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억짜리 작품 속 바나나 먹은 서울대 미학과 학생...“관종 짓” vs “현대미술의 미학적 행위”

장재선 기자 2023. 5. 1. 10:46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서울대 학생이 유명해지려고 '관종'짓을 한 것이다" "기존 권위를 무너뜨리는 현대 미술의 한 측면을 보여주는 미학적 행위이다" "바나나 1개를 벽에 붙여 놓은 것을 1억5000만 원짜리 작품으로 모시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리움미술관에서 전시 중이던 작품 '코미디언(Comedian)'의 바나나를 한 대학생 관람객이 먹어버린 일을 두고 미술계 안팎에서 논란이 뜨겁게 벌어지고 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전시 미술품 잇단 훼손 논란
카텔란 ‘코미디언’의 바나나
서울대생 꿀꺽 후 “배고파서”
미술관측 넘어갔지만 대중 분노
관람객이 작품의 바나나를 먹어버린 후 새로 전시한 설치작품 ‘코미디언’을 리움미술관 직원이 바라보고 있다. 리움 제공

“서울대 학생이 유명해지려고 ‘관종’짓을 한 것이다” “기존 권위를 무너뜨리는 현대 미술의 한 측면을 보여주는 미학적 행위이다” “바나나 1개를 벽에 붙여 놓은 것을 1억5000만 원짜리 작품으로 모시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

리움미술관에서 전시 중이던 작품 ‘코미디언(Comedian)’의 바나나를 한 대학생 관람객이 먹어버린 일을 두고 미술계 안팎에서 논란이 뜨겁게 벌어지고 있다. 해당 작품은 실제 바나나를 박스테이프로 벽에 붙여 놓은 형태다. ‘미술계 이단아’로 불리는 마우리치오 카텔란의 작품으로, 지난 2019년 미술장터인 아트바젤 마이애미에 처음으로 등장해 12만 달러(약 1억5000만 원)에 팔려 세계적으로 화제가 됐다.

리움은 카텔란 전에서 이 작품을 전시하고 있는데, 지난달 말 한 관람객이 바나나를 먹어치우고 그 껍질을 벽에 붙여놨다. 그는 놀라서 달려온 미술관 관계자에게 “배가 고파서 먹었다”고 했다.

리움 측은 새 바나나를 벽에 붙이는 것으로 작품을 교체했다. 서울대 미학과 학생으로 밝혀진 그 관람객에겐 손해배상 요구 등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겠다는 게 미술관 측 입장이다. ‘코미디언’에서 바나나는 표현 도구이고 작가의 개념이 작품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미술관 측은 공개적으론 이런 입장을 표했으나, 대기업이 운영하는 미술관에서 대학생에게 손배 요구 등을 했을 때 후유증이 우려된다는 속내가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지난 2021년 롯데월드몰에서 발생했던 그림 훼손 사건이 재소환되고 있다. 미국 작가 존원의 그림에 20대 커플이 낙서를 했는데, 이 작품이 5억 원대에 달해 그 보상 비용이 큰 관심으로 대두했다. 이 커플은 당시 전시용으로 그림과 함께 놓여 있던 붓과 페인트를 관객 참여를 위한 것으로 착각했다고 설명했다. 기획사 측은 그들의 낙서에 고의성이 없다고 판단해 경찰에 신고했던 걸 취소했다.

당시 사건은 고의성이 없는 정황이 뚜렷했다는 점에서 이번 바나나 훼손 건과는 다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바나나를 먹은 학생은 미술관 측에 밝힌 것과 달리 이런저런 경로를 통해 “작품을 훼손한 것도 작품이 될 수 있을지 재미있을 것 같아서”라는 이유를 댔다. 돌발 해프닝이 아니라 의도적으로 바나나를 먹어치움으로써 현대미술의 퍼포먼스를 했다고 설명한 것이다. 관련 장면을 지인을 통해 영상으로 촬영하기까지 했다. 이 전시에는 ‘작품을 손으로 만지지 마시기 바랍니다’라는 관람 유의사항이 명기돼 있다.

한 미술 평론가는 “모든 경계를 뛰어넘는 게 현대미술의 속성이긴 하지만, 다중이 오는 미술관에선 관람 준칙을 지키는 게 성숙한 문화인이 아니겠냐”라고 했다. 한 미술관 관계자도 “작품을 훼손하면 복원할 때까진 다른 관객은 원작을 감상하지 못하지 않느냐”라며 “그건 미학적 행위가 아니라 비문화적 폭력”이라고 일침을 놨다.

장재선 선임기자 jeijei@munhwa.com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