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좋아요, 중국 싫어요”...이 지역 청년들이 바라본 외국 신뢰도 [한중일 톺아보기]
올해 실시된 한-아세안 센터 후속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높은 신뢰도는 동남아 청년들이 한국의 경제적 가치를 좋게 평가하고 정치적으론 중립에 가깝다고 인식하는데 기인한 것으로 전해졌죠.
한편 지난 2월 싱가포르 동남아 연구소(ISEAS) 조사에서는 아세안인들에게 불신도가 가장 낮은 나라는 일본(25.5%)이었습니다. 한국 제외 5개국·지역을 대상으로 실시된 조사에서 미국(26.1%), EU(29.1%), 인도(44.2%), 중국(49.8%)순으로 불신도가 낮았습니다.
중국은 두 여론조사에서 신뢰도는 가장 낮고 불신도는 가장 높은 나라였습니다. 다만 아세안에서 중국의 경제 및 정치적 영향력은 미국을 넘어 가장 큰 것으로 인식됐습니다. 중국은 흥미롭게도 아세안에서 가장 불신 받는 동시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나라로 여겨졌죠.
그렇다면 아세안에서 중국, 일본과 비교한 한국의 경제·정치적 영향력과 위상은 어느정도 일까요? 서정인 전 아세안 대표부 대사에게 물었습니다. 다음은 일문일답.
다만 아직 미국, 중국, 일본 등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 건 사실입니다. 올해 ISEAS 조사에서 “아세안에게 가장 경제적 영향력이 큰 국가 또는 지역”으로 한국은 9개국·지역중 8위에 머물렀습니다. 중국이 압도적 1위, 미국 2위, 일본 3위 였죠. “글로벌 자유무역을 주도하는 리더십” 항목에서는 10개국 중 9위였습니다.
“아세안에게 가장 정치 및 전략적 영향력이 있는 국가 또는 지역은” 항목에서도 한국은 8위였습니다. 특히 “규칙 기반 질서 유지 및 국제법 지지 리더십” 항목에서 10위로 최하위를 기록했습니다. “미중 경쟁구도에서 헷징을 위한 제3자 파트너” 항목에서도 한국은 6개(EU,영국,일본,호주,인도,한국)후보국들 중 6위에 그쳤습니다.
그러면 한국과 아세안이 경제 사회적으로 관계가 많이 긴밀해졌는데도 한국이 아세안에게 전략적 파트너라는 인식을 심어주지 못한 이유는 무엇인가?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일단 한국이 아세안에게 북핵 등에 대해 협력을 요청하는데 비해 남중국해 등 아세안의 안보 이슈에 대해선 소극적이었던 점이 크지 않았나 싶습니다. 한반도 안보 상황이 악화될 경우 자기들이 연루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면도 있을수 있고요. 무엇보다 그동안 한국의 발신력이 아세안 엘리트 층을 대상으로는 크지 않았던 점이 영향을 미친 것 같습니다.
사실 동남아에서 대중들을 대상으로 한 여론 조사가 거의 없습니다. 아세안 개별국가로 봐도 정권이 바뀌어도 주류 세력이 바뀌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대부분이 식민지 시기를 겪었지만 독립 이후에도 청산 같은것 없이 동일한 지배층이 계속 집권해오고 있고요. 대표적인 예가 필리핀이죠.
소수 가문이 정권 교체와 상관없이 계속 정치경제를 좌지우지하는 그런 상황은 필리핀 말고 다른 아세안 국가들에서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한국과 비교하면 상당히 엘리트주의가 강하다고 할 수 있죠.
그런데 그래도 이젠 좀 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내부적으로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동안 아세안의 발전이 회원국 엘리트들의 공동체 의식에 의한 것이었다해도, 과연 대중들이 아세안 협력에 대해 체감을 못한다면 향후 얼마나 더 발전 할 수 있겠냐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죠.
예컨데, 2015년 이후 아세안에서 ‘국민 중심 공동체’를 지향하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따라서 향후 아세안의 과제는 일반 시민들이 지도층이 될 수 있는 성장의 사다리를 놓는 정책을 얼마나 펼칠 것인가에 있다고 봅니다.
또한 한국 학계와 연구소에서 아세안 엘리트층에 대한 발신력을 높이기 위해 아세안과의 지식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겁니다.
