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출신 강원 직원, 망상 개발에 관해 최문순하고만 공유했다”

동해·춘천=공성윤기자, 조해수·김현지 기자 2023. 5. 1. 10:3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남헌기의 망상 개발 4년째 견제 중인 최재석 강원도의원…“반대 아닌, 제대로 된 개발 원해”

(시사저널=동해·춘천=공성윤기자, 조해수·김현지 기자)

최재석 국민의힘 강원도의원은 남헌기에게 눈엣가시 같은 인물이었다. 남씨가 추진했던 동해 망상 개발사업을 말 그대로 '온몸'으로 막았기 때문이다. 최 의원은 동해시의원 시절이던 2020년 10월 시의회에서 처음으로 남씨의 사업자 선정 과정에 대해 의혹을 제기하며 특별조사위원회 구성안을 상정했다. 

구성안은 부결됐지만 굴하지 않고 해가 바뀌도록 농성과 1인 시위를 이어갔다. 그렇게 장장 5개월 동안 시의회 안팎에서 "망상 개발사업 의혹을 해소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망상 개발사업을 "강원도의 대장동(2021년 10월 시의회 임시회)"에 처음 빗댄 사람도 그다. 지역 언론계에선 최 의원을 두고 "기자 출신(MBC 강원영동 보도국장)답게 문제의 맥을 짚는 시선과 끈기가 남다르다"는 평가가 자자했다. 최 의원은 지금도 강원도의회에서 망상 1지구 개발사업에 대한 철저한 감사를 촉구하고 있다. 최 의원을 4월25일 춘천 도의회 사무실에서 만나 얘기를 들어봤다.

ⓒ시사저널 공성윤

왜 이렇게 오랫동안 전면에 나서 망상 개발사업을 비판한 건가.

"배경은 단순하다. 내가 나고 자란 동해시에는 개발할 수 있는 지역이 두 곳밖에 없다. 바다와 맞닿은 추암동과 망상동 일대다. 이 중 추암동은 이미 상당 부분 개발이 끝나 여력이 없다. 남은 지역은 망상동뿐이다. 이곳은 개발 가능성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누구라도 탐내는 지역이다. 그래서 개발사업자가 개발을 추진할 능력이 되는지 세밀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동해이씨티의 전신인) 상진종합건설은 외부 지역 회사인 데다 밝혀진 수치상 매출이 2000위권에도 못 드는 건설사였다. 그 정도 규모의 건설사는 동해시에도 많다."

사업계획에는 문제가 없었나.

"허점투성이였다. 사업계획을 볼 때 가장 중요하게 본 점은 과연 그것이 우리 지역민에게 도움이 될까 하는 것이었다. 초기 사업계획에는 아파트를 9000세대 이상 짓겠다고 나와 있었다. 동해시 주택 보급률이 100%를 넘는데 그게 무슨 의미가 있나. 분양이익을 통해 한몫 챙기겠다는 심보만 느껴졌다. 우리는 국제관광지 개발을 통해 낙수효과가 실현되길 기대했다. 일개 건설사의 초과이익은 동해에 도움이 될 게 하나도 없다."

최재석 의원이 2020년 말 망상지구 개발사업자 선정에 대한 감사를 촉구하며 동해시의회 안팎에서 시위를 하는 모습. 오른쪽은 최 의원과 함께 문제제기를 한 이창수 동해시의원 ⓒ 최재석 의원 제공

애초에 망상 개발 자체를 반대하는 건가.

"전혀 아니다. 그저 제대로 된 개발을 요구할 뿐이다. 내가 장외 농성을 할 때 줄기차게 주장한 것도 '개발 반대가 아닌, 제대로 된 개발'이었다. 망상동은 정말 아껴 써야 할 땅인데, 남씨 같은 사업자에게 개발권을 쥐여준다는 건 말이 안 된다고 판단했다. 개인적으로 남씨와 만나서 얘기해본 적도 없고, 그를 미워할 이유도 딱히 없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개발사업자 선정은 반대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부당한 사업자 선정 뒤에 강원도 차원의 개입이 있었다고 보나.

"정황상 아니라고 단언하긴 힘들다. 당시 최문순 지사에게 '임기 후에도 문제 될 수 있으니 정책감사로 의혹을 해소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런데 감사 결과가 공식 발표되기도 전인 2020년 12월 지역 언론에서 '문제 없다'는 결론을 보도했다. 공식 결과도 '사업자 선정 과정에서 톨게이트 비용이 잘못 지출됐다' '저녁식사 때 술을 먹어 부적절하다' 등 본질과 한참 거리가 먼 내용이었다. 최 지사가 일주일에 한 번씩 사업을 따로 챙겼다는 얘기도 들었다. 최 지사가 2021년 8월 남씨와 함께 필리핀 LCS그룹 투자유치 MOU를 맺을 때는 주민들이 반대하며 몸싸움을 벌였다. 그때 업무방해로 고발한다는 얘기도 나왔다. 도지사가 도민 목소리를 듣기는커녕 법적 대응을 하겠다니 씁쓸한 생각이 들더라."

최재석 의원이 최문순 도지사에게 '망상지구 개발사업자 선정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라'며 공개 질의에 나선 모습 ⓒ 최재석 의원 제공

망상 개발사업을 맡은 공직자가 인천에서 왔다는 사실 때문에 인천시의 개입 얘기도 도는데.

"인사 이동이 있었던 2016년 당시 망상 개발사업을 주관한 동자청 측에서 '투자유치 사업은 민간자본을 갖고 와야 하는데 우리는 한계가 있어 전문가를 영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후 인자청에서 직원 2명을 데리고 왔다. 이들은 망상 개발사업에 관한 내용을 다른 직원들과 공유하지 않았다. 강원도청에서 파견 나온 직원도 그 내용을 몰랐다. 대신 신동학 동자청장에게만 보고했다고 한다. 이는 곧바로 최문순 지사에게 들어갔다. 돌이켜보면 같은 당 소속 광역단체장이었던 송영길 인천시장과 최 지사 사이에 물밑 교류가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동해이씨티가 사업자로 선정될 즈음에 당시 송 의원이 축사하러 온다는 소문도 있었다."

향후 망상 개발사업이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보나.

"일단 동해이씨티에 더 이상 사업을 맡겨선 안 된다. 하지만 당장 사업자 지위를 박탈해 버리면 소송을 걸어 시간을 끌 테니 동해이씨티가 소유한 망상 1지구 땅의 경매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 다른 업자가 낙찰받는 순간 동해이씨티는 자연스럽게 조건 미충족으로 탈락한다. 그사이 망상 2·3지구를 알뜰히 개발해야 한다. 급할 건 없다. 동자청을 무조건 비판하지 않고 원활한 개발이 이뤄질 수 있도록 도의회 차원에서 문제점을 바로잡으며 같이 협력하려 한다."

Copyright © 시사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