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사 뺀 의료인 수요일 부분 파업…어린이날 연휴 앞두고 병⋅의원 혼란 불가피

간호조무사 등 의료인 단체 3일 연가 투쟁 예고
9일 국무회의 때 거부권 행사 기대
“尹, 거부권 행사 안 하면 11일 파업”

간호법 저지를 위해 국회 앞에서 단식 농성을 6일째 이어오던 곽지연 대한간호조무사협회장이 30일 오후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과 현장 의사의 설득 끝에 병원으로 이송되고 있다./보건복지부 제공

의사 간호조무사를 포함해 간호사를 뺀 의료 직역 단체들이 오는 3일 연가 투쟁에 나선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달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강행 처리한 간호법 제정안을 규탄하는 차원이다. 어린이날 연휴를 앞두고 병 의원 이용에 일부 지장이 예상된다.

1일 의료계 등에 따르면 간호법 제정 등을 반대하는 의사 단체, 간호조무사 단체 등 13개 단체로 구성된 보건복지 의료연대는 연가 투쟁을 시작으로 간호법 강행 처리를 규탄하는 취지의 ‘연대 총파업’에 돌입한다. 연대에는 의협, 대한치과의사협회, 대한방사선사협회, 한임상병리사협회, 간호조무사협회, 대한응급구조사협회, 한국요양보호사중앙회 등 보건 의료 직역으로 구성됐다.

연가 투쟁이란 한꺼번에 연차를 내고 집회에 참여하는 방식을 뜻한다. 이들 단체는 전날(30일)까지 회의를 열고 총파업 방향과 시점 등을 논의했다. 간호조무사협회는 오는 3일 1차 전국 연가 투쟁을 예고했고, 의협도 오는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대규모 집회와 부분 파업(휴진)을 예고했다. 이후 나머지 단체들도 간호조무사협회에 오는 3일에 연가 투쟁에 함께 하고, 각 지역에서 규탄대회를 열기로 했다.

앞서 의사단체는 지난 2020년 8월 의대 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신설 등 정부 정책에 반대해 집단 휴진에 나선 적이 있다. 그 당시 의협 소속 개원의의 휴진율은 10% 수준이었으나, 전문의가 되기 위해 대학병원 등에서 수련 중인 전공의 70~80%가 휴진하면서 코로나19 유행 상황에 중환자들이 병원 이용에 불편을 겪었다.

이번 부분 파업은 오전 또는 오후 반나절 등 시간을 정해 놓고 참여하는 방식이라 병원 이용에 큰 어려움을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총파업은 의협 비대위를 주축으로 의료연대 소속 단체들이 일정을 맞춰 동참하는 형태로 이뤄진다.

간호조무사 단체가 연가투쟁에 나서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간호법 통과에 따른 의료 직역 갈등은 폭발 직전이다. 앞서 곽지연 대한간호조무사협회장은 간호법 저지를 위한 단식 농성 6일 만인 지난달 30일 오후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들은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 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요구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5박 7일간 미국 국빈 방문을 마치고 전날 귀국했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다는 방침이지만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

의협은 오는 2일 오전 10시부터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소규모 집회를 열고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촉구할 방침이다. 윤 대통령은 매주 월요일에 수석비서관 회의를, 화요일엔 국무회의를 주재한다. 의협은 윤 대통령이 오는 9일 국무회의에서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으면 오는 11일에도 2차 부분 파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지난 3월 민주당이 강행 통과시킨 양곡법 개정안의 경우, 윤 대통령은 국회 본회의 통과(3월 23일) 12일 만인 지난달 4일 재의를 요구하며 법률안을 국회로 돌려보냈다. 다만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간호계가 강경 대응을 예고하고 있어 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대한간호협회는 “거부권 행사는 간호사 직역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는 보건의료 재난 위기 ‘관심’ 단계를 발령하고 긴급상황점검반을 꾸려 대응책 마련에 나서는 한편, 각 단체를 찾아 파업 등 단체 행동 자제를 요청하고 있다.

조규홍 장관은 회장이 단식 농성 중인 대한간호조무사협회 등을 찾아 “보건의료 단체가 간호법을 반대하는 이유는 충분히 알고 있다”라며 “보건의료인으로서 직분을 충실히 수행해 환자 곁을 지켜달라”고 요청했다. 박민수 2차관은 이날 오전 라디오에 나와 “재의 요구권이 행사될지 안 될지 알 수 없다”라며 “현재는 간호법으로 쪼개진 갈등을 수습할 방안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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