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조명 켜고 드론 띄우고…K드라마, 이렇게 찍어도 돼?

이유진 2023. 5. 1.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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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콘텐츠들이 전 세계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데 그에 걸맞은 촬영 문화가 우리나라에 정착되었으면 합니다."

3월21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 '넷플릭스 (드라마) 마스크걸 촬영팀 만행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4월26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 '고창 청보리 축제 드라마 촬영 민폐'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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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촬영장의 출입 통제 안내표지판. 연합뉴스

“우리나라 콘텐츠들이 전 세계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데 그에 걸맞은 촬영 문화가 우리나라에 정착되었으면 합니다.”

3월21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 ‘넷플릭스 (드라마) 마스크걸 촬영팀 만행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밤 11시께 시끄러운 소리가 밖에서 자꾸 나길래 창밖을 봤더니 촬영팀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집 앞 골목에서 촬영 장비를 내리고 있었다”며 “30분이 넘도록 시끄러운 소리가 났다. 장비차가 떠나고 (집을 나와) 내려가보니 흰 가루를 (골목길에) 뿌려놓고 솜 같은 쓰레기도 무단으로 버리고 떠나버렸다”고 토로했다.

3월21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라온 ‘넷플릭스 마스크걸 촬영팀 만행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에 첨부된 사진. 게시판 갈무리

해당 글이 논란이 되자 넷플릭스 쪽은 “앞으로 주민들에게 불편을 끼치는지 주의 깊게 살펴볼 예정이며 현장 관리도 세심하게 하겠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동시에 “촬영 준비 기간에 공지문으로 미리 안내했고, 공지문을 확인하지 못하는 경우 각 가구를 방문해 구두로 설명했다”는 해명을 덧붙였는데 이를 두고 글쓴이는 “한 달 여간 자택에 있었지만 구두 설명을 듣지 못했고, 심지어 공지문 속 촬영날짜는 2021년 2월23일로 적혀있다”며 “사과문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무성의하고 마치 불편을 제기한 사람에게 책임을 전가하는것 같은 내용”이라며 비판했다.

3월21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라온 ‘넷플릭스 마스크걸 촬영팀 만행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에 첨부된 사진. 촬영일자가 2년 전인 2021년으로 적혀 있다. 게시판 갈무리

급기야 폭력 사태까지 벌어졌다. 서울 혜화경찰서는 새벽녘 드라마 촬영 현장에 벽돌을 던진 혐의로 40대 남성 ㄱ씨를 불구속 입건해 수사 중이라고 지난달 30일 밝혔다. ㄱ씨는 지난달 26일 새벽 3시25분께 서울 종로구 창신동 드라마 ‘무인도의 디바’ 촬영장에 벽돌을 던져 20대 여성 스태프 ㄴ씨를 다치게 한 혐의를 받는다. ㄴ씨는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조사에서 ㄱ씨는 “빛과 소음 때문에 짜증이 나서 그랬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무인도의 디바’는 배우 박은빈의 후속작으로, 올 하반기 방영 예정이다. 드라마 제작사 쪽은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더 세심하게 주의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문제가 될 때마다 제작사들은 ‘재발 방지’를 약속하지만 올해 들어서만 최소 4군데의 촬영장에서 ‘민폐’ 논란이 불거졌다. 3월 중순부터 서울시 은평구 진관동에 위치한 2층 단독주택 건물에서 촬영을 한 <채널에이(A)> 예능 프로그램 ‘하트시그널 4' 역시 새벽 소음, 드론 촬영으로 인한 주민 사생활 노출 문제, 촬영 차량 불법 주차 등으로 주민들의 반발을 샀다.

드라마 촬영팀이 지역 축제에서 관광객들의 관람을 방해한 일도 있었다.4월26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 ‘고창 청보리 축제 드라마 촬영 민폐’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4월19일 3시간을 달려 축제에 갔다. 유채꽃밭에 들어서서 사진 찍고 걷다 보니 한 스태프가 막으면서 드라마 촬영 중이라 여기로는 가면 안 된다고 했다. 그래서 다른 길로 가면서 (드라마) 촬영하는 쪽 방향 유채꽃을 찍으려고 카메라를 든 순간 ‘사진 찍지 마세요’ 하고 소리를 쳤다”고 썼다.

글쓴이는 “촬영 현장은 누구인지 육안으로 전혀 식별이 안 되는 먼 거리였다”며 “관광객이 한창 많은 오후 4시에 전세낸 듯 길 막고 사진 찍지 말라는데 촬영 때문에 다수의 관광객들이 왜 피해를 입어야 하냐”라고 꼬집었다.

해당 드라마는 아이유와 박보검이 출연하는 ‘폭싹 속았수다’로, 제작사인 팬엔터테인먼트는 해당 글이 올라온 지 하루 만에 공식 입장문을 내고 “귀중한 시간을 내어 방문하셨을 분들에게 좀 더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지 못한 점에 대해 사과 드린다”고 고개를 숙여야 했다.

이유진 기자 y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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