사실 국내 아세안 연구 환경이 좋지 않습니다. 전국적으로 동남아와 관련된 전공이 설치된 대학이 거의 없고요. 소수 대학에서 석박사를 취득한다고 해도 진로가 막막하다보니 학생들이 적극적이지 않게 되죠. 민간 뿐 아니라 정부차원에서 좀 더 전략적으로 아세안 전문가들을 키우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들을 통해 아세안 엘리트층에 대한 발신력을 높일수 있으니까요.
외교관계의 경우 일본은 18세기 에도시대 이전 부터 매우 오랫동안 동남아와 무역활동 등을 하면서 관계를 맺어왔습니다. 그래서 태국이나 베트남 북부에 가보면 니혼마치라고 일찌기 일본인 타운이 조성됐죠.
일본은 2차 세계대전 시기 3년 반 동안 동남아를 점령하기도 했는데, 패전후 배상할 때 경제협력과 연결해서 기업들을 진출시켰습니다. 그래서 1972년 다나카 카쿠에이 총리가 동남아를 순방할 무렵 일본이 동남아 경제를 꽉 잡고 있었는데 그런 과정에서 상인 국가 이미지가 너무 강해져서 반일 폭동이 일어났는데요. 그러자 1977년 후쿠다 다케오 총리가 “일본이 아세안과 마음과 마음을 연결하는 친구가 되겠다”며 ‘후쿠다 독트린’ 이란 걸 내세웠죠.
이후 일본이 ODA를 크게 늘리고 인적교류나 교육문화 협력도 확대하면서 아세안의 마음을 사로잡으려 했습니다. 경제적 이익에 치중했던 일본에 대한 반발심을 누그러뜨리려는 전략이었는데, 결과적으로 침략국가, 상인국가 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개선하는데 성공했고요. 이로 인한 영향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고 보면 됩니다.
참고로 한국도 동남아한테 주는 ODA가 경제규모 대비 아주 적은 편은 아닙니다. 5억불 정도로 전체 한국 ODA의 24%가량 됩니다. 다만 액수로 비교하면 일본이 제공하는 ODA의 6분의 1수준 입니다.
한국이 아세안과 대화관계 수립한지 올해로 34년째 되는데, 아세안 바깥에서 특별정상회의를 3번 열었습니다. 아세안과의 대화관계 수립 역사가 훨씬 긴 일본도 이제 겨우 3번째가 예정돼 있고, 미국도 중국도 다 2번 했거든요. 상대적으로 부족한 인프라와 짧은 대화 역사를 감안하면 나름 선방한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물론 여기서 머물지 말고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하려는 노력이 필요하겠지요.
북한 내 동남아 공관이 인도네시아,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4개국에만 있는데 이곳 외교관들이 북한 근무를 선호하지 않아요. 한국 근무를 선호하는 것과 아주 대조적이죠. 북한은 오래전에 아세안에 대화상대국 가입을 신청했지만 아직까지 성사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양측의 실질적인 관계에 비춰보면 앞으로도 가입은 어려울것 같습니다.
북핵문제 관련해서는 아세안이 전통적으로 비동맹외교 성향이 있어 일부 국가들이 옳고 그름을 따지지 않고 중립적 입장을 취하는 경향이 강했습니다.
그런데 비교적 최근부터 북핵이 동남아를 포함해 동아시아에 미칠 악영향을 우려해 우리의 한반도 정책에 적극 지지를 보여주기 시작했습니다. 2017년 6차 북핵 실험때 동아시아정상회의에서 강력한 규탄 선언을 한바 있고,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서도 아세안 의장성명을 통해 우려를 표하고 있습니다.
사실 북한이 유일하게 참가하는 아세안 회의가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입니다. 외교에서는 장소 선정도 매우 중요한데, 과거에 ARF가 남북 회담 장소로 활용되기도 했죠. 2018년 미북회담이 싱가포르와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리기도 했고요. 그만큼 북한이 아세안을 협상하기 좋은 제3의 장소로 인식한다는 겁니다.
이런 점들 때문에아세안이 북핵대응의 중심 역할을 할수는 없지만, 나름 촉진자 역할은 해줄 수 있다고 봅니다.
※다음회에선 NICE 신용평가그룹 베트남 법인장 출신 유영국 작가로부터 ‘위기론 베트남, 왜 지금이 투자 적기인가’에 대해 들어봅니다. 하단 기자페이지 ‘+구독’을 누르시면 쉽고 빠르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인터뷰 영상은 매일경제 월가월부 유튜브 채널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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