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라이더 9구, 투심은 6구뿐···정우영의 볼배합은 낯설었다
너무도 많은 돌발 상황이 쏟아졌던 지난 30일 잠실 KIA-LG전. 평범한 경기였다면, 누군가는 주목했을 내용이었다.
5-5이던 8회초, LG 마운드에 오른 정우영은 등판하자마자 슬라이더 3개를 연이어 던졌다. 그리고 4구째에서야 자신의 ‘생명줄’과 다름 없던 투심패스트볼을 던져 KIA 5번 황대인을 삼진으로 잡았다.
정우영은 이어진 2사 2루에서 한승택의 뜬공이 우익수 문성주의 포구 실책으로 연결돼 실점하며 흔들린 끝에 박찬호에게 중전안타를 맞고 강판했다. 이날 등판의 성패를 한쪽으로 못 박기는 애매했다.
확실한 것 하나는 있었다. 정우영이 변화를 선택했다는 것이었다.
피칭 트래킹시스템 PTS 측정자료에 따르면 정우영은 이날 17구를 던지며 슬라이더를 9개나 던졌다. 투심패스트볼 6개, 체인지업 2개를 던진 것으로 체크됐다. 이 중 체인지업은 ‘정통 체인지업’은 아니다. 정우영은 투심 그립을 살짝 달리 잡아 체인지업을 던진다. 이날은 139㎞와 140㎞ 구속이 각각 찍혔다. 구속을 떨어뜨린 대신 각이 커진 ‘투심’으로 구분할 수 있다.
무엇보다 정우영은 이날 슬라이더를 그저 ‘보여주기용 구종’으로 쓰지 않았다. 슬라이더로 스트라이크를 잡았고, 범타도 유도했다. 소크라테스에게는 슬라이더를 던지다 2루타도 맞았다. 정우영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10구 중 9구를 투심패스트볼로 던지는 투수였다. 이를 고려하면 대단한 변화가 아닐 수 없었다.
정우영은 최근 며칠간 ‘학습 기간’ 삼아 등판을 보류하기도 했다. 다시 슬라이드 스텝(퀵모션)을 보완하며 슬라이더에 대한 확신을 한번 갖고 가려는 시간이었다.
정우영의 변신이 올시즌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예단하기는 어렵다. 슬라이더 자체에 아직은 선명한 경쟁력이 내재해있는 것으로는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다만, 시즌 개막 이후에서야 변신을 위해 본격적인 움직임을 시작한 것은,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시즌 중의 변화로 ‘위험부담’도 따른다.
사실, 정우영은 지난 1월4일 구단 신년하례식에서 기자들과 인터뷰를 통해 슬라이드 스텝과 볼배합의 변화를 선언했다. 염경엽 감독과 대화 내용 한 토막을 곁들이며 구종 다변화를 위해 준비할 뜻을 나타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그때의 다짐을 개막 이후 몇 주가 지나서야 실행에 옮기게 됐다.
현재 코칭스태프의 주문이 새로운 것은 아니다. 지난 2년 동안도 류지현 전임감독과 투수 스태프에서 슬라이드 스텝과 슬라이더 비율 증가를 위한 주문을 여러 차례 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선수는 마음을 활짝 열지 못했다. 그 사이, 도루 허용률까지 높아진 정우영의 등판 상황은 점차 제한되기까지 했다. 이를테면 무사 1루, 정우영이 등판할 경우의 수는 사라졌다.
한편으로는 그의 ‘투심패스트볼’에 대한 과도한 칭찬이 ‘독약’이 된 것으로도 보인다. 스카우트 등을 통해 메이저리그에서 통할 수 있는 구종으로 평가되는 목소리가 나오는가 하면, 구리야마 히테키 WBC 일본 대표팀 감독이 경계하는 투수 중 한명으로 거론되기도 했다. 정우영은 지난해에는 구종 다변화 대신 투심패스트볼을 더 강화하는 길을 선택하기도 했다. 투심패스트볼 구속을 150㎞ 초반대로 올린 배경이었다.
먼 길을 돌아온 느낌이다. 무엇보다 이번에는 준비과정이 짧았다. 이에 정우영의 향후 레이스도 어디로 흘러갈지 당장은 알 수 없다. 목표는 선명하다.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잡는 일이다. 다시 첫 페이지. 이번에는 정우영이 굉장히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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