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9살 이순재 “빌딩 하나 없다", 무대에서 쓰러지는 것이 가장 큰 행복[MD리뷰]
[마이데일리 = 곽명동 기자]배우 이순재는 내년에 90살이다. 숱한 배우들이 젊은 시절에 반짝하고 사라져가는 연예계에서 그는 노력과 열정으로 여전히 무대에 오르고 후배를 가르친다. 무대에서 연기하다 죽는 것이 가장 큰 배우의 행복이라는 그의 말이 진심으로 다가오는 이유다.
이순재는 4월 30일 오후 방송된 TV조선 교양 예능 '스타다큐 마이웨이'에서 무릇 배우라면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몸소 보여줬다.
강성진이 “이순재 선생님은 미국 대통령 이름을 다 외운다”고 말하자, 이순재는 조지 워싱턴 1대 대통령부터 시작해 줄줄이 이름을 읊어 나갔다. 중간중간엔 미국 역사의 토막상식까지 들려줬다.
이순재는 “일종의 암기 훈련을 하는 것이다. 나이가 들어서 깜빡깜빡하니까”라고 말했다.
이어 “결국은 내가 고령이 돼있더라. 특별한 부담은 없다. 내 몫을 하면 되니까. 지금까지 해왔던 식으로. 연극계통의 감투를 써본적이 없다. 그냥 배우로 존재했다”고 전했다.
그는 66년 배우 인생을 사는 동안 “빌딩 하나도 없다”고 털어놓았다. 김성녀가 "평생 찍으셨는데 돈이 다 어디로 갔냐"며 궁금해하자 이순재는 "우리는 돈이랑 상관 없는 사람들"이라고 답했다.
이순재는 "예술가는 돈이랑 상관없는 사람이다. 몇 푼 받으려고 그림 그리는 화가가 어디 있느냐. 그건 장사꾼이다. 그냥 하는 거다. 하는 거를 객관적으로 평가를 받는거다. 우리는 작품이 좋으면 돈을 받지 않아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무대에 대한 끝없는 사랑도 들려줬다.
그는 “잘 때 사방이 쑤셔온다. 지금도 팔목이 저리다. 우린 현장에 나가야돼. 굿쟁이들은 판 깔아놓으면 다 뛰게 돼있다. 거기서 생명력이 나온다. 배우는 연기할 때 모든걸 다 초월해버린다. 그래서 우리의 소망은 연기하다가 쓰러지는 것이다. 그게 가장 행복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순재는 오늘도 무대에 오르기 위해 연습에 몰두하고 있다. 그는 오는 6월 1일부터 18일까지 '리어왕 : KING LEAR'로 관객과 만난다. 끔찍한 파국을 맞는 노년의 왕 리어를 연기하는 이순재는 "나의 필생의 작품"이라며 "일생에 한번 올까 말까 한 기회이기에 최선을 다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진 = TV조선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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