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규 “李 친형 강제입원 불법지시, 담당자 거부에 비서 격분”
이재명과 ‘불법 지시’ 법정 공방
법원, 3년전 李지시 인정하면서도
“미수범 처벌 못해” 무죄 판결
“시장님은 형님 정신병원을 왜 강제로 집어넣었습니까. 그런 ‘범죄’를 밑에 사람들 안 시켰습니까. 다 시키지 않았습니까”.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은 지난 2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 이런 말을 했다. ‘불법은 절대로 용인하지 않았다’는 취지의 이 대표 발언에, 유 전 본부장이 다소 격앙된 목소리로 이렇게 받아치며 범죄를 지시하지 않았냐고 따진 것이다.
이 대표는 2012년 친형 재선씨의 정신병원 강제입원을 지시한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 2020년 대법원에서 최종 ‘무죄’ 판결을 받았다.
그러나 이는 지시 자체가 없었기 때문이 아니라, 보건소장이 지시에 따르지 않아 ‘미수’에 그쳤기 때문이다. 법원도 판결문에서 “직권남용 권리행사 방해죄는 미수범은 처벌할 수 없다”고 했다.
이 대표가 친형 입원을 시도하며 보건소 공무원들에게 ‘서류를 만들게 한 죄’ ‘청원경찰 2명을 동원한 죄’ ‘앰뷸런스를 불러 친형을 태우려 한 죄’ 등 하나하나가 범죄라고 검찰은 판단했지만, 법원은 “(결과적으로 미수에 그친 만큼) 개별 지시에 대해 전부 직권남용죄를 적용할 수는 없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유 전 본부장은 30일 조선닷컴과의 통화에서 당시 상황에 대해 설명했다.
◇유동규 “나도 당시 상황 들어서 알고 있었다”
유 전 본부장은 “이재선 씨를 입원시키려고 준비를 많이 했다”며 “당시 이모 보건소장이 이를 불법이라 생각해 결국 따르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보건소장이 앰뷸런스를 보내서 (재선 씨에 대해) 강제 입원 진단을 받으려고 했다”며 “제가 알기로는 정진상 전 민주당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 OOO병원 고위직과 소통하고 있었던 것으로 안다. OOO병원은 이 대표가 다니던 병원”이라며 “OOO병원에 (재선 씨를) 데리고 가면 의사에게 사인받아서 강제입원 시킬 계획이었다”고 했다.
‘그걸 당신이 어떻게 아느냐’는 물음에 유 전 본부장은 이 대표의 전 수행비서 백모씨를 거론했다. 그는 “당시 백씨가 ‘이 보건소장이 재선 씨를 데려가면 끝나는 것이었는데 안 오는 바람에 이렇게 됐다’며 내 앞에서 화를 냈다”며 “백씨가 두 차례에 걸쳐서 당시 상황을 나에게 얘기해줬다”고 했다.
이어 “당시 백모 씨가 재선 씨를 붙잡고 있었는데 이 보건소장이 마지막에 앰뷸런스를 불러오지 않은 것”이라며 “지시를 내린 것은 이 대표지만, 이 보건소장이 ‘잘못하면 자기 죽는다. 이건 불법이다’라고 생각해 결국 따르지 않은 것”이라고 했다.
백씨는 이재명 의원이 성남시장을 지낸 2010년부터 약 3년 7개월간 수행비서 역할을 했는데, 그 전후로 여러 차례 물의를 일으켰다. 2011년 12월 당시 이재명 시장을 비판하는 연설을 했다는 이유로 이덕수 성남시의회 의원에게 욕설·협박을 한 혐의로 벌금 100만원을 선고받았고, 2016년에는 성남시 마을버스 회사에서 인허가 관련 대가로 1억2000만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이 의원이 친형 재선씨와 갈등을 겪을 당시 재선씨와 그 가족에게 협박성 문자를 보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친형 강제입원’ 직권남용 무죄, 왜?…”미수는 처벌 불가”
이 대표는 성남시장 재임 시절인 2012년 6월 보건소장과 정신과 전문의 등에게 재선 씨를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키도록 지시하는 등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재선 씨가 성남시청 민원게시판, 행정전화 등으로 민원을 반복해 제기하자 이 대표가 그해 4~8월 분당보건소장,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등에게 재선 씨에 대한 정신병원 강제입원을 지시한 것으로 봤다.
이 대표는 이 과정에서 2012년 분당구 보건소장에게 재선 씨를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도록 지시·독촉했다. 입원 서류를 준비시키고 청원 경찰 2명을 동원해 재선 씨 집 앞에 앰뷸런스를 보내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보건소장은 구 모 씨에서 이 모 씨로 바뀌었다.
이 대표 측 변호인은 재판에서 “친형에 대한 건강 상태를 진단하고, 진단을 위한 입원 절차를 추진했던 것”이라며 “정신질환자에 대한 진단을 위한 입원 절차를 지시한 것이지, 강제입원을 지시한 것이 아니다”고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이 대표는 재선 씨를 입원시키지 못했다.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던 검찰은 이 대표가 재선 씨 입원 시도 중 내린 ‘개별 지시’를 모두 직권남용으로 보고 재판에 넘겼다.
법원은 이 대표가 강제 입원을 지시·재촉한 점은 인정하면서도 실행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했다. ‘미수범’이기 때문에 처벌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1심 법원은 “개별 지시에 대해 전부 직권남용죄를 적용할 수는 없다”라며 무죄로 판단했고, 2, 3심 법원도 원심판결을 유지했다. 이렇게 이 대표는 법리상으로 무죄를 확정받았다.
일각에서는 이 대표가 재선 씨를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켰다고 오해하지만 2014년 부곡 정신병원에 재선 씨를 입원시킨 것은 그의 부인이자 이 대표의 형수 박인복씨였다.
박인복씨는 “남편이 정신병원에 입원을 한 사실 자체는 존재하지만, 이는 욕설 사태와 강제 입원 시도 불발이 있었던 시점이 아니다”며 “그로부터 2년여가 흐르는동안 교통사고를 당하는 등 악재가 겹치면서 진짜 심신이 피폐해져 나와 딸 권유로 입원했던 것”이라고 했다.
재선 씨는 2017년에 폐암으로 사망했다.
이처럼 이 대표의 입원 지시가 실행되지 못한 것은, 이 대표가 명령을 취소한 탓이다. 이 대표는 이를 취소한 이유에 대해 “여론이 시끄러워 질 것 같아서, 또 보건소 직원 반대가 많아서 못하겠다”라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보건소 직원들의 반대가 거셌던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소 직원들은 “가족 동의 없는 정신병원 입원 시도는 나중에 분명히 법적 문제가 될 수 있다”라며 지시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이 대표의 강제 입원 지시·독촉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거부한 보건소 직원들이 무죄를 이끈 셈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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