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1주일에 10만원 훌쩍...정부 “로밍요금 내려라”

2023. 5. 1.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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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로밍 늘면서 소비자 불만 목소리
업계 “과거보다 많이 낮아진 것” 반발
‘유심’이 대안이지만 중장년층엔 불편
여행객들이 휴대폰 로밍을 신청하고 있다. [연합]

“4인 가족이 1주일 정도 해외에 함께 나가면, 로밍요금이 10만원을 훌쩍 넘어가는 게 현실이다” (여행객)

“1주일이나 열흘간 해외에 갔다고 십몇만원(로밍요금)을 내야 하는 것은 과해 보인다” (박윤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차관)

해외 여행객이 늘면서 정부가 SK텔레콤·KT·LG유플러스 이동통신 3사의 해외 로밍 요금 인하 압박에 나섰다. 로밍 수요가 역대급으로 늘면서, 로밍 요금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통신 3사의 24시간(기간형) 데이터 무제한 평균 로밍 요금은 1만5733원이다. SK텔레콤이 1만9000원(원패스 VIP·일 5GB)으로 가장 높다. KT가 1만5000원(하루종일ON 프리미엄·일 5GB), LG유플러스가 1만3200원(제로프리미엄·일 4GB)이다.

이들 요금제는 데이터를 소진하더라도 속도제어 형태로 데이터 사용이 가능해 무제한 로밍 요금으로 분류된다. 속도제어는 최대 400kbps로 3사 모두 동일하다.

1주일 이용한다면 10만원에 가까운 비용이 드는 셈이다. 물론 이보다 적은 데이터를 이용하는 저렴한 요금제도 있다. 하지만 통화보다는 주로 데이터에 의존하는 스마트폰 이용 패턴을 고려하면, 여전히 로밍 요금은 비싸다는 게 이용자들의 불만이다. 비싼 로밍 요금 때문에 해외 현지 유심(USIM) 등을 대안으로 선택하기도 하지만, 스마트폰에 익숙하지 않은 중장년층에게는 불편하고 높은 문턱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는 “일상이 정상화되고 해외에 많이 나가는 트렌드를 봤을 때 로밍 요금이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다고 본다. 불과 일주일이나 열흘 정도 가는데 로밍 요금이 십몇만원씩 나오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또한 “국내 통신사와 해외 통신사업자의 관계가 있어 인하가 쉽지는 않다”면서도 “로밍 요금 인하 방안을 집중적으로 통신3사와 협의하겠다”고 덧붙였다.

통신사들은 5G 요금에 이어 로밍 요금까지 정부의 인하 압박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해외 이용객이 늘면서 로밍 매출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 않다”며 “과거에 비해 로밍 요금이 크게 낮아졌고, 해외와 비교해도 비싸지 않은데, 로밍 요금까지 압박을 하는 것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로밍 요금 뿐아니라 정부의 5G 요금 인하 압박도 계속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현행 5G 요금제의 기본 단가를 낮추고 소비자 개인에 맞는 최적의 요금제를 선택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박윤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2차관은 “(통신사들의 중간요금제 출시로) 5G 요금제 간격이 촘촘해졌지만 기본적으로 시작하는 요금이 높아 여전히 부담스럽다는 의견이 있다”며 “통신사의 투자비용을 감안해야겠지만 5G의 기본 단가도 살펴봐야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요금제) 선택권은 넓어졌는데 이를 본인에 맞게 합리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요금제가 지나치게 복잡한 탓에 합리적 선택을 오히려 방해한다는 문제제기도 있어서 다양한 방법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통신 요금이 서민 생활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통신 3사에 요금 인하 협조를 요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반면 통신사들은 “과도하다. 해도 너무 한다”는 입장이다. 통신요금은 일종의 상품인데 그 가격을 인위적으로 조정하는 것은 공정한 시장 경쟁을 방해하는 것이라며 불만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편 로밍 서비스 최다 이용국가는 일본인 것으로 나타났다. 통신사 로밍 서비스 이용자의 30%가량이 일본에서 로밍 서비스를 이용했다. 사상 초유의 엔저 현상으로 엔화 가치가 크게 떨어지면서 비싼 제주도에 실망한 여행객들이 가까운 일본으로 몰리기 때문으로 보인다. 일본 다음으로는 베트남, 미국 순으로 로밍 서비스 이용자가 많았다.

일본에서도 현재 한국에서 일본 여행 열풍이 불고 있다는 내용의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일본 매체들은 “한국 관광지 바가지 요금이나 낮은 질의 서비스에 실망, 일본으로 향하는 한국인이 늘고 있다”며 “당분간 일본 여행 러시가 계속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영훈 기자

par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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