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장시각] 당신 아이는 마약으로부터 안전합니까

2023. 5. 1.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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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드나 부탄가스가 청소년 사이에서 문제가 되던 때가 있었다.

1990년대 이른바 '비행청소년'들은 구하기 힘든 마약 대용으로 본드나 부탄가스를 찾았다.

아동·청소년 수사를 담당하는 한 경찰은 기자와 만나 "검거되는 아이들들 보면 호기심에 마약을 접했다는 학생들이 많다 "며 "이제는 SNS를 통해 개별적으로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자칫 청소년 마약을 방치했다가는 학원가에서 좀비처럼 걸어다니는 아이들을 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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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드나 부탄가스가 청소년 사이에서 문제가 되던 때가 있었다. 1990년대 이른바 ‘비행청소년’들은 구하기 힘든 마약 대용으로 본드나 부탄가스를 찾았다. 환각 상태에서 장풍을 쏘고 호랑이나 용을 불러냈다는 이들의 이야기는 무용담처럼 퍼졌었다. 정부는 1997년 청소년보호법 제정을 통해 19세 미만 아이들에게 본드와 부탄가스 판매를 전면 금지했다. 한국콘텐츠학회는 2021년 발간한 ‘약물중독에 대한 한국과 일본의 서비스 전달 체계의 비교’를 통해 “1990년대 후반의 국내 경제난과 맞물려 다시 필로폰 중독자가 증가했고 가격이 폭등하자 청소년층에서는 값이 싸고 구입이 쉬운 본드, 신나 등 유해화학물질을 흡입하는 사범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30년이 지난 지금은 마약이 본드나 부탄가스를 대체했다. 다크웹이나 텔레그램 등 SNS를 통해 언제든지 접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필로폰 1회분 가격이 ‘피자 한 판’값으로 싸진 것도 배경이 됐다. 장기화된 경기침체와 심화된 소득격차가 마약 밀매범죄에 진입하는 주요 동기가 된다는 유숙경 조선대 교수의 논문(2023년 마약밀매자의 마약밀매 경험에 대한 사례 연구)도 눈에 띈다. 과거 본드나 부탄가스는 ‘비행청소년’들의 전유물이었다. 하지만 최근의 마약은 대상자를 가리지 않는다. 이제는 ‘나쁜 친구들과 어울리지 않고서도’ 마약을 접할 수 있다는 얘기다. 아동·청소년 수사를 담당하는 한 경찰은 기자와 만나 “검거되는 아이들들 보면 호기심에 마약을 접했다는 학생들이 많다 ”며 “이제는 SNS를 통해 개별적으로 구매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필로폰은 1회 투약만으로도 중독될 가능성이 크다.

지난해 검거된 청소년 마약사범은 481명으로, 2017년에 비해 3배 가까이 늘었다고 한다. 같은 기간 전체 마약사범 증가율 30.2%의 10배다. 마약범죄가 실제로 발생했으나 수사기관이 모르거나 안다고 해도 증거가 부족해 범죄 통계에 집계되지 않는 ‘암수범죄’인을 고려하면 마약류에 노출된 청소년들은 훨씬 늘어난다. 형사정책연구원은 2021년 ‘한국 범죄현상과 형사정책’을 통해 마약범죄자들이 검거된 사람들의 28배 정도가 될 것으로 추산했다.

청소년들의 마약사범이 이렇게 늘어난 데에는 교육당국의 안일한 인식이 한몫했다. 서울 강남 대치동 마약음료 사건이 발생하기 전까지 초·중·고교생 등을 대상으로 2차 시 이상의 마약 예방교육을 의무로 실시하는 곳은 17개 시도교육청 중 경남뿐이었다. 경찰청은 애초 각 지방교육청에 참여를 원했다고 한다. 하지만 서울교육청 등 일부 교육청은 난색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약 예방교육이 자칫 청소년이 마약을 접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주요 이유다.

미국의 켄싱턴거리에서는 마약중독자들이 좀비처럼 걸어다닌다고 한다. 자칫 청소년 마약을 방치했다가는 학원가에서 좀비처럼 걸어다니는 아이들을 볼 수도 있다.

대검찰청은 최근 청소년에게 마약을 공급하거나 마약 유통에 가담하게 하면 최고 사형까지 구형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밝혔다. 강남 마약 사건이 터지면서 교육당국도 마약 예방교육 강화 등 대책을 부랴부랴 내놨다.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마약범죄는 예방 육과 강력한 처벌로만 근절할 수 있다.

c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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