·소비자 권익보호라는 잣대를 갖고 적용할 수 있는 강력한 규정이 필요하지만, 현재와 같은 복잡한 이해관계 속에서는 이러한 규정 마련이 요원하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목소리다.
한 홈쇼핑업계 관계자는 "현재 홈쇼핑 방송은 제품 제조사 등 협력업체가 스타쇼호스트를 직접 섭외해 방송에 투입하는 구조"라며 "협력사가 특정 쇼호스트와 오랫동안 쌓아 온 관계가 있는 등 이해관계가 복잡해, 유통채널인 홈쇼핑사 입장에서는 이런 문제가 발생하면 이미지 타격을 가장 크게 입는데도 불구하고, 문제를 일으킨 쇼호스트에 대해 우리의 의견을 피력하는 데에 한계가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현장 상황을 실시간 보고 있는 PD들이 가장 중요한 모니터링 인력인데, 현장에 있던 PD가 즉각 멘트 정정을 지시해도 쇼호스트가 이를 읽지 않으면 이 같은 사태가 또 발생할 수 있는 게 사실"이라며 "이번 사태 때도 정정멘트를 프롬프터에 바로 띄웠는데 쇼호스트가 이를 읽지 않았었다"고 말했다.
현재 CJ온스타일의 경우, 게스트 교육을 위한 책자 제작을 검토 중이다. 지난 2월 화장품 판매 방송을 진행하던 유난희 쇼호스트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여성 개그맨을 언급하면서 논란이 된 데 따른 것이다.
심의 준수에 대한 임직원의 민감도를 높이기 위해 지난달 26일 서울 방배동 CJ ENM 사옥에서 윤상현 대표이사가 참석한 가운데 정도(正道) 방송 선포식을 열기도 했다. PD·MD·쇼호스트 등 방송 필수인력 대상 심의교육을 강화하고 '정도 방송 위원회'를 매 분기 열어 업계 심의 트렌드를 전파하고 시청자위원회 자문기능을 확대하겠다고도 했다. 심의이력 관리 시스템도 구축하고 모바일 라이브 커머스 심의 기준도 수립하기로 했다.
현대홈쇼핑도 재발 방지와 신속한 조치를 위해 모니터링을 강화한다는 방침을 내놨다. 자체적으로 운영 중인 대표이사 직속 '방송평가위원회'의 역할도 확대하겠다고 했다. 현대홈쇼핑의 경우, 지난 1월 생방송에서 게스트로 출연한 정윤정 쇼호스트가 욕설을 해 물의를 빚은 바 있다.
기존에 내부 임원으로만 구성했던 방송평가위원회에 외부 전문가를 추가해 평가의 객관성을 높이기로 했다고 현대홈쇼핑은 측은 설명했다.
또 출연자가 일탈행위를 할 경우, 해당 사안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안건으로 상정되는지와 관계없이, 선제적으로 출연 금지 조치 등을 할 수 있도록 내규도 손본다. 문제를 일으킨 출연자에 대해 출연 금지 기간을 확대하는 등 제재 수준도 높인다.
정윤정이 판매하는 상품의 쇼호스트를 교체한 롯데홈쇼핑의 경우 벌점제를 운영해 왔다. 위반사항 발생 시 벌점을 부여하고 누적 벌점에 따른 출연 제한 조치를 해 왔다고 롯데홈쇼핑 측은 설명했다. 또 월 1회 '허위과장방지위원회'를 개최해, 심각한 위반시 즉시 출연 제한 조치를 하고 있다고 회사는 강조했다.
업계의 이 같은 재발방지책은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으로 인한 실적부진 속에 쇼호스트의 '막말' 사태로 인한 여파까지 장기화할 경우 기업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클 것이라는 우려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또 다시 쇼호스트의 막말에 안방 쇼핑객들이 무방비로 노출될 경우, 가치소비를 중시하는 소비 트렌드에 역행하는 기업으로의 이미지 실추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한편 CJ온스타일과 현대홈쇼핑은 각각 유난희, 정윤정 쇼호스트에 대해 무기한 출연정지 결정을 내렸으며, 방심위 광고심의소위원회는 CJ온스타일과 현대홈쇼핑에 법정 제재 조치를 내렸다.
김수연기자 newsnews@dt.co.kr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오늘은 성폭행해도 되는 날"…틱톡 가짜뉴스 또 나왔다
- 66명 학생 구했다…스쿨버스 기사 쓰러지자 차 멈춰세운 13살 `영웅`
- 승무원 가슴에 머리 부딪힌 40대…한 달간 여행하고 52일간 입원
- 6명 죽인 인도 수컷 코끼리…공무원 150명 달라붙어 겨우 잡았다
- "시끄러워~" 박은빈 드라마 촬영장서 20대女에 벽돌 던진 40대
- 韓 "여야의정 제안 뒤집고 가상자산 뜬금 과세… 민주당 관성적 반대냐"
- [트럼프 2기 시동] 트럼프, 김정은과 협상할까… "트럼프 일방적 양보 안 할 것"
- 내년 세계성장률 3.2→3.0%… `트럼피즘` 美 0.4%p 상승
- `범현대 3세` 정기선 수석부회장, HD현대 방향성 주도한다
- "AI전환과 글로벌경쟁 가속… 힘 합쳐 도약 이뤄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