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노조 간부, 노동절 영장실질심사 앞두고 분신 시도…법원, 구속영장 기각
응급처치 후 화상전문병원 이송 중
“노조활동, 업무 방해 및 공갈이라니”
편지 남겨 동료들에게 억울함 밝혀
노동절인 1일 민주노총 건설노조 간부가 분신을 시도했다. 이 간부가 남긴 분신 직전 남긴 편지에는 정당한 노조활동을 정부가 탄압하고 있다는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와 소방당국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35분쯤 강원 강릉시 춘천지법 강릉지원 앞에서 지부 간부 A씨(50)가 자신의 몸에 휘발성 물질을 뿌린 뒤 불을 붙였다.
A씨는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응급처치를 받았으며, 헬기를 통해 서울의 화상전문 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전신화상을 입은 A씨는 이날 오후 5시 현재까지 의식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2019년부터 건설노조 활동을 해온 A씨는 분신 전 동료들에게 남긴 편지에서 최근 건설노조 조합원들을 향한 검경 수사를 ‘정당한 노조활동에 대한 탄압’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날 오후 3시 강릉지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앞두고 있었다.
A씨는 편지에서 “죄없이 정당하게 노조활동을 했는데 집시법 위반도 아니고 업무 방해 및 공갈이라고 한다”며 “자존심이 허락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힘들게 끈질기게 투쟁하며 싸워서 쟁취하여야 하는데 혼자 편한 선택을 한지 모르겠다”며 “함께해서 기쁘고 행복했다. 영원히 동지들 옆에 있겠다”고도 했다.
이날 건설노조에 따르면, 검찰은 지난 3월 초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를 압수수색했다. 또 A씨를 포함한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 간부를 수차례 소환조사 했다. 검찰은 A씨 등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 전·현직 간부 3명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들에게 적용된 혐의는 폭력행위처벌법상 공동공갈, 업무방해 등이다.
춘천지법 강릉지원은 이날 A씨 등 건설노조 강원건설지부 전·현직 간부 3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법원은 “증거인멸, 도주 우려가 없어 구속의 필요성, 상당성을 인정할 수 없다”고 기각 이유를 설명했다.
건설노조 관계자는 “A씨는 건설현장에서 단체협약 체결, 지역 노동자 우선 채용 등 노조활동을 해왔다”며 “윤석열 정부가 이 같은 노조활동에 공갈·협박 혐의를 적용하고 구속영장도 신청했다. A씨는 이에 대해 억울함 등을 호소해온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도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에서 열린 ‘5.1 총궐기 세계노동절대회’에서 “윤석열 정권의 건설노조 탄압이 급기야 노동자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성명을 내고 “부당한 노동조합 탄압이 끝내 이 상황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건폭’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내고, 건설노조와 건설노동자를 부패하고 파렴치한 존재로 몰아세우며 13회에 걸친 압수수색, 950여 명의 소환조사와 15명의 구속자를 만들어 내는 탄압의 과정에서 스스로 목숨을 던지는 극단의 저항으로 이어졌다”고 언급했다.
건설노조는 이날 긴급 중앙집행위원회를 열고 향후 대책을 논의했다. 건설노조는 “무엇보다 간절히 A씨의 생환을 기원한다”며 “사태의 근본적 원인인 윤석열 정권의 건설노조 탄압을 강력히 규탄하고 건설노동자들의 정당한 권리를 지키기 위해 전 조직적 역량을 다해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했다.
이삭 기자 isak84@kyunghyang.com, 조해람 기자 lenn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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