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무 없고 수당도 없다”… ‘근로자의 날’ 좌절하는 근로자들

■ ‘영세 근로자’ 상대적 박탈감
대기업선 21%만 출근하는데
‘5인 미만 기업’은 59% 근무
‘추가 수당’ 없는곳도 수두룩
“근로환경 양극화 더 심화됐다”

직원 규모가 200명대인 중소기업에서 일하는 최모(33) 씨는 ‘근로자의 날’인 1일 평소처럼 출근했다. 근로자의 날을 앞두고 회사 측에서 근무에 대한 특별한 공지가 없어 노조 측에 문의하자, “되도록 근무했으면 좋겠다”는 답변이 돌아와서다. 반면 이날 한 대기업에 다니는 서모(27) 씨는 ‘근로자의 날=휴일’이라는 것을 미리 알고 한 달 전 휴가 계획을 세워 전북 군산으로 여행을 떠났다.

근로자의 날이 근로기준법상 유급 휴일임에도 불구하고 사업장 규모가 작을수록 출근하는 직원의 비율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5인 미만의 영세기업은 10명 중 6명꼴로 출근하는 반면, 대기업은 2명 수준에 불과해 대기업과 영세기업 및 중·소기업 간 양극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근로자의 날에 출근한 근로자에게는 휴일에 대한 유급 임금을 포함해 평일 근무보다 150%를 더 지급해야 하지만 영세사업장 근로자에겐 ‘그림의 떡’인 경우도 많아 근로환경에 대한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HR전문기업 인크루트가 지난 4월 27일 직장인 1095명을 대상으로 근로자의 날 근무 현황을 설문조사 한 결과 응답자의 30.4%는 “출근한다”고 답했다. 이는 같은 조사의 △2018년 49.7% △2019년 39.6%에서 꾸준히 줄어든 수치이다. 2021년과 2022년엔 근로자의 날이 주말이라 설문이 집계되지 않았다.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등을 필두로 확산된 복지 개념과 코로나19가 바꾼 출근 문화 등이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지만, 기업 규모 간 양극화는 더욱 심해졌다. 인크루트 조사를 보면, 5인 미만의 영세기업(상시 근로자 수 5인 미만) 근무자 중 59.1%는 “출근한다”고 답해 출근 비율이 가장 높았다. 이어 △5∼300인 미만 중소기업(28.7%) △300∼999인 미만 중견기업(24.4%) △1000명 이상 대기업(21.2%) 순으로, 회사 규모가 커질수록 출근자는 줄었다.

더 큰 문제는 적법한 보상조차도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근로자의 날은 ‘법정공휴일’은 아니지만 ‘유급휴일’로, 근로기준법에 따라 기존 임금 외 휴일근로수당 등을 지급해야 한다. 그러나 같은 조사에서 영세기업 중 휴일근로 수당이나 보상 휴가를 주는 회사는 11.8%에 그쳤다. 전 직원 수가 20명 남짓한 정보기술(IT)업체에서 근무하는 박모(25) 씨는 “강압적인 회사 분위기 때문에 회사에 ‘출근하는 것이 맞느냐’는 질문도 하지 못했다”며 “대기업 같은 복지를 바라는 것은 아니지만, 누구는 특근비도 못 받고 일할 때 누구는 편히 쉬니 씁쓸한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했다.

임득균 직장갑질119 노무사는 “여유가 있는 대기업은 점점 복지 개념을 확대하고 있지만, 형편이 안되는 중소기업은 그렇지 못해 휴일에 일하고도 특근비도 받지 못하는 등 계속해서 사회적으로 소외되고 있다”며 “시대가 변한 만큼 쉴 때는 쉬고, 일할 때는 일하자는 인식을 확산시켜 근로자의 날의 진정한 의미를 되살릴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전수한·권승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