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워진 전기차 ‘비싼 청구서’···도로 파손에 주차장 붕괴 위험
“도로·타이어 마모로 미세먼지 더 발생”
전기차 전환 과정에서 ‘무게’가 새로운 문제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전기차는 배터리 탑재로 인해 내연기관차보다 무겁다. 도로 파손, 주차장 붕괴, 더 많은 먼지 발생, 사고 시 위험 증가 등 다양한 악영향이 초래될 수 있다는 뜻이다. 특히 한국의 타워형 주차장은 높은 하중을 견디지 못하고 붕괴될 수 있다. 친환경을 표방하는 전기차 전환이란 대세를 거스를 수는 없지만, 익히 알려진 화재 위험뿐 아니라 여러 숙제가 산적해 있어 선제적 대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에 비해 부품 수가 줄었지만 중량은 훨씬 무거워졌다. 제네시스 G80의 공차 중량은 1785㎏이지만 전동화된 G80(일렉트리파이드 G80)은 2265㎏이다. 전기차로 바뀌면서 무게가 480㎏ 늘었다. 제너럴모터스(GM) 산하 GMC의 신형 전기차 트럭 ‘허머 EV’의 무게는 4100㎏으로 이 중 배터리팩 무게만 1315㎏이다. 현대자동차 아반떼의 공차 중량은 1250㎏ 정도다. 배터리팩만으로도 준중형 세단 1대 무게가 나가는 셈이다.
대형 전기차는 그만큼 더 많은 배터리팩을 탑재해야 한다. 덩치가 큰 전기차를 1회 충전으로 내연기관차 못지않게 주행거리를 늘리려다 보니 생긴 현상이다. 무게 덕분에 안정적인 승차감을 느낄 수 있게 됐지만 지금까지 유지돼온 각종 교통안전 기준이 흔들리게 됐다.
미국 국가교통안전위원회(NTSB) 제니퍼 호멘디 의장은 지난 1월11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교통조사위원회 행사에서 “전기차를 포함한 도로 위 차량의 중량과 크기, 동력 증가에 따른 중상과 사망 위험 증가를 우려한다”고 밝혔다. 호멘디 의장은 당시 발언을 하면서 GMC 허머 EV를 예로 들었다. 차의 무게는 세단보다 스포츠유틸리티차(SUV)가 무겁고, 그보다 전기차가 더 무겁다. 여기에 중저속 영역에선 전기차의 응답 속도가 빨라 가속력이 내연기관차보다 뛰어나다. 무겁고 빨라진 전기차의 등장으로 사고가 발생하면 피해가 더 커질 수 있게 됐다.
무거워진 전기차로 인해 미세먼지가 더 많이 발생한다는 공공기관의 연구 결과도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산하 한국기계연구원은 지난해 10월6일 차종별로 미세먼지를 통합 측정해 발표했다. 국산 소형 SUV를 가솔린, 디젤, 전기차로 나눠서 측정한 결과, 미세먼지 총 발생량은 전기차가 내연기관차(가솔린·디젤)보다 많았다. 가솔린이 1㎞ 주행 시 42.3㎎의 미세먼지가 발생한 반면 전기차는 47.7㎎를 뿜었다. 배기가스에서 나오는 미세먼지 양은 가솔린차가 많았지만 도로, 타이어, 브레이크가 마모되면서 나오는 미세먼지 양이 전기차가 많았다.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에선 지상 4층 높이의 주차장 건물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해 1명이 사망하고 5명이 부상을 입었다. 뉴욕시는 구조적 문제로 인한 붕괴로 잠정 결론 내렸는데, 이 사고로 미국에선 무거운 전기차가 노후 주차장 붕괴를 촉진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동일선상에서 한국에서는 높은 하중을 견디기 힘든 타워형 주차장이 문제가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도로의 내구성과 주차장의 무게 기준 등을 재정립해야 한다고 했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장은 “전기차용 타이어를 개발 중이라 미세먼지는 저감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무거운 전기차에 크루즈 컨트롤 등 자율주행 기능이 더해지면서 도로 일부분만 주행하게 돼 특정 부분의 마모 위험성이 커져 내구성 기준을 다시 세워야 하고, 타워형 주차장의 무게 기준도 새로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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