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 돋보기] 디즈니 옆에 교도소가 웬말?…싸움판 된 ‘꿈의 나라’
[앵커]
전 세계 어린이들의 환상의 나라, 미국 디즈니월드에서 어른들 싸움이 커지고 있습니다.
디즈니월드가 위치한 플로리다 주 정부와 디즈니사 사이 갈등이 법적 분쟁까지 치달았는데요.
내년 미국 대선과도 무관하지 않다는데, 지구촌 돋보기에서 자세히 알아봅니다.
플로리다 주와 디즈니 사이에 불협화음이 계속 들려왔는데, 결국 법원까지 가게 됐군요?
[기자]
월트디즈니사가 지난주 플로리다 주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플로리다 올랜도에 있는 디즈니월드 일대 특별지구를 두고 양쪽의 갈등이 점점 격해지고 있는 건데요.
피고에는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와 주 소속 특별지구 감독위원회의 위원 5명 등이 포함됐습니다.
디즈니는 소장에서 "주 정부가 회사 운영을 위협하고 지역 경제를 위태롭게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정치적 견해를 표현한 것을 두고 보복을 하고 있다" 이렇게 주 정부를 비난하기도 했습니다.
[미국 정치 전문가 :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매우 엄격하게 규제를 하는 상황에서, 언론의 자유와 관련된 이유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입니다."]
[앵커]
'정치적 견해'와 '보복', 이게 이번 갈등의 핵심 키워드잖아요?
시작부터 천천히 짚어볼까요?
[기자]
발단은 지난해 5월 플로리다 주에 제정된 '부모 교육 권리법'입니다.
이 법은 '동성애자라고 말하지 마'법이라고 불리기도 하죠.
공립학교에서 초등학교 3학년 이하 저학년에게 동성애 등 성 정체성에 대한 교육을 금지한 법인데요.
성 소수자 인권 단체 등이 이 법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는데, 디즈니도 이 대열에 동참해 당시 CEO가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혔습니다.
반기를 든 디즈니에 디샌티스 주지사는 가만히 있지 않았는데요.
주 정부가 디즈니에 줬던 각종 혜택을 없애버리기로 한 겁니다.
플로리다 주는 50여 년 전부터 디즈니월드 일대 지역을 특별지구로 지정해 세금도 깎아주고 자치권도 보장해 줬는데, 이 특별지구를 해제하겠다는 거였죠.
[앵커]
하지만 그래놓고 보니 주 재정에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와서, 특별지구를 유지하기로 했다면서요.
[기자]
그러긴 했는데, 디즈니를 통제하겠다는 디샌티스 주지사의 의지는 꺾이지 않았습니다.
이 특별지구를 관리하는 감독위원회의 위원 모두를 주지사가 뽑을 수 있게 법을 바꾼 겁니다.
하지만 디즈니가 한발 빨랐는데요.
디샌티스 주지사가 뽑은 위원들로 바뀌기 직전에, 앞으로 30년 동안 특별지구 일대의 통제권을 디즈니가 유지하기로 하는 협정을 맺어버린 겁니다.
여기에 격분한 디샌티스 주지사는 "특별지구 중에 디즈니 땅이 아닌 곳도 있다", "여기에 교도소를 세울 수도 있다"고 으름장을 놨습니다.
결국 새로 들어선 감독위가 협정을 무효화해 버렸고, 이게 소송전으로 이어지게 된 겁니다.
[앵커]
디샌티스 주지사는 공화당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대통령 후보 자리를 겨루는 인물인데, 이런 행보는 내년 미국 대선과 무관하지 않겠죠?
[기자]
지난 3월에 실시된 한 여론조사를 보면, 공화당 지지자들이 성 정체성 교육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지지자 10명 중 8명 가까이가 성 정체성 교육에 찬성하는 후보에게 표를 주지 않겠다고 답했죠.
디샌티스 주지사가 디즈니와의 싸움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일 겁니다.
[론 디샌티스/미국 플로리다 주지사 : "우리는 플로리다 주에서 부모가 자녀의 교육, 건강 관리, 복지에 근본적인 역할을 한다는 것을 끊임없이 주지시킬 것입니다. 절대 물러서지 않을 것입니다."]
최근 플로리다 주는 '부모 교육 권리법'의 대상을 12학년까지 더 넓히기로 했습니다.
우리로 따지면 초·중·고 전체에서 성 정체성 교육을 금지한 겁니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이번 달 대선 출마를 공식화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앵커]
확실하게 표심을 사로잡겠다는 건데, 한편에선 이런 전략에 의문을 제기하기 시작했다면서요?
[기자]
월스트리트저널은 "디즈니와 싸우는 디샌티스를 옹호했던 일부 공화당 주 의원들이 이제 조용해졌다"고 짚었습니다.
디샌티스의 전략이 갈수록 "개인적인 보복과 기업에 대한 정부의 강압적인 개입처럼 보인다"는 겁니다.
디즈니는 앞으로 10년 동안 플로리다에 23조 원가량을 투자하고, 일자리만 3천 개를 만들겠다는 계획인데, 이런 기업과 척을 지는 게 옳지 않다는 거죠.
매카시 공화당 하원의장은 최근 한 방송에서 "디즈니는 플로리다의 중요한 고용주다", "디샌티스는 디즈니와 차분히 협상하라"며 대놓고 일침을 놨습니다.
디샌티스와 대선 후보 자리를 놓고 겨루게 될 트럼프 전 대통령도 이런 점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데요.
자신의 SNS에 "디샌티스는 디즈니때문에 확실하게 망했다"며, "디즈니는 이제 디샌티스 탓을 하며 플로리다에 투자를 중단하고, 사업을 철수하거나 자산을 매각할 수도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지구촌 돋보기였습니다.
황경주 기자 (rac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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