찐으로 일만 하는 '부산촌놈', 그래서 더 기대되는 퇴근길

정덕현 칼럼니스트 2023. 5. 1.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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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촌놈 in 시드니’, 눈물 나는 워킹, 홀리데이는 어떨까

[엔터미디어=정덕현] "아무것도 안 했어요. 어제 와가지고 제일 처음 한 게 지금..." 시드니 어떻냐고 묻는 청소업체 젊은 사장의 질문에 이시언은 그렇게 말한다. 실제로 이들은 전날 도착해 숙소로 가서 식사를 하고 잠이 들었다. 그리고 다음 날 새벽에 일어나 각자 선택한 일터로 향했다. 이시언은 청소를, 허성태는 카페 일을, 곽튜브와 안보현은 농장 일을 택했다. tvN 예능 <부산촌놈 in 시드니(이하 부산촌놈)>는 그렇게 이들이 호주 시드니에 도착하자마자 일을 하는 광경들로 채워졌다.

2화까지 공개됐지만 진짜 '찐으로' 일만 한다. 호주 시드니까지 갔으면 하다못해 오페라 하우스 정도라도 볼 법 하지만, 서툰 영어로 언어도 낯선 일터에서 이들은 적응하기 바쁘다. 도심에 위치한 카페에서 일을 하게 된 허성태는 보기만 해도 숨이 막힐 정도로 멘붕 상태다. 커피 한 번 내려 본 적 없는 그가 샷은 물론이고 어떤 우유를 어떤 방식으로 넣어달라는 디테일한 커피 주문을 받아야 하고 거기 맞춰 커피를 만들어 내놔야 하며 찾는 손님들을 서툰 영어로 응대해야 한다.

게다가 이곳은 일터다. 그러니 동료, 선배들과도 소통해야 한다. 물론 다행스럽게도 한국인 직원이 멘토가 되어 허성태에게 하나하나 일을 알려주지만, 그렇다고 해도 그게 결코 쉬운 건 아니다. 오전 시간이 지나지도 않았는데 허성태의 얼굴은 진땀으로 가득하고, 눈빛은 계속 흔들린다. 이러한 당혹감은 허성태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새벽 같이 농장으로 간 안보현과 곽튜브는 쉬지 않고 근대와 청경채를 수확해 세척해 냉장보관하고 잡초를 뽑는 일을 하며 결코 쉽지 않은 노동의 무게감을 느낀다.

청소일을 하러 간 이시언은 한국인 젊은 사장을 만나 짧은 영어에 대한 시름을 덜지만, 쉬지 않고 여러 건물을 청소하는 그 노동을 겪으며 지쳐간다. 쓰레기장을 물청소할 때는 심지어 파리알과 구더기들을 치워야 하는 고역을 겪는다. 결국 이시언은 그 젊은 사장이 매일같이 해왔을 이 일들이 얼마나 힘겨웠을까를 체감하고 엄지척을 올린다.

단 하루의 반나절 정도만 공개했을 뿐인데, <부산촌놈>은 이 프로그램이 예능인지조차 헷갈릴 정도로 일하는 모습을 교차해서 보여준다. '워킹 홀리데이'. 그 단어만 들으면 일해서 돈도 벌면서 여행도 즐기는 환상적인 시간을 떠올릴 수 있지만, 그 실상은 눈물 나는 '워킹'의 연속이다. 부산에서 시드니까지 날아간 이들이 반나절만 해봐도 실감날 수밖에 없는.

아마도 이건 워킹 홀리데이의 진짜 모습일 게다. 그래서 <부산촌놈>은 시드니까지 갔다고 성급하게 예능 특유의 광경들을 전하려 하지 않는다. 바로 일터에 투입되어 처음에는 멘붕이다가 차츰 적응해나가는 과정을 차근차근 보여준다. 허성태는 일을 조금씩 도우며 적응해나가고, 커피 주문을 직접 받아오는 일 하나를 해내고도 작은 보람 같은 걸 느낀다. 동료들도 그런 허성태가 귀엽다(?)고 호감을 드러낸다.

안보현과 곽튜브는 힘겹지만 이 농장을 운영해온 리타의 만만찮았을 호주에서의 삶을 경험하고, 거기서 일하는 애나, 샤오마의 농장 베테랑다운 면모를 통해 일을 배워나간다. 이시언도 마찬가지다. 처음에는 힘들고 비위가 상해 괴로워했지만 차츰 일에 익숙해지면서 젊은 사장과 농담도 주고받는다. 일종의 호된 적응기를 겪고 있는 것.

그래서 더 궁금해지는 건 이들이 앞으로 보여줄 변화들이다. 매일 반복적인 일을 하면서 처음의 이 당혹스러움은 어떻게 차츰 익숙한 적응의 단계를 보여줄까. 또 고되게 하루를 보내고 난 후의 퇴근길은 어떤 모습이 담길까. 그건 이역만리 떨어진 시드니라고 해도 우리와 그다지 다르지 않은 그런 풍경일까.

또 눈물 나는 고된 워킹의 끝에 만나게 될 '홀리데이'의 시간들을 얼마나 큰 그만큼의 즐거움으로 다가올까. 찐으로 일만 하는 <부산촌놈>이라 그 적응과정과 퇴근길이 또 홀리데이의 모습들이 더욱 기대된다. 노동이 있어 그것이 끝난 후의 휴식이 꿀맛으로 다가오는 게 아닐까. <부산촌놈>은 일과 휴식이 오가는 루틴으로 채워지는 삶에서 느끼는 소박한 힘겨움과 행복감이 얼마나 큰가를 보여주고 있는 것만 같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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